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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레미 Start Maker Jan 09. 2022

칠레 토레스델파이네 W트레킹 3일 차_파타고니아 트레킹

버킷리스트_6대륙_남미여행_191211

파타고니아 트레킹이라 불리는 칠레 토레스델파이네 W트레킹 3일 차 일정은?


아침 8시 폰 알람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는데, 어제부터 계속 비가 왔나 보다. 텐트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비현실적이게 느껴졌다. 너무나 낭만 있다고 해야 할까?

따뜻한 침낭 안에서 눈을 감고 빗소리를 들었다. 툭 툭 샤아아~ 귀가 힐링되는 느낌이었다. 온전히 소리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다. 자연의 소리에 감동받은 시간이었다.


여행의 일상적인 과정인 짐을 싼다는 것은?

일어나서 다시 짐을 싸고 정리하였다. 여행하는 동안 짐을 풀고 다시 넣고 하는 것이 항상 해야 하는 것이었지만 매일마다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내일 또 떠날 것이라고 하여 귀찮다고 짐을 안 풀 수는 없는 일이며, 그날그날 넣는 방법도 달라졌다. 먹을 것들이 하나씩 줄어서일 수 도 있겠다.


트레킹을 할 때는 숙소에 두고 온 짐 까지 생각한다면 그렇게 많지 않은 짐을 가지고 다니는 것인데, 어떻게 하면 가볍게 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을까 궁리하며 꺼내고 다시 넣고 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트레킹에 일상적인 부분이지만 중요하게 느껴졌다.


내가 예약했던 패키지는 침낭까지 제공해주는 것이었기에 내 침낭은 꺼내 쓸 일이 없었다. 사실 여기에서 쓰는 것 인주 알고 큰 부피를 차지하는 침낭을 열심히 들고 다닌 것이었는데 막상 쓸 일이 없으니 뭔가 허탈한 느낌이 들었다. 다음 캠핑장에서는 쓸 수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다시 힘을 내어 배을 매고 출발하였다.

 

9시에 출발하였는데 비가 조금씩 계속 오고 하늘은 흐렸다. 의도치 않게 알바를 뛰게 되었다. 내가 가야 하는 방향이 아닌 다른 길로 내려가게 되어 비 오는 호수를 구경하게 되었다.

다행히 그곳에 직원분들이 물건들을 치우고 있어서 길을 다시 물어 길안내 표지판을 발견하고 제대로 이동할 수 있었다.


비 오는 날의 트레킹은?


역시 느낀 거 지만 날씨가 참 중요하다. 비가 오니 호수 색이 에매랄드 색이 아닌 회색빛이다. 먹구름 색이 반영돼서 그런가 보다. 그래도 구름 낀 모습이 나름 운치가 있었다.

보라 꽃, 선분색 꽃, 노란 꽃들은 그대로 반짝였고, 물을 머금은 나무들은 초록색인듯한 연두색인 듯 각자 자기들만의 색을 도드라지게 보여주었다.


도모 프란세스 산장으로 가는 길에 비가 추적추적 계속 내렸다. 무섭게 휘몰아치는 비는 아니었다. 나무가 대신 비를 막아줘서 일까?

혼자 나무 사이로 걸어가면서 물을 머금은 숲의 냄새를 맡는데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었다. 바닥에 진해진 흙색 길, 물웅덩이를 피해 걷는 것도 나름 스릴이 있었다.



프란세스 캠핑장 안내 데스크로 체크인을 하러 올라갔는데, 내가 머무는 곳이 아니라고 한다. 오늘 두 번째 알바를 하게 되었다. 오늘은 길을 잘못 드는 날인가 보다. 다시 내려가 표지판 방향을 보고 찾아 나섰다.


나무 사이를 벗어나서 계속 걸어서인지 레인커버를 씌었는데도 가방과 방수 점퍼 모두 다 젖어있었다. 그렇게 도모 프란세스 산장 체크인 장소에 도착하여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직 체크인 시간이 아니라고 안내해주었다. 옷이 젖어 너무나 추웠다. 겉옷을 벗어 따뜻한 난로 옆쪽에 펴서 말렸다.

그리고 음식을 같이 파는 체크인 장소에서 점심이 다가오는 시간이라 배도 고프기도 하여 퀘사디아와 핫초코를 시켰다. 퀘사디아가 내 입맛에 너무 짰는데 코코아 덕에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 12시쯤 다시 출발하는데 빗방울이 옅어져 있었다. 판초우의를 입고 한 10분 정도 걸어가고 있는데 그때부터 비가 안 오고 날씨가 개기 시작했다. 다시 날씨 요정이 찾아왔나 보다.


설산에 눈이 흘러내리는 것을 본 적이 있나요?

이탈리아노 캠핑장을 지나가는데 처음에 어디서 천둥 치는 소리가 나서 깜짝 놀랐는데 아니었다. 설산에서 빙하 눈이 녹아내려 떨어지는 소리였다. 와 근데 이걸 직접 내 눈으로 보다니! 엄청 빨리 후드득 무너져 내리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마지막에 연기가 쫘악 깔리는 모습까지 운이 좋게 눈으로 담을 수 있었다. 이 것을 멋지다고 표현해야 할까? 그 자리에 멈춰 그냥 입을 벌린 채 바라보게 되었다.



