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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맘 쑥쌤 Sep 26. 2020

나는 반 워킹맘, 엄마 블로거의 하루

엄마의 미래는 엄마일까?!

친정엄마에게 선물해주고 싶었던 게 마침 당첨되어 신나게 글을 쓰고 연락하니 어차피 명절에 올 거 미리 오지 말라고 하시네요

엄마는 아마 추석을 앞두고 쉬려니 더 바쁘신 듯, 또 두 번째 주말을 넘기려다가 남편이 일하는 곳 숙소가 가까운 거리라며 갖다 드리겠다고 아이들과 함께 나갔어요


내일은 또 시댁일로 제가 애들을 보고 남편이 나가야 하는지라 남편이 미안한지 오늘은 저를 쉬라는데 사실 경차라 물건을 싣자면 누구 하나는 내려야 하기에 그게 저로 당첨! 얼떨떨한 갑자기 찾아온 횡재?!!


코로나로 3월부터 아이 둘 퇴소시키고 가정 보육해온지 7개월 차, 혼자 집에 덩그러니 있으려니 믿기지도 않고 뭔가 얼떨떨한 기분에 갑자기 생각난 티비!!!

 



그래! 이거다!!!

박보검이 나오는 새로운 드라마!!!


첫째가 돌 지나고 티비장을 올라가고 장난칠 때쯤, 티비를 계속 트는 게 아이들에게 안 좋겠다 생각할 때쯤 저희 부부는 티비를 꺼두기로 했어요

물론, 아이들이 보고 싶은걸 정해서 원하는 만화를 얘기해서 그걸 보거나 찾아주기도 하고요

시간을 정해두고 틀어주다 보니 티비를 틀면 애들은 자기들 시간인 줄 알고 조르고;; 귀찮아서 안 보다 보니 이젠 무슨 프로그램을 하는지도 모르겠더라고요




그러다 문득, 친정에서 봤던 이 드라마가 기억나서 틀어봤어요. 박보검이 또 얼마나 잘 생겼게요

그런데 오늘 대사를 듣고 순간 마음이 핑하네요

할아버지 역을 맡으신 분이 모델을 준비하면서 저 날 아주 멋지게 사진을 찍고는 맥주 한잔 하는데 그렇게 말해요


“내가 스무 살 땐 여러분보다 똑똑하지는 않았지만 자식은 낳았습니다. 그게 내 인생에서 제일 잘한 일이에요. 해준이를 만났거든요. 그래서 오늘 너무 행복하고 여러분이 너무 부럽습니다.”


맞아요. 아이들 덕분에 새 삶을 살게 되었는데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는데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행복과 답답함이 계속되었어요

코로나로 미래는 더 안 보이고요

청춘을 보고 부럽다는데 내 청춘은 어딜 간 건지..




막상 혼자가 되니 아이들이 함께 없음에 어색하고 불안하고 정말 어쩔 줄 모르겠더라고요

아이들과 코로나로 너무 의지하며 붙어있었나 봐요

엄마는 여전히 티비를 보면서도 장난감이 걸리고 저녁이 고민되지만 우선, 귀한 박보검을 오래 봐 두기로 했어요

언제 또 찾아올지 모르는 귀한 자유시간이니깐요




드라마가 끝난 후 엄마블로거의 하루로 돌아와서 일 우선 순위를 적어두고 순서를 적기 시작했어요

급한 마감이 있는 것, 주말에 미리 써둬야 할 글과 사진, 인스타그램 피드 한장 올리기, 도착한 제품 사진 미리 찍어두기, 습관처럼 택배 어플 확인하기


자주 새벽에 잠들다보니 아이들이 깨어나는 소리에 겨우 일어나서 늦은 아침을 차려주고 한 번 놀다가 티비를 틀어주고 아침 일 체크를 하고요

중간중간 아이들 놀이하며 사진을 찍어두거나 제품 사진을 찍어둬요

그리고 간식과 밥을 챙기고 미안함에 아이들과 집 한 바퀴 산책을 하거나 장을 봐오지요

그러고는 육아퇴근 후에야 본격적으로 집중해야할 글과 영상 만들기, 늦은 마감을 앞둔 것들을 쓰죠


바쁘게 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육아에 규칙적인 일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에요

