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힘든데 정신도 힘들어
대학교에 처음 입학하고 새로운 다짐 하나를 했었다. 이제 성인이 되었으니 나 스스로 돈을 벌어 부모님의 부담을 덜어드리자는 꽤 야망찬 생각.
막상 큰 소리를 뻥뻥 치긴 했지만 학교를 다니다 보니 교통비, 식비, 교재비가 만만치 않았고 휴대폰 통신비, 친구들이랑 놀 때 쓰는 유흥비 등등을 모두 충당하려면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려 열심히 검색해본 결과 집 주변에 있는 유명 떡볶이 브랜드 체인점에서 구인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고 바로 지원했다. 위치도 괜찮고 매장 크기도 큰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편할 것이라는 나만의 생각으로..
그렇게 당당하고 의욕 넘치는 모습으로 인생 첫 면접을 치렀고 다행히 합격했다. 이렇게 나의 첫 주말 아르바이트는 시작되었다.
나는 오후 2시부터 마감까지였으니 대략 오후 11시~12시까지의 시간대를 맡았다. 매장에 도착해보니 오전 타임에는 한 명만 있는 것 같았지만 내 시간대에는 다행히도 동갑이었던 한 명의 친구가 있었다.
이 좁은 매장에서의 일은 그렇게 많지 않을 거라 예상했지만 상당히 많았다. 꼬치에 수작업으로 어묵 꽂기, 포스기 다루기, 서빙, 배달 건 포장, 설거지, 순대 관리 등.. 다시 생각해보니 허리가 쑤시기 시작한다.
게다가 간과했던 사실이 이 매장 주변에 아파트가 상당히 많고 학교가 2개나 있었다는 것이다. 이 이유로 학생 손님들이 많고 배달도 상당히 많았었다.
그래도 나는 아직 일 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적응해가고 있었는데 어느 날 새로운 업무 하나가 생겼다. 그것은 바로 순대 썰기.
나는 요리를 해 본 경험이 많이 없어서 라면, 볶음밥, 계란 프라이 정도를 제외하면 할 수 있는 게 없다. 사실 뭘 해보려고 해도 괜히 어지럽히지 말라는 엄마의 등짝 스매시가 큰 몫을 하기도 했다.
아무튼. 평소 먹던 탱글탱글한 순대를 막상 직접 자르려고 보니 상당히 미끄럽고 잘 터지기도 했다. 그래서 칼질을 잘해야 하는데 뭐 앞서 말했듯이 나는 요리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에 칼질을 해봤을 리가 있나.
사장님의 시선을 받다 보니 부담이 된 걸까, 순대가 터지기도 하고 제대로 썰리지도 않았다.
처음에는 직접 손을 맞대며 알려주시기도 했지만, 갈수록 핀잔과 함께 날카로운 무시가 나를 향했다. 이는 점점 심해졌고 내 자신감도 떨어졌지만 내가 순대 근처에만 가면 다른 일이나 하라는 듯 같이 일했던 친구에게 순대를 맡겼다.(나도 어지간히 못했나 보다.)
나는 흔히 회사원들이 말하는 상사의 핍박, 핀잔으로부터 비롯된 정신적으로 나쁜 근무환경이 이런 것일까 생각했다. 성인이 되니 사회생활 맛보기를 이렇게 맵고 뜨겁게 하는 것일까.
안 그래도 평소 업무도 힘들었는데 정신적으로 모욕받는 기분까지 생기니 당장 그만두고 싶었다.
그렇게 결국 그만둔다고 말하고 일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나의 성인 기념 첫 아르바이트는 이렇게 뜨거운 맛을 보여주고 끝이 났다.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그때였지만 잘못 부딪히고 나니 아픈 기억이 되었다. 이 이후로 음식점 아르바이트는 상당히 꺼리게 되었고 아직도 그 체인점에서 일하고 있는 그 친구를 보면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그만둔 지 얼마 되지 않아 번화가에 있는 헌혈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 이 곳에서는 모두 잘 대해주셔서 병역 문제로 그만두기까지 약 1년 3개월 동안 열심히 일하여 내 생활비를 충당하고 해외여행도 갔다 왔다!
나는 이 뜨거운 맛을 겪은 이후로 사람을 대할 때 깔보거나, 무시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말은 수만 가지 감정을 담고 있기 때문에 타인에게 좋은 감정을 주기도, 해가 되기도 한다.
항상 타인에게 좋은 말만 선물해줘야지.
Photo by Nadine Shaabana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