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리스트_6대륙_남미여행_191213
파타고니아 트레킹이라 불리는 칠레 토레스델파이네 W트레킹 마지막 날은?
오늘은 파타고니아 칠레 W트레킹 4박 5일 일정에 마지막 날이다. 이 산맥을 더 도는 것이 아니라 다시 도시인 푸에르토 나탈레스까지 가는 일정이다. 트레킹을 하기 전 짐을 맡겨놓은 숙소로 무사히 돌아가는 것이 이번 산행에 진정한 마무리가 아닐까 싶다.
어젯밤에 방으로 돌아와 반바지를 입은 채 잠들었는데, 새벽 5시쯤 추워서 깼다. 가방에 있는 옷을 모두 다 찾아서 껴입고, 담요를 다시 덮고 잠을 청했다. 몸이 피곤한 탓에 추워도 침낭 없이도 잘 잔 거 같다. 죽지는 않을 정도에 추위였기에 잠에 깊이 빠진 것이 아닌가 싶다.
아침 8시에 일어나 씻고 마지막 짐을 다시 정리하며 핸드폰도 충전시켰다. 배낭은 많이 가벼워져있었다. 마지막 떠날 일정만 남아서 인지 더 가볍게 느껴진 것 같다. 첫 배를 타기 위해 푸데토 로 가는 배 선착장으로 걸어갔다.
선창작에 갔더니 나보다 일찍 배를 기다리고 있는 커플이 있었다. 인사를 나누었는데, 싱가포르에서 왔다고 하였다. 아줌마라고 더듬더듬 한국어로 말하고, 올더피플 영어를 섞어가며 산을 아주 잘 탄다고 이야기하는데 무슨 뜻인지 알 거 같아 같이 웃었다. 정말 대단하다고 느끼는 것 같은 억양과 제스처였다. 빵 터져서 한국인 아저씨도 산을 아주 잘 탄다고 말해주었다.
트레킹을 하면서 날씨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정말 날씨가 중요하다는 것을 또 느꼈다. 호수 색이 말이 아니다. 설산은 회색빛 구름에 쌓였는데, 하늘이 파랗지 않고 흐려 호수가 반영을 하지 못해 예쁘지 않게 느껴졌다. 한편으로 다행이다 느꼈다. 마지막 떠나는 날에 흐려서 말이다. 날씨운이 따라줘서 감사하게 생각했다. 흐린 대로의 매력이 있긴 하지만 맑은 날씨가 더 좋은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하얀 구름이 먹구름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비가 조금씩 오기 시작했다. 방수되는 옷과 우비를 후다닥 꺼내 입었다. 비가 점점 많이 왔다. 보트야 빨리 와줘라라고 속으로 이야기했다. 9시 45분에 보트는 출발했다. 35달러를 주고 보트 안 직원분께 배표를 사고, 표는 배에서 내릴 때 확인했다.
이곳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무언가 힘들면서 아름다웠던 트레킹이 끝나서 뿌듯하기도 하고, 아쉬운 생각도 스쳐 지나갔다. 후회 없이 걸었고, 보았고 느꼈기에 마음과 몸에 잘 깃들었을 것이라 믿었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보니 선착장 앞에 버스가 서 있었다. 라구나 아말가 입구로 출발하는 버스를 찾아서 탑승했다. 10시 반에 출발하여 버스 안에서 표값을 내는데, 18달러를 더 주고 푸에르토 나탈레스 가는 표 까지 샀다. 잠시 정차하였다가 11시 35분에 출발한다고 했다.
사람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나는 창가 자리에 앉아 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창 밖 풍경은 양도 조금 보이고, 라마도 보였다. 호수, 풀, 산을 보며 멍 때리기 좋았다. 이런 풍경은 나에게 행복한 경험을 선물해준다. 정말 뇌를 그냥 쉬게 해 주는 것, 이제 몸도 쉬라고 하는 것인지? 버스 멀미 인가? 다시 잠들었다.
오후 1시 10분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오프라인 지도를 다시 켜고 걸어가 짐을 맡겨둔 숙소에 잘 도착했다. 인자한 미소의 여자 사장님께 체크인을 하고 짐가방을 남자 직원분이 창고에서 꺼내 주셨다. 짐을 들고 키를 들고 방을 찾아갔다.
푸에르토 나탈레스에서 무엇을 할까?
2층 침대 방을 오늘도 혼자 쓴다. 편히 누워 쉴 수 있는 곳이 있어 감사했다. 다행히 이방은 저번 방보다 와이파이가 더 잘 돼서 좋았다. 같은 도시에 계신 분들이 계셔서 카톡으로 저녁 약속을 잡았다. 쉬면서 일기도 쓰고, 여행 일정도 다시 한번 점검하고, 30분 정도 잠을 청하였다.
동행분들을 만나러 밖으로 나왔다. 약속 장소에 한분 그리고 또 한분까지 다 오셔서 구글 평점이 나름 괜찮은 당으로 찾아서, 그때 저녁 식사 메뉴를 정했다. 역시 한국어로 이야기하니 얼마나 재밌던지, 도란도란 여행지 이야기를 나누고, 일정도 공유했다.
닭가슴살 튀김과 베이컨과 치즈가 올려진 감자튀김을 먹었다. 감자튀김 양이 너무 많아서 거의 다 남겼다. 이곳은 아무래도 감자튀김을 우리의 쌀밥과 같은 존재인 것 같다. 그냥 내 기준으로 봤을 때 엄청 많이 준다.
역시 치킨은 실망시키지 않았고 짜지 않고 맛있었다. 동행분이 유명하다고 알려주신 피스코 사워 칵테일 한잔도 같이 마셨다. 라임주스랑 잘 어울리는 맛이었다. 근데 갑자기 훅 취하는 느낌이 들었다. 알딸딸한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내 기분을 더 업 시켜주었고, 식당을 즐겁게 나올 수 있었다.
식당을 나와서 동행분들과 걸으며 거리의 느낌을 느끼고, 기념품샵에 들어가 구경했다. 파타고니아 삼봉 자석을 사고, 또 조그마한 파우치도 샀다. 동행분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아늑한 숙소로 돌아왔다.
방에 들어와 자세히 발을 보니 물집이 양발에 다 잡혀있었다. 역시나 물집이 안 잡힐 수 없는 일정이었다. 걷고 또 걷는 여정이었으니 말이다. 피츠로이 트레킹이 남았는데 잘할 수 있을까?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어떻게든 해낼 거라고 나 자신에게 암시하듯이 말해주었다. 내일은 엘칼라파테를 들렸다가 엘찰텐으로 이동하는 일정이기에 푹 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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