남편의 야근이나 회식 또는 외출다녀온 아이들이 차에서 잠드는 주말엔 12시가 다 되도록 눈이 말똥말똥하니깐요오래하다보니 그것도 익숙해졌어요

그런 날은 모든걸 미뤄요


아이들과 함께 하려고 선택한 일이었는데 자꾸 일에 약속을 못 지켜 화를 내면 안되니깐요

다행히 블로그는 독촉메일이나 문자와 죄송하다고 연락을 하면 되니 다행이에요

물론 그 업체에서 다음엔 뽑아주거나 연락이 오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회사를 하루아침 짤리진 않으니깐요




아무도 없이 혼자 육아하려니 지치던 초보맘 시절 막연하게 블로그를 시작했어요

가족 모두가 살기 바빴고 그때 즈음엔 친구들도 모두 결혼해서 각자의 문제로 힘들었기에 계속 힘들다는 얘기를 할 수도 없었고요


처음에는 육아일기로 어느 날은 초보맘의 마음으로 남편의 잦은 야근이 화나서 막 쏟아부을 때도 있었지요

그때 생각하면 초보일때가 가장 재미있었어요

또래의 엄마들이 서로의 육아를 격려해주고 같이 화내 주고요


낯섦이 있는 저는 얼굴도 모르는 지역 카페에서의 대화보다 서로의 블로그로 친해지고 아이들 얼굴과 행동이 익숙하고 또래 아이들을 키우는 랜선 이웃들이 더 좋았지요

자주 깨던 예민한 아이 때문에 남편은 애들 크고 하라며, 그만 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계속 설득을 했어요


“난 집 안에서 자고 일어나서 밥하고 애들 보고 집안일하고 쳇바퀴를 돌고 할 수 있는 게 이것뿐이야”


그리고 벌써 4년, 핸드폰 쇼핑과 드라마 시간을 버리고 치열하게 남는 시간 동안 블로그로 글을 써요

아이들에게 선물하고 싶었던 장난감과 책을 체험하고 서포터즈 활동을 하기도 하고, 가끔은 원고료도 받고 광고비도 받고 아직은 얼마 안 되지만 코로나가 터지고는 감사함이 커졌어요




아이들에게 내 손으로 선물도 하고 이렇게 조금씩 모아서 내 공부를 다시 하겠다고 하니 이젠 그냥 컴퓨터일로 생각하지 않고 퇴근 후 30분씩 들어가서 하라며 지원해주기도 해요


물론 아직은 틈틈히 고민하고 글 쓰고 영상을 만들어야 하다 보니 유유자적한 디지털 노마드의 이미지와는 달리 양쪽 다 소화하기 바쁜데요

현실은 보리차 물 받으려다가 넘치고, 장 봐야 하는 시기를 놓치거나, 전자레인지에 음식 넣어두고 까먹고, 나를 찾겠다고 정신없이 일하다가 애들 챙겨 먹이고 다음 날 전자레인지에서 발견할 때의 그 마음이란..





내일은 시댁일 보러 가야 한다고 했던 쉬라던 남편은 아이들 사진을 카톡으로 계속 보내주네요

참 예쁘고 허전한데 신기하게 또 더 쉬고 싶고요

코로나 속에서 몇 달만에 생겼던 어색했던 시간이 금세 지나가고 어느새 아이들 올 시간이 되었어요


이제서야 더 쉴걸 커피라도 사올걸 그랬나 후회도 되고요

오랜만에 쉬어보니 어린이집 둘 보내던 생각이 났어요

사실 요새 어린이집 유치원들을 보내기 시작해서 마음이 많이 흔들려요

욕심으로 집에서 일도 하고 애들도 보느라 힘든 것도 있지만, 벌써들 유치원 추석 행사를 얘기하는데 전 낄 수가 없거든요

그렇지만 살 부대끼며 눈 마주치는 시간이 소중하다는 걸 영원하지 않다는 걸 잘 알기에 잘 지내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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