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

분노하라, 그대 이름은 여성

by 별사탕




개봉 : 2024.04.17.

국가 : 한국

장르 : 드라마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시간 : 104분

평점 : 3.5/5.0(kinolights)

관객수 : 1,622명

감독 : 정지혜

출연 : 정순(김금순 분) 유진(윤금선아 분) 영수(조현우 분) 도윤(김최용준 분)

제작 : 최원욱

각본 : 정지혜

촬영 : 정진혁

음악 : 황현태, 최혜리

편집 : 정지혜

제작 : 시네마루

배급 : ㈜더쿱디스트리뷰션






연예인 포르노가 사회적 충격을 주었던 때가 있었고, 매체가 다변화함에 따라 특정 단톡방에서 공공연히 포르노가 생중계되기도 했다. 사회는 이들을 감옥에 보냈고, 처벌했다고 생각했다. 그런 사건을 겪은 우리 사회 전체는 관음증에 시달렸고, 겉으로 보여주는 언어의 태도와 속으로 감추어진 욕망의 태도는 대립했다.

생각해 보면 인간이 내면에 감추고 있는 욕망은 쉽게 범죄와 연결되는 속성을 안고 있다. 하나의 욕망이 만든 사건이 모방범죄를 낳고, 어른들의 세계에서 아이들의 세계로까지 손쉽고 빠르게 이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그 피해 대상도 특정 집단으로부터 일반화되어 무작위로 피해자가 양산되고 있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들의 일상에서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는 ‘지독한 범죄’로 자리 잡고 말았다.


무엇이 실수였는지 모르겠지만, 그 실수에는 주체가 없다.

그렇다면 이것은 실수가 아니다. 식품공장에서 일하며 이모로 불리는 정순은 불쌍하고 측은한 남자, 새로 입사한 신입 영수를 도와주고 싶고 보듬어주고 싶다. 그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봤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둘은 관계를 맺고 애인 사이가 된다. 나이 들어 그런 관계에 빠진 자신의 모습을 신기해하며 여자로서의 감각이 다시 살아나는 듯 생기를 띠지만, 행복에 젖은 자신의 모습을 촬영한 영수에 의해 한순간에 일상은 나락으로 떨어져 버리고 만다.

딸 유진이 나서 경찰에 신고하고, 가해자와 유포자를 찾아 고소하는 일이 벌어지고, 빠르게 동영상은 삭제처리에 들어간다. 그러나 사건은 기소 유예처리가 되고, 정순이 고소를 취하하고 말았던 것이다. 영수의 사정이 딱하고, 어린 회사동료들 또한 무고한 일에 연루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잘못했다고 생각할 거 같아?

유진이 정순을 찾아와 고함치며 분노를 표출하지만, 정순은 이건 ‘내 일’이며, ‘나의 분노’라고 울부짖으며 무너져 내린다.

정순의 눈앞에 나타난 영수와 회사동료들, 그들은 낄낄대며 술을 마시고 오는 길이었다. 영수는 일행과 떨어져 숙소인 모텔로 돌아왔고, 현관에서 담배를 피운다. 노숙자가 다가와 담배를 구걸하고 불까지 달라고 하는 장면을 멀리서 훔쳐보는 정순의 눈에, 라이터를 길바닥에 팽개치고 모텔 안으로 들어가 버리는 영수를 목격한다.

순간, 정순은 영수의 실체를 알아버렸다. 정순은 노숙자에게 다가가 자신이 외투를 벗어 준다. 영수의 마음에는 타인이 없다. 정순이 측은하게 보고 보듬어 줬던 영수가, 그보다 더 측은하고 불쌍한 노숙자에게는 폭압적인 행동을 하는 것을 보고, ‘나 같지 않은 타인’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일하러 왔으니까 일을 시켜!

공장에 출근한 정순은 업무 배정에서 제외된다. 직장에서 업무 배제를 당하고 유령취급을 당하는 것. 억지로 포장일을 마친 정순은 다음 일을 시켜달라고 하지만 작업반장은 쉬고 있으라고 한다. 정순은 분노한다, 작업 현장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영수의 멱살을 잡고 넘어뜨린다.

정순은 왜 자신이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납득할 수 없는 분노에 휩싸여있다. 피해자가 오히려 수모를 받고 처벌을 받는 현실의 한복판에 서 있음을 몸으로 안다. 가해자가, 승리자가 되어버린 순간이다. 정순의 잘못은 무엇인가? 그저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옷을 벗고 노래한 것뿐, 그것이 잘못이고 죄가 될 수 없다. 측은한 사람을 좋아하고 보듬어 준 것이 죄일까?

영수가 한 행동은 그저 단순한 실수였을까? 영수가 보여주는 사건 이후의 말과 행동들은 고의적이고 의도적이다. 동영상파일을 돌린 것은 충분히 결과를 인지한 행동이었으며, 회사의 주류들과 어울려 자신의 입지를 탄탄하게 하려는 목적이 있는 행동이었다. 이것을 어찌 실수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래서 이 사건에는 아무도 실수한 사람은 없다는 것, 범죄자와 범죄 피해자가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여성이, 특히 한국 여성이 오롯이 인간으로서의 자기 목소리를 내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다. 그 누구에게도 의지, 의존하지 않은 자기 내면의 목소리가 의지가 되고 행동이 된다. 그리하여, 가해자들의 나라 한국에서 여성은 여전히 약자이며, 그들은 여전히 약자의 편에 서 있게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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