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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사탕 Oct 09. 2024

뱅크시

낙서의 변신

             

감독  엘리오 에스파나

제작사  스피릿레벨 시네마

수입사  마노엔터테인먼트

배급사  비전 필름 마노엔터테인먼트

개봉일  2020년 2월 28일(디지털, DVD) 2022년 8월 11일

상영  시간 113분

상영 등급  전체 관람가



  무슨 은행이름인 줄 알았다.     

  소더비 경매에서 낙찰 후 바로 파쇄되었다가 중간에 멈추어진 그림의 작가 이름이 제목인 영화다. 다큐.      

  70년대, 미국의 필라델피아에서부터 가난한 흑인 아이들이 벽에 낙서를 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Here I am이나 금강산 바윗돌에 이름을 파 넣은 선비들의 낙서 같은 것이었다. 소유할 수 없는 것에 대한 흔적, 소유에 대한 낙서의 시작이 꼭 필라델피아에서부터 시작되었겠냐만은, 이 사건이 이후 그라피티 벽화운동으로까지 이어졌으니 필라델피아라는 지역의 역사적 의미가 발생한다는 얘기...     

  한때. 미국에서, 이 그라피티가 갱단의 영역표시라는 소문이 돌아 그것을 기정사실화하여 일반 대중들이 받아들였다는 사실이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이 문화가 80년대에 영국으로 건너왔다. 비틀스가 영국을 침공한 것을 기억한다면, 이것은 아메리카 인베이젼쯤 될 것 같다. 영국으로 건너온 그라피티가 일단의 1세대 집단들에 의해 여러 곳으로 확산되어 나갔다. 시민들은 불만을 터뜨렸고, 경찰은 단속했다. 모두 감옥행이라는 강수조치...

  이때, 한 꼬마가 자기도 낙서대열에 끼워달라며 그들의 주변을 맴돌았으니 그가 나중에 명성을 얻게 되는 뱅크시다. 

    

  그라피티의 전통은, 

  1. 도구인 페인트는 반드시 훔쳐야 한다. 

  2. 자기 이름을 밝혀 써야 한다.      

는 절도의 방법을 통한 자기 뽐내기 식이었다. 소위 말해 대도의 스웩(로빈 훗 흉내내기)을 뽐내야 했던 것. 그래서 이런 조건들이 점잖은 영국인들을 많이 화나게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여튼, 1세대 낙서인들이 싸그리 다 잡혀갔고, 일부 잔류자들은 지하로 숨어 들어갔다. 이때 뱅크시가 등장해서 도발을 시작한다. 


  그의 그림에는,     

  1. 스텐실기법을 도입하고

  2.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그것이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일절 상업적 행위는 하지 않는다는 그였으나, 나이가 들면서 그도 먹고살아야 한다는 생활현실을 무시할 수 없었던지, 전시회를 열고 판매를 하기 시작한다. 중요한 것은, 그가 연 전시회에 유명인들이 줄을 섰다는 것이다. LA에서 연 전시에서는 브래드피트와 앤젤리나 졸리가 1번으로 들어온 손님. 본격적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는 것...     

  마구잡이로 재생산(대량으로 찍어내는 스텐실기법, 바야흐로 기술복제의 시대)해낸 작품을 즉석에서 팔기 시작하면서 그야말로 하루아침에 떼부자가 됐다. 늘 마음속에 앙금으로 남아 있던 생각, 그것은 예술은 누군가가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매매가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공공 예술가가 가진 기본 마인드다. 

  세계 여러 미술관, 박물관을 돌아다니면서 무단으로 그의 작품을 붙여 놓고 도망가는 이벤트가 시작된 것...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장벽에 그림을 그리고 돌아다닌 행위, 거대한 장벽 앞에 호텔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전시회를 연 것이 주목받는 일이었다면...     

  결정적인 또 하나의 사건을 감행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소더비 경매장의 그림 파쇄 사건... 비로소 그의 이름이 세상에 드러났다. 뱅크시, 그는 여전히 얼굴 없는 작가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그의 이름은 세계라는 무대의 한복판에 새겨진 것이다.


  그의 벽보 낙서들이 주장 가득한 선동이 될지, 상업성을 획득하고 타락하게 될지 두고 볼 일이다. 이미 이 두 가지 현상은 실현된 바가 있고, 또한 뱅크시는 이미 부자의 대열에 들어선 미술가이니, 어느 쪽에 서게 될지 혹 모를 일이다. 공공미술이 보여줘야 할 태도와 가치, 그것이 예술의 길로 가기 위해서는 관객인 우리의 몫도 분명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공공이라는 말에는 지금 현시점에서 사람들이 하고 있는 생각이라는 부분이 빠질 수없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뱅크시는 예술과 대중의 중간 어디쯤에 서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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