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강가에서

고얀 놈

by 이성룡

고얀 놈



이 성 룡


어릴 때 그녀는 나의 무한 신뢰자 였다.

내가 잘하는 걸 칭찬하는 건 당연한 거고

형제간의 다툼조차도 나의 편이었다.

난 그런 그녀가 너무 좋았다.


한창 때 그녀는 나의 든든한 후원자였다.

고3 때조차도 TV 채널권은 나에게 있었다.

그리고 대학에 떨어져도 책임은 그녀 몫이었다.

부담스럽지만 싫지 않았다.


결혼 후 그녀는 나의 강력한 동맹자였다.

이쁜각시와의 알콩달콩 사랑을 위해

날 그냥 그녀로부터 독립시켜 버렸다.

당황스럽지만 고마웠다.


인생을 논할 때쯤 그녀는 나의 시린 가슴이 되었다.

심장수술 그리고 아버지의 소천

어느 날 내가 그녀의 해바라기가 되어 있었다.

수치스럽게도 이젠 의무가 되었다.


난 내 일과 내 자식이 더 급하다.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모르는

아니 알면서도 실천을 못하는 난

정말 고얀 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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