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전에 담김 것
이윤지가 배우인지 몰랐다. TV 예능에 나오는 이윤지가 아니다, 눈빛이 다르다.
현실 드라마다. 긴장감이 배우의 열연에 치중되고 있다는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시나리오가 왜 극찬을 받았는지 읽어보지 않고도 이해가 가는 작품이다. 그래서 좀 더, 영화다운 스토리 연출을 요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영화를 한 마디로 말하면, '갈등이 파도를 타는 영화'다. 애초의 갈등은 산재로부터 시작한다.(스토리에서는 과거사로 전재하며, 현재진행형으로 현존) 산재를 갈등 1(개인과 사회의 갈등)이라고 부른다면, 그로 인한 갈등 2는 '회사와 사원의 갈등=>시위포기=>보상금수령=>아파트 입주'가 된다. 간단히 '개인의 내면적 갈등'이라고 명명하자. 갈등3은 '분양가할인=>입주민과 입주자간 갈등'인데, '집단과 집단의 갈등'이라고 하자. 이 세 개의 갈등이 꼬리를 물고 순차적으로 발생한다. 그래서 갈등이 파도를 탄다.
이 세 개의 줄기 갈등은 자잘한 세부 갈등을 만들어낸다. 혜정과 수인의 갈등, 산재시위 대표와 혜정의 갈등, 혜정과 아들과의 갈등, 혜정과 입주자대표와의 갈등, 심지어는 시위 대표의 아들이 저지르는 테러까지 포함하면, 주인공 혜정은 탈출구 없는 절망적 현실과 마주하는 캐릭터이다. 이렇게 내면, 집단, 사회에서 초래한 갈등은 모두 개인과 개인의 갈등을 유발한다. 이쯤되면 현실은 지옥이 된다.
그러나, 풀리지 않았던 남편의 죽음에 대한 해명, 시위 대표 아들의 죄송하다는 말 등은 혜정이 살아가게 하는 이유를 제공한다. 이것이 이 영화의 결론이다.
어떤 숨겨진 진실이 밝혀지면서 스토리가 크게 반전된다든가, 갈등들이 전환되면서 우호적으로 변한다든가 하는 구태의 갈등 해소 전략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새롭다.
영화를 보는 사람은 습관처럼 주인공에 동화된다. 그러나 이 주인공 혜정에게는 그렇지 않다. '니가 그렇게 사니까, 주변인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소외당하고, 심지어 아들로부터도 배척당하고야 마는 엄마가 되어버리고, 그래서 너의 삶의 방식과 너의 정신상태는 더럽고 역겹다!'라는 욕을 해주고 싶은 순간도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아무리 오해에서 비롯되었더라도 말이다. 오해라는 것은, 당사자 입장에서 미화된 표현이다. 현실은 그냥 '나쁜 년, 죽일 년'일 뿐이다. 그게 현실이다. 사람들은 진실과 사실을 외면한다. 오로지 자신이 믿고 있는 것을 진실이고 사실이라고 확신한다. 그게 현실이다. 그래서 혜정이 현실적 캐릭터가 될 수 있다. 진짜 인간의 모습. 마블과 같은 과장되고 미화된 인간상이 아니란 얘기.
어떤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어디에 진실이 있고 사실이 있었던가, 주변을 돌아볼 일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우리가 실제로 몸담고 있는 우리들의 현실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