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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사탕 Sep 24. 2024

내 아내 이야기

너와 나, 우리들의 아내의 이야기

 


 러닝타임 169분이라는데, 엄청 지루했다. 중간에 두 번 졸았는데, 한 번은 여자의 거짓말에 경찰서에 출두한 후 사실은 여자가 음주운전에 죽을 뻔한 사건이 벌어진 부분, 또 한 번은 뒷부분인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차분하게 전개된다.      

 오랫동안 화물선의 선장을 하고 있는 남자는 배에서 먹는 음식이 심한 복통을 유발한다는 것을 발견하고, 주방장에게 따져 물으니 주방장은 오랜 기간 선상 생활로 그렇다는 것이다. 소위 말해 뱃사람병, 처방은 결혼을 하면 좀 나아진다는 것이다. 유랑에서 벗어나 붙박이로 정착을 하라는것.

 친구를 만난 남자는 장난 삼아 지금부터 첫 번째로 카페에 들어온 여자와 결혼하겠다는 선언을 하고 실제로 그렇게 한다.

 이처럼 인생은 필연 같은 우연의 연속이다. 이런 선택에 있어 그 대상에 대한 탐구는 없으며, 호오 역시 없다. 무조건적 선택만이 남아있다. 이런 결혼 풍습은 마치 과거 부모들이 맺어준 언약과도 같은 식이다. 얼굴도 모르고 성격도 모르고 취미도 모른다. 심지어 이름도 모른다. 그 둘이 어느 날 부부로 살아간다. 중매결혼의 전형이다.

 이렇게 남자는 결혼을 하고, 다행히 사랑스러운 상대를 만나 안정된 결혼생활을 이어 간다. 늘 그런 것처럼, 남자는 여자에게 역습을 당한다.

       

-당신은 날 사랑하는가?     


당연한 얘길 물어서 남자는 당황스럽고 마땅한 대답을 찾지 못한다.    

 

-그런 질문을 왜 하는가?

-당신이 날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서...     


 여자야 말로 더 이상 남자를 사랑하지 않는 상태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건, 어떤 계기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고, 결혼 생활 자체가 여자가 생각한 것과는 다르게 전개되어서 그렇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 직업이 선장인 것은 늘 집을 비운다는 뜻이고, 여자는 외롭다는 뜻이다. 선원들 사이에 누가 배 타고 나갔다더라, 이제 저놈이 휴가를 얻어 그놈의 집으로 달려간다는 말을 캐주얼하게 한다. 남자는 뜨끔하다. 자기 얘기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

 여자의 옆에 젊은 남자 놈이 있다는 걸 알아챈 남자는 젊은 놈에게 경고한다. 그리고 이제 여자를 의심하게 된다. 탐정을 붙여 미행하게 하지만 단서를 찾지 못하자 남자는 기뻐한다. 남자는 여자보다 자신의 믿음을 더 믿고 싶어 한다. 믿음에 대한 믿음.

      

-어떻게 하면 당신의 사랑을 찾을 수 있겠는가?  

   

 이 질문에 여자는 나가서 다른 여자들을 만나보라고 권한다. 단, 자기에게만 걸리지 말라는 단서를 단다. 남자는 밖에서 젊은 여자를 만나 결혼하자고 하지만 그녀는 돌아선다.   

   

-내가 그런 것처럼 당신도 착해서 당신은 당신 아내를 버릴 사람이 못 된다.  

   

 세상은 모순 덩어리다. 뻔히 알면서도, 사실이 뭔지 알면서도, 욕구와 욕망에 사로잡혀 살면서도 감추고 덮어가며 살고 있다. 이것은 거짓이다. 거짓 관계, 자신이 원하지 않는 삶의 연속이다.   

   

-왜 당신은 나를 놔주지 않는가?     


 남자는 자신의 믿음을 배신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결국 파탄은 돈이 가져온다. 여자는 용돈이 필요했고, 용돈이 있어야 정부를 만나러 나갈 수 있으니까, 시위하듯 돈을 요구하고, 남자는 폭발한다.

 낭만적 사랑이 산산이 깨져 폭력으로 전락하는 순간이다. 여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사랑을 잃은 여자는 모든 것을 잃어버린 빈 껍데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여자의 백에서 성냥갑을 발견하다. 그것은 미림 사교클럽의 성냥갑이다. 가면무도회 같은 익명성을 전제로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눈에 띈다. 거기서 남자는 여자와 그녀의 정부인 젊은 남자를 목격한다. 두 내연 남녀는 야반도주를 하고, 그들을 뒤쫓은 남자는 열차에 올라타 두 사람을 찾아낸다. 젊은 정부의 면상을 후려갈긴 남자가 여자에게 주식 증서를 꺼내 놓으라고 말하자 순순히 따른다. 증서의 뒷면에 젊은 정부와 함께 주식을 빼돌리려다가 걸렸고 그래서 위자료는 없다는 걸 시인하게 하고 사인을 받는다.


 그렇게 둘은 이혼한다. 이혼은 이렇듯 진흙탕 싸움이다. 결혼이라는 낭만적 출발이 전쟁의 시발이 되고, 그 전쟁은 결국 파탄의 결과물을 낳는다. 그 과정을 이 영화는 일곱 개의 챕터로 나누어 강의하듯 설명한다. 마지막 7번째 장은 '7년 후'다. 남자가 이혼한 지 7년 후, 여유롭고 부자가 된 모습으로 등장한다. 젊은 여자들이 그의 눈에 들기 위해 그의 앞에 얼쩡대는 모습에 만족스러워한다. 그들을 따라 다시 혼자가 된 남자의 목소리가 내레이터가 되어 말한다.    

 

-나에게 아들이 있다면 그 아들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인생은 있는 그대로 여유를 가지고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두라.     


 그리고 거리에서 걸어가고 있는 여자를 발견하고 놀란다. 여자를 알고 있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여자의 안부를 물어본다.      


-그녀는 6년 전에 죽었다.     


 남자는 놀란다. 거리에서 본 여자의 모습이 환영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자신의 잘못 또한 알게 된다.      

 결혼생활에서 남자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여자에게 배척을 당하며, 남자의 노력은 한계에 부딪치고 결국 폭력사태를 맞게 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끝난다. 이것이 결혼생활이다. 남자에게 필요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그걸 알았다면 여자는 죽었을까, 남자를 떠났을까, 정부와 놀아나는 행태를 계속했을까, 남자는 많은 생각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감독의 시선이 흥미롭다. 남자 시점으로 보는 남녀관계, 충격에 휩싸이면서 영화는 끝난다.

 

 이 영화는 남자의 시선으로 여자를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감독이 여자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여자들이 관계를 전복시켰고, 그렇게 구축된 세계를 한번 더 전복시킨다. 이것은 기존 페미니즘적 사고를 엎어 버리고, 남자 편을 드는가 싶더니 여자에게 존재하는 깊은 내면에 대한 동조를 갈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시 여자로 돌아간 관점을 보여주고 있다.     

 재미는 없다. 왜 그런가 하면 남자주인공을 너무 섬세하게 감정의 소유자로 묘사해 놓았기 때문이다.


 관전 포인트, 이 영화의 배경은 1920년대라는데 당시를 재현해 놓은 세트와 복식, 운송수단 등 시대를 재현한 고증물들이 볼만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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