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룡
엄마는 해결사이셨다.
전쟁 후 기울어진 가세부터
가족에 대한 헌신까지
남부럽지 않을 정도로
반듯하게 일으켜 세우셨다.
엄마가 구순이 되셨다.
친지들 그리고 소지품까지
주변 정리를 시작하더니
성품대로 깔끔하게 정리하셨다.
엄마는 여전히 해결사다.
요양병원 룸메이트 간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가지런히 교통정리 하신다.
늘 행복하다고 하셨다.
자식들 걱정 덜어주려고
만날 때마다 행복하다
미소 짓던 엄마이셨다.
어느 날 큰 한숨을 쉬신다.
갑자기 걱정의 바다에 빠져
어쩔 줄 몰라 하시며
검은 늪 속으로 끌려가신다.
걱정의 뫼비우스 띠를
허우적거리면서도
아들에겐 걱정 보따리를
격렬하게 끌어안아 숨기신다.
좋아하는 독서도 글쓰기도
심지어 하루에도 몇 번씩 하던
자식들 위한 기도조차 할 수 없단다.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엄마다.
약물이 투입되기 시작했다.
조금씩 호전 반응에 안도하면서도
그렇게 완벽하시던 엄마가...
가슴이 너무 아리고 저리다.
어느 토요일 오후.
밝은 목소리로 전화하신다.
이제 너의 주말을 즐기라고...
나는 너무 행복하다고...
그리고 우리 아들 사랑한다고...
엄마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