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7~80년대, 주말 프라임 타임의 TV 오락프로그램에 어김없이 등장하던 용어이다. 아마 다양한걸 보여준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사실은 매주 똑같은 사회자가 고만고만한 가수들 소개하고, 그들의 노래와 춤을 보여주는 패턴으로 매주 반복되는 진부함에 사회자의 ‘버라이어티 쑈’라는 강변만이 내 귓전을 맴 돌았을 뿐이다. 난 그 당시 ‘사람들 생각엔 한계가 있어 방송국 사람들 참 먹고 살기 힘들겠군...’ 하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2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호주의 울룰루(Uuluru, 일명 Ayers rock) 여행길에서 내가 순간 떠올린 단어가 ‘버라이어티 쑈’다. 내 표현력의 한계랄까.... 암튼 묘한 기분이다.
울룰루(Uluru)! 사람들이 보통 지구의 배꼽이라고 칭하는 호주 대륙 한가운데에 달랑 놓여진 높이 400여m 둘레 7~8km의 돌덩어리다. 이거 하나보자고 내가 살고 있는 Western Australia의 Perth에서 South Australia를 거쳐 Northern Territory의 울룰루 까지 약 4000km의 거리를 갔다가 그 길을 다시 되돌아와야 하는 왕복 8000여km의 자동차 여행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회의부터 앞섰던 것이 사실이다. 누구말대로 눈뜨면 운전하고... 도착하면 자고... 그리고 또 눈 뜨면 운전하고를 반복해야만 하는 일정.... 이게 여행일까? 모름지기 여행이란 여유로운 일정 속에서 대자연과 호흡하면서....뭐 이런 거 아닌가? 더구나 이번 여행은 내가 원한 것이 아니고 큰 아들 녀석이 울룰루를 강하게 주장하는 바람에 급하게 기획된 거라서 더욱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았다. 하지만 이는 기우였다. 나는 18일 동안 대 자연의 버라이어티 쑈를 마음껏 감상하고... 느끼고... 곱씹을 수 있었다.
Perth에서 울룰루 사이엔 도시는커녕, 마을다운 마을하나 없고, 특별히 알려진 관광지도 없다. 이곳 사람들이 호주를 상징할 때 흔히 쓰는 ‘Outback’ 그 자체다. 미국만한 면적에 우리의 절반도 되지 않는 2000만의 사람들이 해안선을 따라 그것도 동부에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으니 당연 나머진 그저 끝이 없을 것 같은 붉은 색 대지위에 그냥 아무렇게나 자라고 있는 잡초들과 유칼립투스 나무 그리고 캥거루로 상징되는 그냥 스스로 그러한 자연이다. 우리나라처럼 아기자기하고 수려한 경관은 여기선 사치다. 그저 황량하다. 이러한 여정이 나에게 새로운 감흥을 안겨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물론 보고 느끼는 사람에 따라 모두 다르겠지만 나는 이번 여행길에서 느낀 바를 1. 길, 2. 황금 그리고 3. 바위로 나누어 정리해보고 싶다.
<사진> 휴게소(이 동네 휴게소는 맨 땅에 휴지통하나 달랑 있다. 아무것도 없다.)에서 잠시 휴식중인 나. 그 옆이 내가 타고 다닌 애마다. 2개의 더블베드에 싱크대와 가스렌지가 있는 부엌 시설, 샤워가 가능한 화장실, 거실 겸 식탁 등 필요한 건 다 있다.
<사족> 게다가 벤츠다. 내 잠재의식 속엔 어려서부터 내가 알게 모르게 벤츠에 대한 막연한 동경 비슷한 것이 자리 잡았었다. 길가다가도 벤츠를 보면 나도 모르게 고개가 돌아가곤 했다. 이런 것이 브랜드 파워라는 거 아닐까??? 근데, 본의 아니게 벤츠(비록 승용차는 아니지만..)를 질리도록 몰아보았다. 몰아본 뒤의 소회는 ‘별거 아니네’ 이다. 지금 타고 다니는 차도 도요다 캠리(98년 식)인데, 명성에 비해 별로다다. 내가 한국에서 산타모(98년 식)타고 다녔으니까 객관적 비교가 가능할 거라 생각한다. 산타모에 비해 별로 좋은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하물며 쏘나타하고 비교하면.... 가격대비 성능을 비교하자면 오히려 현대 차에 후한점수를 줘야할 것이다. 삼성 핸드폰은 어떻고, LG TV는 어떤가... 이미 세계 유수의 브랜드 대열에 합류했다고 생각한다. 이제 내 마음 속에 자리한 막연한 브랜드의 환상을 버려야겠다. [2005년 호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