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일록

by 이성룡

샤일록


영화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한 인물이다.

샤일록은 나에게는 인정머리라고는 눈곱만큼도 없고, 돈만 알고, 비열하기 짝이 없는 수전노로 각인되어 있었다.


영화에서는 그 당시의 시대 상황이

유태인이 사회적으로 천대받고, 할 수 있는 일에 제한을 받으면서

샤일록을 비롯한 유대인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고리대금업이었다는 상황 설명이 있고, 이 때문에 사회적으로 멸시 받는 장면을 보여준다.


샤일록은 베니스의 상인에게 돈을 빌려준다.

제때 반환하지 못하면 그 돈 만큼의 살점을 취하겠다는 각서와 함께...

샤일록은 자신을 천대하는 사회에 대한 복수의 일환임을 숨기지 않는다.


이에 반해 돈을 빌리는 베니스의 상인은

친자식도 아닌 한 청년의 사랑을 위해 돈을 빌린다.

수전노와 대비되는 인간사의 고귀한 사랑을 위해...


결국 샤일록은 베니스의 상인에게

자신이 받은 사회의 천대에 대한 통쾌한(?) 복수를 진행한다.

법대로 하자. 내 주장에 틀린 것 있느냐? 있으면 말해봐라...


이때 사람들은(영화에서는 재판관... 아니 관객까지도)

모두 베니스의 상인을 동정한다.

샤일록을 피도 눈물도 없는 비정한 사람으로 몰아붙이면서....


샤일록은 결국 처참하게 무너진다.

사회뿐 아니라 그 당시 주류사회의 법에 의해서도..


이 이야기는 나에게 생각하게 한다.

전두환 장군이 말한 이 땅의 정의사회 구현이라는 게 뭔지...

샤일록은 법을 지키자고 주장하고,

사람들로부터 나쁜 놈이라는 뭇매를 맞았다.

조세형은 법을 어기고,

사람들로부터 대도라는 호칭을 얻었다.

나는 위 두 가지 극단의 경우를 뉴스를 통해

지금도 심심치 않게 접한다.

샤일록은 우리 실 생활인 것이다.


정의로운 사회가 뭘까?

사전적 의미로는 진리에 맞는 올바른 도리란다.

맞다. 도의 이치라는 것이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법으로만

해결될 일은 아니리라.


베니스상인은 가진 자의 풍요로움을 마음껏 향유하면서

낮은 곳에 있는 삶들을 멸시하면서 살았다.

자신들은 숭고한 사랑을 가진 영혼이고

샤일록으로 대변되는 또 다른 사람들은 벌레 같이 바라보는

위선 가득한 삶을 살았다.


노자의 도는 화광동진(和光同塵)이다.

성경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하느님은 누구에게나 태양을 비추어주고, 비를 내려준다.

맞다. 도의 이치는 차별하지 않는 것이다.


샤일록은 가진 자들의 법으로 부당한 대우의 시정을 바랐지만,

사람들은 베니스 상인의 조건 없는 사랑에 찬사를 보낸다.

안타깝게도 사랑이라는 문학적 낭만에

가진 자들의 위선이 가려져 버렸다.

승자의 역사인가?


2005년 0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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