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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 읽어주는 남자 Aug 16. 2016

<500일의 썸머>의 교묘한 시점

[시네 프로타주 #04] 500일의 썸머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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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간다>의 이영애, 그리고 <건축학 개론>의 수지. 이 두 배우는 아름답다는 점 외에도 재미있는 점을 공유합니다. 영화에서 모호한 태도로 남자에게 상처를 준 나쁜 여자였다는 거죠. 그리고 여기, 또 한 명의 나쁜 여자가 있습니다. 시작부터 과감한 표현이 등장하는 <500일의 썸머>. 주인공 썸머는 앞의 두 여자만큼 악명 높은 ‘나쁜 년’입니다. 그렇다면 썸머는 톰과 썸만 탄 썸녀에 불과했을까요. 이번 주 시네 프로타주가 선택한 영화는 <500일의 썸머>입니다.



#01. 우리는 모두 썸머를 만난 적이 있다

이 영화에서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점을 먼저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우선, 이 영화는 시간 순서가 일반적이지 않습니다. 500일이라는 시간을 두고 앞뒤로 시간을 자유자재로 여행하죠. 이러한 시간 배열은 두 사람의 이야기에 인과관계를 규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관객은 어지러이 섞인 사건 속에서 두 인물의 분위기, 즉 상황의 뉘앙스 차이를 보게 되고 추측을 해야 합니다.


불분명한 인과관계 속, 생략된 시간은 관객이 채워야 할 몫이 되고, 여기에 관객은 영화에서 본 것과 개인적 경험을 더 해 영화를 완성해 갑니다. 그래서 <500일의 썸머>는 다양한 관점, 즉 관객 개개인의 시점에서 재편집되고, 저마다 다른 느낌을 주죠.



#02. 이 이야기는 톰이 구성한 것이다

이 영화는 톰이 구성한 이야기입니다. 500일은 두 사람의 연애 기간이 아니죠. 톰이 썸머의 영향을 받고 있던 기간입니다. <500일의 썸머>는 톰이 기억나는 대로, 제멋대로 시간을 소환하고, 이를 이어 붙인 주관적 구성의 영화죠. 네, <500일의 썸머>는 정말 주관적인 영화입니다. 그리고 톰의 감정이 노골적으로 드러나죠. 우리는 그가 기억하는 순간들과 그의 행위, 그리고 그가 느꼈던 걸 보는 셈입니다. 그가 편집한 이야기는 이렇죠. ‘썸머가 먼저 고백했고, 나는 그녀를 사랑했다. 하지만 어느 날 썸머가 자신을 찼다.’ 톰이 재구성한 기억 속에 썸머는 나쁜 여자입니다. 하지만 모든 기억이 진실일 수 있을까요.



#03. 영화의 진짜 시점 - 우리는 이미 두 사람을 알고 있었다

<500일의 썸머>에서 객관적이라고 할 수 있는 건, 귀여운 클로이 모레츠도 있겠지만, 내레이션입니다. 내레이션 속에 진실이 있죠. 영화는 시작과 함께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못을 박습니다. 그리고 내레이션은 친절하게 두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설명해 주죠. 톰은 <졸업>이라는 영화의 영향으로 낭만적, 운명적 사랑을 바라는 남자고, 썸머는 부모의 이혼을 겪고 영원한 사랑이란 것에 의문을 던지는, 현실적인 여자입니다.


이 영화는 톰이 썸머에게 다가가고 상처받는 이야기입니다. 서로의 다름을 알아가는 이야기죠. 두 사람은 서로의 방법으로 상대에게 다가가고, 사랑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간극을 채우지 못하고 헤어지죠. 그렇다고 두 사람을 나무랄 수 있을까요. 누가 무엇을 잘했고 못 했는지를 따질 수 있을까요.



다시 내레이션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내레이션은 영화의 시작부에 배치되어 있고, 이들의 성격과 취향을 규정해줍니다. 서로 모르는 상태에서 선택을 내리는 톰과 썸머와 달리, 우리는 신과 같은 위치에서 두 사람의 행동을 평가할 수 있죠. 우리는 내레이션 덕에 그들의 의도와 감정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게 관객의 시점이고, 감독이 교묘히 배치해둔 진짜 영화의 시점입니다. 우리도 그들처럼 상대를 알지 못했다면, 더 많은 실수를 하고, 더 일찍 헤어졌을 수도 있는 거죠.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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