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사진> 한라산 성판악 코스 입구
90년대 중반에 제주 수학여행 인솔 차 한라산에 등정해 백록담을 한번 가본 이후로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던 이곳을 이쁜각시가 한번 가보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제주에 온 이후 계속 일기예보를 주시한 이유가 한라산 등정을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웬만한 산악인들도 3재를 쌓아야 백록담을 볼 수 있다고 할 정도로 변화무쌍하게 일기의 영향을 받는 곳이기에 신중하게 좋은 날을 고르고 또 골랐다. 그날이 바로 오늘이다. 입산 허용시간이 있기 때문에 서두른다고 서둘렀는데, 조금 늦은데다가 주차장이 협소하여 주차하느라 시간이 빠듯해졌다. 무리하지 말고 가는 데까지 가보자 생각하고 등정을 시작했다. 산행하기에는 정말 좋은 날씨다. 시간만 맞으면 이쁜각시에게 백록담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여전히 걷기 불편한 돌밭길이기는 하지만, 통나무 계단을 만들어 놓는 등 정말 많이 가꾸어 놓았다. 백록담 정상을 완등하고 돌아오는 왕복 거리는 19.2Km, 예상 소요시간 9시간이다. 만만치 않은 산행이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걷다 보니 어느덧 사라 오름 입구에 다다랐다. 진달래대피소에 12시 30분 이전에 도착해야 백록담 등정이 가능하다는 경고문이 나를 갈등하게 한다. 바로 코앞인데 시간 내에 가려면 뛰어야 가능할 것 같다. 이쁜각시와 상의 끝에 한라산 정상을 포기하고 그냥 사라 오름으로 발길을 돌리기로 하였다.
<사진> 한라산 사라 오름
사라 오름에 도착하니 솜사탕 같은 구름(?)이 발의 명령에 따라 이리 저리 바닥을 구르기 시작한다. 색다른 풍경이다. 어라! 그 사이에 한라산이 구름 모자를 써버렸다. 조금 지나니 구름 한 점 없던 하늘에 구름이 잔뜩 드리워져 버렸다. 백록담을 올라갔어도 구름만 보다가 올 뻔하였다. 그렇게 위안 삼으며 준비해온 도시락을 맛있게 먹고 하산하였다. 올라올 때와는 달리 내려오는 길의 숲속에 안개가 자욱하다. 안개가 자욱한 숲속은 자연의 신비로움과 함께 색다른 정취를 느끼게 해준다. 비록 백록담을 등정하진 못했지만, 사라 오름까지 왕복 약 13km의 한라산 숲속의 정취를 만끽하면서 많은 사색의 기회를 준 의미 있는 산행이었다.
<사진> 한라산 하산 시 안개에 쌓인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