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공귀환

by 별사탕

우공(愚公)의 이름은 산(山)이요, 성은 이(移)다.

기주와 하양 땅 사이에 살았다. 나이 구십이 된 우공이 자손들을 불러 모아 이렇게 말했다.


집의 앞뒤를 가로 막고 있는 저 산들을 바라보며 지금까지 보낸 시간을 돌아보니 참으로 참괴하다. 내 구순이 되어서야 이런 결심을 하게 되었으니 모두 내 뜻에 따르라.


자손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수근댔고, 그 중 아내 하나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응답하였다.


이 노인이 망령이 들지 않았다면 이런 말을 낼 수가 없다. 모두 어찌 생각하느냐?


이 말을 들은 자손들은 머리를 조아리며 우공의 발 아래 엎드려 간청하였다.


뜻을 거두어 주소서.


대답을 기다리던 자손들이 고개를 채 들기도 전에 우공은 마당으로 나가 괭이와 포대를 메고 대문밖을 나섰다. 우공이 왜 산들을 깎아 내자고 했는지 아무도 그 속 뜻을 알지 못한 채 우공이 일한지 1년이 지났다. 지수(智叟)라 불리는 노인 하나가 찾아와 흙을 나르고 있는 우공을 붙들고 물었다.


옹만큼이나 연로하신 노인이 어찌 산을 옮기겠다고 나선 것이오? 힘으로 보나 시간으로 보나 그것이 가당키나 한 일이란 말이오?


마침 쉴 참도 되어 우공은 삼태기를 내려 놓으며 쌓아놓은 흙더미에 앉아 대꾸하였다.


나는 그대가 오히려 답답할 뿐이라. 나의 시간은 나에게서 끝나는 것이 아니요, 저 산은 나무처럼 더 크지 않을 것이오. 시간은 무한한 것이고 저 산은 유한하니 내가 어찌 가당치 않을 일을 시작했다고 하는 겐가?


멀리서 돌을 굴리며 우공의 세 아들과 손자, 현손들이 산을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그들이 깔아놓은 침목길이 산 아래서부터 산속으로 길처럼 나 있는 것이 보였다. 지수는 속으로 탄식했다.


어찌 일가 전체가 이렇듯 어리석단 말인가. 어리석음이 지혜보다 못할진대 저렇듯 자심히 스스로를 괴롭히니 어쩐단 말인가?


혀를 차며 지수는 산 기슭을 둘러 자신이 왔던 길로 돌아갔다.

이 대화를 엿듣던 산의 신령이 겁을 먹고 상제께 나가 고하였다.


오늘 우공의 이야기를 들은 바, 그가 아무래도 산을 옮기고야말겠으니 산을 지키는 저의 거처가 사라질까 저어되옵니다.


상제는 오히려 우공의 뜻에 감화되어 말했다.


내 세상을 내려보며 즐거운 일이 없었더니 이 노인의 뜻이 깊고도 바르구나. 내 그의 뜻을 들어주고 너의 뜻도 들어주어야겠다.


하고, 과아의 형제를 보내 두 산을 업어 옮겨주게 했다.


이런 일이 있은지 이 천년이 두 번 흘렀다.

우공의 뜻을 이어 받으려면 시간을 얻어야 한다. 과아(誇蛾)와 같은 사람들을 모아야 하고, 그 사람들이 감화되면 스스로 삼태기와 괭이를 들고 찾아온다. 결국 큰일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작은 사람 하나가 시작하는 일이니, 그 작은 사람 하나는 자신이 그렇다고 믿는 일에 발벗고 나서는 것이다. 세상일이라는 것들은, 언뜻 들으면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사람들이 그런 일에 개미처럼 한둘이 모여들어 역사(役事)가 이루어진다.

반대로 바르지 않은 일에 종사하게 되어 비록 그것이 옳지 않다고 알고 있어도 스스로 헤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개미지옥에 먹을 것이 던져져 수 많은 개미가 달려들어 그걸 파먹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도 크게 한 입 먹고 나오려고 하지만 이미 빠져 나올 수 없는 형국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것이 세력을 가진 그들 집단의 실체다.

어떤 일에 주도권을 잡는 방법은, 그저 우공처럼 옳은 일을하는 것 뿐이다. 세상사람들 중에 똑똑하다는 사람(智叟)도 알고 보면 좁은 자기 소견일 뿐이다. 고작 그렇게 뻔한 논리를 들이대며 자신의 옮음을 주장할 뿐이다. 큰 그릇은 작은 그릇 속에 담길 수 없다. 만약에 작은 그릇이 큰 그릇을 담겠다고 나선다면, 그 방법은 하나 뿐이다. 큰 그릇을 깨서 조각내는 일이 유일한 방법일 터이니 그것은 폭력이다. 그들이 주로 쓰는 방법이다.

그 일이 뭔지 알지 못 하지만, 한 사람이 어리석게도 어떤 일을 쉬지 않고 계속 한다면 한 번쯤 왜 그런 어리석은 일을 혼자서 하고 있느냐고 와서 물어볼 일이다. 그 대화를 옆에서 엿듣는 사람이 '분명 있다.' 그것이 상제든, 개미든 '정말로 있다'는 것을 분명코 나는 믿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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