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강가에서

연잎

by 이성룡

연잎


이 성 룡


십리가 넘는 거대한 연못에

연잎이 살랑살랑

하늘 향해 두팔 벌려 기도하네.


진흙탕 싫어, 맑은 물 주세요.

알콩달콩 초등학교 교실에서

어린이 조잘조잘

선생님께 소리 높여 간청하네.


외면은 싫어, 제발 나 봐주세요.

새신랑 맞이하는 신혼색시처럼

하얀 연꽃 하늘하늘

수줍은 듯 요염한 듯 유혹하네.


같이는 싫어, 나만 사랑해 주세요.

산들바람 출렁이는 초록바다에

생명수가 후둑후둑

가능한 한 큰 깔때기 들이 미네.


친구들 보다, 가장 많이 받을래요.

쏴아쏴아 내리치는 소나기에

하얀 빗물 방울방울

많이 더 많이 연잎에 밀어 넣네.


그러다가 삶의 무게 감당 못해 고개 숙이지요.

은혜롭게 비 내리는 연잎대지에

서로 더 갖겠다고 두두다다

키큰 연잎 배불러 토해낸 물이라도

그걸 받겠다고 밑에 연잎 알랑거리네.


사연일랑 차치하고, 여기저기 연잎3단 폭포

참 아름답지요.

쏴아아 생명수가 장대비가 되니

욕심은 온데 간데

너무 따가워 모두가 고개 숙이네.


연잎은 온몸을 파고드는 사랑의 매를 맞으며

조금 전까지 아웅 대던 내 모습이 창피해서

고개 숙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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