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 Star의 재림
이제 막 코란 공부를 마친 열세 살의 파르하는 팔레스타인의 시골 마을에 사는 이장집 딸이다. 우리로 치면 중학교에 진학할 때가 된 여자 아이, 도시의 학교로 진학하여 여학교를 세워 교사가 되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는 예쁜 소녀다. 코란을 가르친 동네 훈장이 정세의 급박함을 들어 파르하를 도회의 상급학교 진학에 제동을 걸지만, 파르하의 재주를 아끼는 외삼촌의 권유에 파르하의 아버지는 고민한다.
아버지는 지금 정국의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세계 제1의 제국주의 국가 영국이 물러가고, 팔레스타인은 비로소 식민 지배로부터 해방이라는 순간을 맞이하고 있었던 것이다. 정세가 의도치 않게 변하면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영토에 끼어든다. 형제들이 찾아와 함께 총을 들고 나서 싸우자고 하지만, 파르하의 아버지는 주변 형제국의 지원을 믿고 기다리는 것이 희생을 막을 수 있다며 거절한다.
처음부터 기울어진 싸움...
파르하는 1948년 나크바 사건을 다룬다. 그러나 그 방식은 열네 살 소녀의 눈을 통해서이다. 아버지에 의해 광에 갇힌 파르하가 본 것은 참혹한 비극이다. 이제 막 출산한 갓난아기를 안은 일가족이 새로 들어온 이스라엘 침략자에게 몰살당하는 참상을 광의 문틈을 통해 목격한다. 탄생과 죽음이 일어나는 순간을 정말 한 순간에 본 것이다. 이들 일가족이 왜 죽어야 하는지 이유도 알 수 없다. 단지 이 집에 들어와 있다는 이유 한 가지, 그것은 무기를 숨겨놓았다는 이스라엘 군인들의 추측 한 가지였다.
영국 식민지배자에 대한 저항과 반감은 팔레스타인 아이들에게 뿌리 박혀 있는 의식이다. 파르하에게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 악당이 물러간 빈자리에 악마가 들어온 것이다. 파르하를 상급학교에 보내기로 하고 신청서를 받아놓았던 아버지가, 이스라엘군이 들어왔다는 새로운 국면에 총을 들고나간다. 그는 파르하에게 스스로를 지키라는 의미로 칼을 쥐어 주며 곧 돌아올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파르하를 광에 숨겨두고 떠난다.
파르하의 아버지가 든 총은 라이플, 이스라엘군이 들고 온 총은 기관단총이다. 파르하가 들고 있는 것은 그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호신용 단검일 뿐이다.
다시 파르하 앞에 나타난 아버지는 동족을 파는 이스라엘 군의 앞잡이가 되어 있다. 머리엔 자루를 뒤집어쓴 채 얼굴을 가린 그가 팔레스타인인들이 감추어 둔 무기를 찾아내기 위해 이스라엘 군인들을 데리고 온 것이다.
이스라엘군에 의해 일가족이 몰살당한 후, 그는 파르하가 갇힌 광 앞으로 다가와 자루를 올려 얼굴을 드러낸 채, ‘파르하’를 부른다. 이스라엘 군인들에게 그렇게 애원하던 앞잡이가 파르하의 아버지였던 것. 파르하는 이 모든 상황에 분노하고 오열하지만, 어리고 나약한 그녀로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
Super Star의 고백, 나는 너희들과 함께 임할 수 없으니...
광을 열고 나온 파르하가 무표정하게 정원을 가로질러 나온다. 그녀의 모습은 마치 부활한 예수가 동굴 밖으로 나오는 듯한 인상을 풍긴다. 그리고 성경에는 예루살렘의 성전 앞에 펼쳐진 이스라엘의 장사치, 고리대금업자들의 행태에 분노한 예수가 좌판을 들어 엎고 난장을 부리며 호통을 치는 장면이 나온다. 광야에서 돌아온 예수는 이스라엘인들의 만행 앞에 호통을 치고 모든 좌판을 엎어버리는 행위를 하지만, 광에서 나온 파르하는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는 절망적 상황에 할 말을 잃고 만다. 2천 년 전 그들의 성전에서 벌인 이스라엘인들의 타락에 비할 바 없는 악마의 행위를 하고 있는 이스라엘인들을 외면한 채, 묵묵히 석양을 향해 걸어 나가며 팔레스타인을 떠나는 파르하를 영화는 마지막으로 보여준다.
쿠오 바디스 Quo Vadis
어디로 가시나이까? 파르하가 먼 석양을 향해 걸어 나간다. 그건 지옥으로부터의 탈출이다. 관객은 부활을 의심하는 도마의 눈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그것이 비록 한 개의 사실에 불과할지라도, 사실 너머에 있는 것, 재림 예수가 머물 수 없는 곳이 되어 버린 땅, 그것이 팔레스타인의 운명이라고 강하게 울부짖고 있다. 버림받은 자손들의 땅이며 ‘너희와 함께 임할 수 없는’ 저주받은 땅이 되어 버린 것이다.
파르하들의 죽음...
이스라엘의 만행에 죽어간 부녀자, 노인, 그리고 아이들. 나크바(대재앙) 이래 76년이 지났다. 이 세계가 정상적인 세계라면, 침묵해서는 안 되는 것이 인간의 마땅한 모습이어야 한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고향마을에서 이유 없이 목숨을 빼앗긴 수십, 수천, 수만 파르하들의 영혼을 달래고, 그들의 앞날을 보장해 주어야 할 인류애가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할 때이다. 지금, 그 일이 우리 앞에, 이 영화 앞에, 우리의 몫으로 고스란히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