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이 너무 어렵다
"엄마! 사랑합니다아악~!!" (후다닥)
누가 보면 장난치는 것 같겠지만 이건 매년 어버이날이나 부모님 생신날이 되면 내가 하는 행동이다. 집 현관문을 나서기 전에 특별한 날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내색 하나 없다가 갑자기 저렇게 외치고 온갖 쑥스러움에 몸부림치며 도망치듯 밖으로 나간다.
그런데 놀랍게도 나는 저 말을 하고 도망치기(?)까지 수많은 생각과 내적 고민을 한다. 어떻게 해야 어색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번에는 더 다정한 표현을 써볼까 라는 헛된 것들이 그것이다. 이게 왜 헛된 것이냐면 매년 저렇게 고민하고 고민해도 결국 매번 내가 했던 것은 모든 것이 무색하게도 저 갑작스러운 외침 후에 도망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아, 왜 엄마한테만 하냐고 그럴 수 있는데 아빠는 항상 타지에서 일하시느라 집에 잘 오시지 못해서 연에 아빠를 볼 수 있는 날은 손에 꼽는다. 그래도 아들이니까 아빠한테 표현을 하지 않을 순 없으니 매년 특별한 날이 될 때마다 하는 행동이 있다.
"아버지, 생신 축하드립니다... 항상 힘내시고…" 거의 직장 내에서 상사에게 보낼 법한 말투와 형식으로 표현을 한다. 참 우스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는데, 그렇다. 나는 세상 무뚝뚝한 아들이다.
물론 어릴 때도 이렇게 최악(?)이었던 건 아니다. 어릴 때는 나름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대견하게 자식의 도리를 다해보겠다고 남동생에게 진정한 감동은 손편지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별로 삶을 살지도 않았을 그 당시에 인생의 팁을 전해주었고 결국 둘이서 작은 손으로 부모님께 편지를 적어 전해드리곤 했다.
하지만 점점 나이를 먹고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내면과 평온했던 가정에 불어닥친 혼란들이 겹쳐 나는 이들에 적응해야 했고 그렇게 장난꾸러기였던 나는 어느새 과묵하고 조용한 사람으로 변해있었다. 게다가 부모님은 점점 대하기 어려운 존재가 됐었던 것 같고 자연스레 부모님께 했었던 어린아이 같은 행동들도 하지 않게 되었다.
한창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시기라 모두 나와 비슷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부모님과 친하고 다정하게 지내는 주위 친구들을 보니 내 생각이 많이 달랐다는 것을 알았고 부모님께 다정한 표현을 해주는 아들이 되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끼고 다짐도 했지만, 아직 부모님은 내게 많이 어렵고 아직 나는 저 모양이다.
그래도 요즘에는 점점 주름과 함께 쑤시는 곳이 늘어나는 부모님을 보며 지금이라도 잘해드려야겠다는 생각에 많이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남이 보기엔 우스꽝스러울 법한 내 무뚝뚝한 표현들.
사실 마음만 굳게 먹고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표현하면 되겠지만 성격을 고치는 것이 제일 어려운 일인 만큼 저것은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
그래도 최근에는 저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팔로 하트를 크게 그리는 것까지 성공했다! 물론 이후에 심히 낯간지러워서 애꿎은 몸 여러 곳을 간지럽지도 않은데 긁어댔었다.
이 글을 쓰다 보니 든 생각인데, 사람 일은 모르기에 만약 내가 갑자기 이 세상에서 떠난다면 이 글은 부모님께서 꼭 보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평소엔 싱겁게 느끼셨겠지만 그래도 아들이 특별한 날 아침마다 엄청난 노력을 했다는 것을 알아주세요!
특히 팔로 그렸던 하트는 진짜 엄청난 용기를 냈다는 것도..(으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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