지나가는 길에 비가 와서 그런지, 계곡물이 불어서 소리도 콸콸콸, 흘러 내려가는 속도도 엄청났다.
프란세스 벨리 전망대에 도착해서 빙하산을 구경하고, 구름 낀 모습도 보고, 조금 쉬었다가 브리타니코 전망대로 출발했다.



혼자 또 열심히 한걸음 한걸음 걸어 전망대에 도착했다. 날씨가 그래도 많이 개서 한쪽 면 빼고는 다 맑게 보였다.

한쪽 면도 구름이 빠르게 움직 이길래 돌 위에 앉아서 구름이 지나가기를 바라며 기다렸다. 그러나 또 다른 구름이 또 와서 계속 감쌌다. 구름을 지켜보는 것 만으로 멍을 때릴 수 있었다.

맑게 개인 모습을 보는 건 포기하고 내려가기로 했다. 이런 날도 있는 거지 하고 받아들였다.

항상 맑거나, 비가 오거나, 구름이 껴있거나 하지 않으니까 날씨는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도 하늘의 구름 같지 않을까?

구름이 더 많이 지나가는 시기에 내가 그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마음 보기 명상에서 들었던 것들이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내 생각과 감정도 이와 같겠지? 하늘은 그대로 자리하고 있고, 내가 살아 있는 존재라는 것은 변함없다. 햇빛, 비, 구름이라는 생각, 감정도 왔다 지나가는 것이겠지?

내 마음의 날씨도 이렇게 계속 변화할 것이다. 언제는 비가 오고, 맑고, 구름이 잔뜩 끼어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마음의 날씨가 내 존재 자체를 증명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내려가는 길에 맑은 예쁜 옥색 호수 색이 돌아왔다. 언제 비가 왔냐는 듯 더 맑게 개인 날씨 사진을 찰칵찰칵 찍었다. 구름이 움직이는 것도 경이롭다.



내가 가는 길이 맞을까?

혼자 나무에 휩싸인 길을 걷는데, 쿠에르노스 방향이 쓰여있는 표지판만 있어서 혹시나 프란세스 산장을 놓칠까 봐 마지막에 조금 두려운 감정이 들었다.

또 길을 잘못 드는 건 아닐까? 이제 곧 해가 질 텐데 한참 또 가다가 이상한 곳으로 가 다시 돌아와야 하는 거 아닌가 말이다. 내 앞에 가는 이 없이 혼자 그 오솔길을 걷고 있자니, 의문이 들었다. 방향이 맞으니 길은 잃지 않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걸어야 했다.


내 염려와 다르게 프란세스 산장으로 가는 길이 맞았고, 저녁 6시 반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해서 보이는 호수 모습은 또 나를 감탄하게 했다. 방금 전까지 긴장하고 걱정하던 생각은 사라지고 너무나 예쁘다 하고 그저 바라보게 만들어버렸다.



산장에 도착하여 체크인을 하고, 내가 머무는 곳을 안내받았다. 넓은 도미토리 한쪽의 2층 침대였다. 침대 위에는 이불 대신 침낭이 깔려 있었다.

1층 의자에 앉아 짐을 꺼내는데, 침낭 커버가 축축했다. 오늘 비를 맞으며 산행한 탓이었다. 이제 1박이 남았는데 그곳도 침낭을 주지 않을까 하고, 이곳에 두고 가기로 마음먹었다. 짐이 줄어든다 생각하니 속이 후련한 느낌이 들었다.


짐을 두고 바로 핫 샤워를 하러 갔다. 개운한 몸과 마음을 지니고 식당으로 샌드위치와 핫초코를 먹으러 갔다. 저녁을 주는 시간이랑 겹쳐서 자리를 비켜 줘야 했다. 그래도 맨 끝 창가 자리로 옮겨가 맛있게 먹었다.

따뜻한 핫초코는 몸도 따뜻하게 만들어주었고, 마음도 달달하게 기분 좋게 만들어주었다. 20달러의 먹는 행복이 힘들었던 산행을 위로해주는 것 같았다.



다시 숙소로 돌아가 보니 내가 자는 구역의 침대 주인 분들이 체크인을 하고 있었다. 할아버지와 커플이었는데, 커플이 같이 잔다고 1층 한자리를 내어 주었다. 갑자기 또 감사한 일이 생겼다.

2층보다는 1층이 편한 거는 사실이다. 왔다 갔다 나무 사다리를 안타도 되고, 무엇보다 내 침대의 간이 등이 안 들어왔기 때문에 침대를 옮기는 것이 반가운 소식이었다.



식당으로 가는 길에 보이는 호수 뷰는 또 너무나 이뻤다. 일몰에 의해 물든 하늘과 호수는 내 마음과 눈과 기억에 고스란히 담았고, 핸드폰 카메라로도 찰칵찰칵 기록에 남겼다.



다시 식당으로 가서 유료로 와이파이 연결을 9시 55분에 했는데, 10시 10분에 나가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직원분들끼리 밤에 파티가 있나 보다.

와이파이를 포기할 수 없기에 식당 밖 의자에 앉아서, 추우면 또 발을 동동거리며 뛰면서 1시간 와이파이를 사용하고 다시 내 침대로 돌아갔다.


내일 드디어 4박 5일 일정에 마지막 밤이다. 안전하게 잘 마치자 다짐하고, 오늘도 수고했다고 위로해주고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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