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성 룡
어릴 때 그녀는 나의 무한 신뢰자 였다.
내가 잘하는 걸 칭찬하는 건 당연한 거고
형제간의 다툼조차도 나의 편이었다.
난 그런 그녀가 너무 좋았다.
한창 때 그녀는 나의 든든한 후원자였다.
고3 때조차도 TV 채널권은 나에게 있었다.
그리고 대학에 떨어져도 책임은 그녀 몫이었다.
부담스럽지만 싫지 않았다.
결혼 후 그녀는 나의 강력한 동맹자였다.
이쁜각시와의 알콩달콩 사랑을 위해
날 그냥 그녀로부터 독립시켜 버렸다.
당황스럽지만 고마웠다.
인생을 논할 때쯤 그녀는 나의 시린 가슴이 되었다.
심장수술 그리고 아버지의 소천
어느 날 내가 그녀의 해바라기가 되어 있었다.
수치스럽게도 이젠 의무가 되었다.
난 내 일과 내 자식이 더 급하다.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모르는
아니 알면서도 실천을 못하는 난
정말 고얀 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