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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보름 살기_7

올레 8~12코스

by 이성룡

오늘은 이쁜각시가 어디를 가야 할지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 올레길을 계속 갈까? 아니면 사려니 또는 고살리 숲을 갈까? 그도 그럴 것이 어제 일기예보 상으로는 오늘 오전까지 비가 오는 것으로 예보가 되어 있어서 날씨가 오락가락할 것 같으니 숲은 화창할 때 가고 올레길을 계속 이어서 가보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날씨가 생각보다 화창하다. 행복한 고민이다. 제주를 돌아다니다 보면 렌트카 중에 케치프레이즈로 “끌리면 타라”를 붙여놓은 차가 가끔 보인다. 맞다. 어차피 인생사가 아무리 치밀하게 계획하고 실천해도 예상치 못한 각종 돌출변수들이 발생해서 우여곡절을 겪게 마련인데, 하물며 아무 계획 없이 여행하겠다고 시작한 여행에서 조차 날씨 생각하고, 코스생각하고, 참 습관이라는 것이 무섭다. 그런데 사실 아무 계획 없이, 정보 없이 움직이는 것 보다는 원하는 곳을 골라 다니는 것이 훨씬 만족도가 높기 때문에 이 습관을 버리기 보다는 절충하는 쪽으로 노력해 봐야겠다.


아무튼 오늘도 올레길을 선택했다. 어제 마무리했던 논짓물에서 부터 오늘의 여정을 시작해서 대평 포구까지 해안도로를 따라 올레 8코스를 마무리 짓고, 올레 9코스는 해안이 아니라서 생략하고 대신 용머리 해안을 들른 다음 올레 10코스인 사계 항부터 송악산 해안도로를 따라가다 대정포구로 향한다. 여기서부터 올레 12코스의 일부와 겹치는 제주 서부의 아름다운 해안도로를 거쳐, 수월봉, 차귀도 포구까지를 걷다가 달리다가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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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주 올레 8코스의 대평 포구 그리고 박수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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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용머리 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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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대정 포구와 차귀도


아직 해가 중천에 있어 여정을 마치기에는 아쉬움이 있던 순간, 이쁜각시가 “여기서 협재 해수욕장이 멀어요?” 한다. 사실 여기서 협재 해수욕장까지는 40분 정도 이상의 거리에, 게다가 집에 가는 방향과 반대인 제주시 쪽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평소 같았으면 다음에 가자고 했을 텐데... 흔쾌히 가자고 했다. 어차피 계획 없이 놀러 다니는 건데 뭐... 목적지는 협재 해수욕장이 아니라 그 근처에 있는 디저트 카페 “우무” 다. 푸딩을 우뭇가사리로 만들었다는데,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하단다. 마침내 우뭇가사리 푸딩과 커피를 사서 협재 해수욕장으로 갔다. 한 잔의 커피와 함께 일몰을 감상하면서 또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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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우뭇가사리 푸딩과 커피 그리고 협재 해수욕장 일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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