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 프로타주 #04] 500일의 썸머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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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500일은 썸머와의 연애 기간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썸머를 만나고, 헤어지고, 기억하고, 그리고 무엇인가를 깨닫는 기간이 500일이죠. 이 500일 동안 톰은 자신의 방법으로 사랑합니다. 자신의 꿈을 공유하고, 자신의 취향을 강요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낭만적 사랑을 추구합니다. 그가 썸머의 시점에서 생각할 여유는 없죠. 그에겐 자신이 꿈꾼 낭만의 완성이 사랑이니까요.
톰은 사랑에 빠진 자신이 좋았고, 그 감정을 채워줄 존재로 썸머를 택했습니다. 스스로 뭔가를 시도하기보다는, 자연스레 완성되는 것. 즉, 자신이 상상한 것을 상대가 알고, 함께 그 상상을 채워 주는 게 낭만적인 사랑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어텀’, 가을이라는 여자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거는 순간, 우리는 보게 되죠. 이 남자 변했구나. 이젠 조금 다른 연애를 할 수 있겠구나. 그렇게 톰의 시간은 결실의 계절, 가을로 넘어가 새로운 1일이 됩니다. 운명을 기다리던 남자는 우연을 운명으로 개척할 수 잇는 남자가 되었습니다.
상처만큼 얻은 게 있으니 그래도 다행이지 않을까요. 톰이 지독한 상처만 받고, 정말 썸머가 나쁜 년이기만 했다면, 이 영화는 500일의 윈터, 차가운 계절이었을지도 모릅니다.
#05 영화 <졸업>의 다른 뉘앙스
개봉 이후 썸머의 관점에서 다시 영화를 보는 시도들이 많았습니다. ‘썸머는 나쁜 년이 아니다.’ ‘그녀가 톰을 사랑했다는 증거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는 내용이었죠. 이미 다양한 글에서 이를 다뤘기에 디테일한 이야기를 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졸업>이라는 영화로 두 사람의 간격에 관해 말해보려 합니다.
이 장면은 아주 유명하죠.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와 도망가는 장면을 보고 톰은 낭만적 사랑을 꿈꿨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실 <졸업>은 그렇게 낭만적인 영화가 아닙니다. 그리고 썸머는 그걸 알고 있었던 것 같죠. 두 사람이 영화를 보는 장면으로 돌아가 볼까요. 우리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정면을 응시하는 두 사람의 얼굴.
영화에 보여주지 않던 장면을 봐야겠습니다. 두 사람은 결혼식장을 나와서 버스에 타는데, 사람들이 경계의 눈빛을 보냅니다. 그리고 그때야 주인공 더스틴 호프만은 현실감각이 돌아오죠. 낭만적인 사랑이 이뤄진 것 같던 순간은, 사실 현실을 마주한 순간이었고, 그 당혹스러움은 표정으로 드러납니다. 썸머는 <졸업>에서 그 현실성을 볼 수 있는 여자였고, 낭만적 사랑을 꿈꾸는 톰과의 끝을 이미 그려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톰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에서 이별을 그려본 썸머는 울고 있죠. 하나의 영화를 보고 두 사람은 다른 지점을 보고 있었습니다.
시네 프로타주에서는 이 영화를 다시 보고, 여러분이 직접 재편집하며 영화를 새롭게 음미해보시는 걸 추천하고 싶네요. 누군가와의 썸이 썸띵 스페셜이 되기를 응원하며, 같은 곳을 볼 수 있는 연애를 응원하며, 지금까지 시네 프로타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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