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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 읽어주는 남자 Aug 28. 2016

[늑대소년]'송중기'도 막지 못한 이별

[시네 프로타주 #05] 늑대소년 2부

- '좋아요' 및 <시네마피아> 채널 '구독'도 부탁드려요!^^


순이의 마음

순이는 판타지를 자극하는 철수를 끝까지 남겨두고 떠납니다. 이걸 어떻게 봐야 할까요. 순이는 철수를 보고 전혀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철수와 순이가 정말 만나기는 한 걸까요. 두 사람의 재회에 의문을 던지며, 그녀의 마음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순이와 철수의 재회는 상상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두 사람의 만남 장면에서 순이는 47년 전의 외모로 변하죠. 그리고 그녀가 잠에서 깨면, 다시 할머니가 되어있고 철수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녀는 철수를 꿈에서 만난 게 아닐까요.


하지만 손녀가 누군가를 봤다고 한 걸 보면, 철수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두 사람의 만남도 진짜일 수 있죠. 그렇다면 이런 생각은 어떨까요. ‘철수도 늙어서 노인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순수한 시절을 보존하고픈 순이가 둘의 재회를 환상적인 순간으로 미화해 버렸다’. 그녀는 철수를 완벽한 순수함, 아름다운 소년으로 기억하고 싶지 않았을까요. 그러면서 자신도 그의 앞에서 여전히 소녀이기를 바란 게 아닐까요.



철수가 남겨진 이유

어떤 이유가 되었든 순이는 떠납니다. 자신을 기다리는 송중기를 뒤로한 채, 또 영원히 그녀를 기다릴 소년을 뒤로한 채, 왜 그녀는 떠나는 걸까요.


<늑대소년>에서 순이가 47년의 세월을 느끼는 부분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녀는 어른이 되었고, 괴물이 되었다고 말하죠. 그녀는 변해버린 자신에게서 괴리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47년동안 철수에게도 갈 수 없었던 거죠. 그녀는 더 이상 예전의 순수한 소녀가 아닙니다. 그녀는 나이를 먹은 자신의 모습을 철수, 혹은 철수의 공간에 가져갈 수 없었습니다. 여전히 소년인 채 시간이 멈춘 철수를 볼 자신이 없고 두려웠던 거죠.


땅이 팔리기 전, 순이는 반 강제로 그 공간에 돌아옵니다. 집으로 가는 길이 흰 눈 속에 파 묻혀 있다는 건, 그 공간의 순수성을 보여주죠. 그리고 소파 밑에서 찾은 카라멜은 아직 부패하지 않고 남아있는 그 시절의 기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철수의 공간엔 그녀가 남겨둔 쪽지와 소녀시절에 좋아했던 기타도 복원되어 있죠. 그 공간은 순이에게 오염된 세상 속, 남겨진 마지막 순수의 보관함입니다

그렇게 순이는 보존된 자신의 어린 시절을 발견하죠. ‘철수가 살았을까?’, ‘철수는 말을 할 수 있었을까?’, ‘철수와 순이는 만난 걸까?’ 등은 사실 중요하지 않습니다. 순이에게는 그 집이 자신이 잃은 순수함과 환상이 보관된 공간임을 아는 게 중요하죠. 순이는 그 공간을 남겨두기로 합니다. 아직 어른이 되지 않은 그 공간과 추억을 붙잡아 두는 거죠.


그래서 철수는 함께 갈 수 없습니다. 철수는 순이의 환상, 순수의 시대로 그곳에 영원히 오염되지 않고 남아있어야 합니다. 그 시절이 그리울 때, 순이는 다시 그 공간을 찾아오겠죠. 그리고 철수와 만날 것입니다. 그게 소년 철수이든, 늙은 철수이든, 상상 속의 철수이든, 그녀는 만날 것입니다. 순이에게만 영원히 해피엔딩이겠네요. 지금까지 <늑대소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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