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애정'을 드립니다
엄마 이전에 여자니까
"일단 케이크만 살까?"
"아니야, 꽃도 사가자"
장마철이라 비가 거세게 쏟아지고 있던 어느 여름날, 삼 남매 중 첫째인 나와 둘째인 남동생은 저녁 즈음 바쁘게 카톡을 하고 있었다. 바로 엄마의 생신이었기 때문이다.
아직 너무 어린 막내 여동생의 코 묻은 돈까지 쓸 수는 없기에 준비 과정을 따로 말하지 않고 두 형제끼리 준비하기로 했다.
사실 부모님의 생신을 챙겨본 적은 어렸을 때 몰래 방 안에 들어가 편지를 써드리는 게 전부였고, 목소리가 변할 정도로 자라게 되니 이런 사소한 것조차 챙겨드리지 않았었다. 꼭 물질적인 게 중요하지는 않지만 따로 용돈을 받지 않던 어릴 때의 우리가 2~3만 원 하는 케이크를 산다는 건 무리였기도 하고.
하지만 이제는 시간이 많이 흘러 작은 정성(?) 정도는 표할 수 있게 되었으니, 본격적으로 생신을 챙겨드리기로 한 것이다.
나는 퇴근하고 동생을 만나 집 근처 빵집에서 엄마가 좋아할 것 같은 블루베리 케이크를 사고 꽃집으로 향했다.
꽃집에 들어서니 형형색색의 꽃들이 우릴 반겨주었는데, 나는 솔직히 장미를 제외하고는 그냥 꽃이겠거니 했다.
동생도 나와 다를 것 없어 보여 제일 무난한 장미꽃 세 송이를 사들고 집으로 향했는데, 집 현관문을 열기 전 괜히 혼자 부풀고 들떠 있었던 것 같다. '과연 얼마나 좋아하실까?' 하는 생각과 함께.
거센 비를 뚫고 집에 들어서자마자 여동생은 오늘 저녁으로 달달한 케이크를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부풀어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엄마는 처음에 약간 당황하신 기색이 역력했다. 오랜만에 자식들이 챙겨주는 생일이라 그러셨던 걸까.(불효자)
엄마는 애써 털털해하시는 것 같더니 초에 불을 붙이고 나니 울먹거리셨다. 우리들은 애써 올라오는 슬픔을 감추려고 어색하지 않게 축하 노래를 더 크게 불렀던 것 같다.
많이 조촐했지만 엄마의 깜짝 생신파티를 끝내고 나니 진작 꽃을 선물해드렸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이제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꽃이 '영원한 애정'이라는 꽃말을 가진 튤립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앞으로 고민 없이 엄마가 좋아하시는 튤립만 사드려야겠다.
흔히 '아줌마'라고 불리게 되는 중년에 접어든 여성분들은 유독 꽃에 대한 애정이 증가하시는 것 같은데 당장 우리 엄마들의 카톡 프로필 사진만 봐도 대부분 꽃으로 가득 차 있는 것도 그것이다.
사실 나는 아직도 그 이유를 모른다. 그렇지만 꽃을 통해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을 추억하고 매년 때가 되면 예쁜 모습으로 피어나는 것처럼 언제나 변치 않는 아름다움을 가진다는 점에서 우리들의 엄마와 닮아서 그런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세상에는 수많은 꽃들이 있다. 이들은 제각기 화려함의 정도가 다르지만 반드시 자기 본연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고, 각각 의미도 다르게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경조사에 의미에 맞는 축복과 위로를 꽃을 통해 건넨다.
정작 세상 사람들은 다 받는 꽃을 막상 제일 가까운 우리 엄마에게 선물해주지 못한 것이 너무 후회되지만 이제부터라도 튤립을 통해 '영원한 애정'을 선물해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