영화 일기#039 헤일, 시저!(1)

영화사 겉핥기: 첫 번째,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 엿보기

늘 설레는 장면이 있다. 철길과 기차가 등장하는 장면. 기차역이 등장하는 장면. 빈 교실을 카메라가 부유하는 장면 등. 그중에서 가장 정겨운 장면은 영화관의 객석을 비추는 장면이다. 그 장면엔 스크린이 있고, 영사기의 빛이 있으며, 몰입한 관객이 있다. 그리고 영화가 있다. <시네마 천국>이 늘 좋은 이유, 그리고 <휴고>를 또 찾아보게 되는 이유는 ‘영화’에 대해 말하고, 그에 대한 애정을 양껏 담고 있기 때문일 테다. 벚꽃이 흩날리는 4월, 영화관에도 봄이 왔다. 영화의 봄날, 과거의 영화에 대해 말하는 작품이 상영 중이다.


이 글은 50년대 이후의 영화사를 훑어보는 연작, ‘영화사 겉핥기’ 중 첫 번째 글이다. 개인적인 감상이 많이 묻은 글이기에 주의하고 있지만, 그래도 과한 애정이 담길 것만 같다. 우선, 코언 형제의 <헤일, 시저!>를 통해 고전기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을 엿볼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트럼보>에서 보인 매카시즘을 통해 정치와 영화에 대해 말해 볼 예정이며, 마지막으로 프랑수아 트뤼포의 <400번의 구타>를 곱씹으며 그 유명한 ‘누벨바그’를 살짝 언급할 것이다. 예비 씨네필의 영화사를 향한 관심, 동경, 그리고 애정을 이제 풀어놓아 볼까 한다.



영화 관람의 불확실성

세상엔 수없이 많은 영화가 있고,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다. 모든 영화를 다 관람할 시간도 없고, 비용도 부담된다. 그래서 선택을 해야 한다. 최근 상영작을 보러 가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아니, 더 까다로운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매주 개봉하는 신작이 모두 명작일 리는 없을 테니까. 돈과 시간이 소모되기에, 가장 큰 만족을 얻기 위한 기준이 필요한 시점이다. 당신의 기준은 무엇인가. 제목, 감독, 극본, 배우, 원작, 평점 등 관객에겐 저마다의 척도가 있다.


영화를 제작하는 처지에서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제작자조차도 어떤 영화가 흥행에 성공할지 장담할 수 없다. 제작비는 흥행을 보장하지 않는다. (물론, 작품성을 보장하지도 않는다)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블록버스터가 항상 성공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수도 없이 목격했다. 불확실성. 영화를 자본과 산업으로 편입시킨 이들에게 이 문제는 늘 딜레마였다. 그래서 영화 산업을 주도했던 할리우드에서는 이 리스크를 스튜디오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해결하려 했었다.



스튜디오 시스템 - 포디즘

스튜디오 시스템이란 공장에서 분업을 통해 상품을 만들 듯, ‘표준화된’ 공정과정으로 찍어내듯 영화를 만드는 시스템이다. 촬영, 편집 등의 각 분야에 맞는 전문가들이 일을 분담해 안정성과 효율성을 추구했다.


“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 타임즈>의 유명한 장면처럼 철저한 분업에 의해 완성품을 만들어 내는 포드 자동차 공장의 공정을 빗대어 이야기하는 포디즘이 영화 제작에 도입된 것이다.” (『영화와 사회』영화와 스타 중)


<헤일, 시저!>에서도 촬영, 편집,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가 각자 분주히, 그리고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영화는 고전기의 제작환경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이다) 주인공 에디 매닉스(조슈 브롤린)는 이 시스템의 관리자다. 감독과는 다르다. 그는 촬영장 밖에서 제작 관련 사항을 선택하고, 모든 이들에게 지시를 내린다. 배우, 감독은, 편집실까지 권한을 행사한다.


현장을 지휘하는 감독과 시스템을 조율하는 프로듀서. 영화가 완성되는 데 있어 누구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산업’이라는 자본의 시스템 내에서 누구의 입김이 더 강할 수 있는지는 영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현재진행형인 일이기도 하며, 영화계도 갑을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스튜디오 시스템 – 장르

스튜디오 시스템으로 제작비 절감의 효과가 있지만, 여전히 흥행은 미지의 영역이다. 이 미지수를 예측하기 위해 스튜디오가 생각해낸 것이 장르와 스타 시스템이다. 이 두 요소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되어줬다. 한 시대를 대표하는 장르가 있다. 할리우드 고전기엔 서부극이 있었고, 이후 스티븐 스필버그로 대표되는 SF를 거쳐 지금은 ‘마블’의 영웅 서사물이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80년대는 에로물(정책과 관련되기에 조금 독특한 지점에 있는 장르다) 혹은 홍콩 누아르, 90년대엔 멜로가 있었고, 00년대 초엔 조폭 관련 코미디 영화 시리즈로 개봉했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공통으로 느끼는 정서가 있다. 시대가 조장하는 정치/사회의 환경에 살기에 교집합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교집합은 어떤 촉매를 만나 폭발하고, 표출된다. 아나바다운동, 금 모으기 운동, 촛불 집회 등 시대를 관통하는 정서가 표출되는 계기가 있다. 대표적인 대중문화인 영화도 촉매가 된다. 영화관은 대중의 분노가 폭발할 지점이 되어주거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웃음이 해방구가 되어줄 수 있다. 시대의 정서가 영화 선택의 기준이 되고, 대중의 선택이 취향, 트랜드라는 이름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자본은 이를 놓치지 않는다. 이들은 대중의 정서를 ‘장르’로 재생산한다. 장르는 제작에 있어 안정성의 추구라는 명목이 된다. 동시에 대중의 정서를 자본으로 환원하는 다른 여과기이기도 하다. 산업 구조가 정서를 이끄는 것인지, 대중의 정서가 산업의 방향을 정하는 것인지는 쉽게 정리하기 어렵다. 대중의 영웅에 대한 선망이 ‘마블’의 영웅 영화 트랜드를 만든 것일까. 마블의 거대한 비전이 영웅들의 범세계적 인기를 주도한 것일까.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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