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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레미 Start Maker Feb 07. 2022

아르헨티나 엘찰텐 피츠로이 등산_남미트레킹_파타고니아

버킷리스트_6대륙_남미여행_191215


파타고니아 트레킹이라 불리는 아르헨티나 일출 명소는 어디일까?


파타고니아 3봉이 유명한 그곳, 아르헨티나 엘찰텐에 위치한 피츠로이 트레킹을 위해 이른 새벽에 잠을 이겨내고 일어났다. 이곳은 일출이 정말 멋지다고 들었다. 진동 알람에 깨어났고, 2시에 숙소 안내데스크 앞에서 동행분을 만나서 인사를 하고 가방에 물이나 간식 등 준비를 잘하였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고 출발했다.


문을 열고 나가자마자 세찬 바람이 엄청 불어왔다. 바람도 세고 소리도 장난 아니었다. 사실 오늘 일기 예보를 살펴보았을 때, 불타는 고구마로 불리는 봉우리나 정상에서 쨍하게 해를 볼 수 있을 거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일출을 보기 위해 트레킹을 하기로 했으니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힘차게 나아가리라 다짐했다.


걸어가는 길에 달빛에 비친 구름이 너무 예뻐서 사진을 많이 찍었다. 검은 구름 같기도 하고, 구름 사이에 달빛이 살짝 비치는 것까지 너무나 예뻤다. 밝은 달빛에 솜사탕 같은 구름이 밤에도 이렇게 예쁘구나. 달빛이 비치지 않는 곳은 별까지 반짝거리고 있었다. 유일하게 아는 별자리 이름인 오리온자리도 쪼르륵 보이고 좋았다.
 


이제 가로등 불, 달빛도 없는 길 깜깜한 밤을 걸어갔다. 아마 혼자였다면 다시 숙소에 돌아가지 않았을까 싶은 어둠이었다. 헤드랜턴을 켜고 등산로 입구를 통과했다. 바람을 맞서고 시내 도로를 걷다가 산길로 향하는 안 쪽으로 들어오니 바람이 누그러들었다. 산 오르막을 오르다 보니 몸에서 열이나 더워져 위에 경랑 패딩을 벗고 산을 타기 시작했다.


어두운 밤 달빛에 비치는 호수가 잔잔히 물결쳤다. 반짝반짝 힘들게 올라가는 중간에 다시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라구나 로스 뜨레스로 향하는 길, 편도 4시간 이라는데, 마지막 1시간이 정말 힘들다고 들었다. 역시나 그 말은 사실이었다. 처음에 올라가는 길과 오르막 빼고는 평탄하던 길이 갑자기 돌길로 바뀌었고 경사도가 높은 길을 치고 올라가야 했다.

그래 정상이니까 높은 곳에 있겠지 하고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서 정상 오르기 1시간 전 코스에서 소염진통제를 먹고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해가 뜨기 전 모습을 본 적 있나요?


숨을 거칠게 몰아 쉬면서 한걸음 한걸음 오르는 중 내 위에 분홍빛 구름 하늘이 보였다. 옆 쪽에 해가 뜨기 시작했다. 와~색이 너무 예쁘다~ 노란색 , 주황색, 빨간색, 분홍빛 구름에 비친 색 감탄을 자아냈다. 푹 빠져들었다가 사진으로 찰칵 순간을 담았다.

이 광경을 뭐라 표현해야 할까? 멍해진다 해야 할까? 가슴이 뛴 상태에 고요한 울림이라 해야 할까? 감동적이라 해야 할까? 이것을 글로 표현할 방법이 없다. 나의 부족한 글로는 담아내기 힘들 정도다.

여러 빛깔을 띄며 해가 뿅 하고 얼굴을 내비쳤다. 얼굴의 일부분이지만 동그란 해를 만날 수 있었다.




내 볼이 빨갛게 익었다. 가파른 돌길을 오르다 보니 열이 오르고, 땀도 났다. 드디어 눈앞이 정상이다. 정상에 날씨는 또 달랐다. 바람이 세차게 휘몰아치고, 날이 흐렸다. 정상의 삼봉은 보이지 않았다. 진짜 힘들게 돌길을 올랐는데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었다. 그나마 호수 색은 잘 보여서 다행이다. 그렇게 위안을 삼았다.



옷을 꺼내 입고, 혹시나 구름이 잠깐 자리를 비켜주지 않을까 하고 해가 완전히 아직 안 떴으니 하고 정상 부근에서 잠시 기다렸다. 그러나 바람은 더욱 세게 불었고, 추워서 더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사진을 남기고 하산을 택했다. 자연현상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이것도 다 추억이 될 것이다.


하산 길에 카프리 호수를 지나가는데 날이 흐려서 호수 색이 에메랄드색이 아닌 회색빛이었다. 스쳐 지나가듯이 보고 계속 내려갔다. 바람이 더욱 세게 불었기 때문에 구경하고 쉬어갈 여력이 되지 않았다.
눈인지 우박인지 바람과 함께 얼굴을 강타하니 아팠다. 그렇게 조금 더 내려오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하산할 때 물집이 더 커진 건지 발바닥은 열이 났고, 아파왔다. 계속 내려가다 나무 의자를 발견했다. 나무가 비를 조금 막아주고 있었다. 다행히 잠시 앉아 행동식 초콜릿과 물을 마시며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다시 힘을 내서 일어나 숙소를 향해 출발했다. 내려가는 길에 잠깐 뒤를 돌아보니 무지개가 떠있었다. 비가 계속 내리다가 잠깐 멈추었는데, 그 사이에 무지개가 모습을 드러냈나 보다. 날이 흐린데도 그 사이에 아름다움을 뽐내는 자연, 또 한 번 감탄한다.

또 어디서 딱따구리 소리가 들려 찾아보니 유명한 딱따구리가 가까이서 나무를 찍고 있었다. 오~또 신기한 모습을 봤다. 딱딱딱 규칙적인 소리와 움직임이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새가 컸다. 날아가지 않고, 나무에 붙어서 쪼고 있는 것으로 보아 우리가 위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등산보다 하산이 힘든 이유는 뭘까?


내려가도 내려가도 끝이 안 보이는 느낌이 들었다. 이 길이 맞나? 이렇게 먼 곳인가? 계속 속에서 의문이 들었다. 발바닥, 발가락 물집도 아프고, 다리와 무릎도 쑤셔오니 더 멀게 느껴졌던 것 같다. 비와 바람으로 날씨 또한 변덕스러워 더 힘들게 느껴졌다.

그래도 걷다 보면 언젠가 도착하겠지 다시 나를 달래며 속도는 다소 느려졌지만 꾸준히 조금씩 걸었다. 틈틈이 초콜릿과 사탕도 먹고, 비와 바람이 덜한 곳에서는 물을 마시고 숨을 골랐다.

등산보다 하산이 힘든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일단 정상에 올랐다는 목표가 사라졌다는 것과 이미 등산할 때 체력을 많이 소진했기 때문이다. 마음가짐이 조금 달라졌고, 몸 상태도 처음과 다르기에 더 힘든 것이 아닐까?


이제 내 시야에 도로와 시내 집들이 보이니 너무 행복해 저절로 박수가 나왔다. 이제 다 와간다는 느낌이 들어서였을까? 아! 무사히 내려왔구나! 이 기분은 느껴본 사람만 알겠지? 힘듦 사이에 미소가 뗘졌다.



드디어 안내판이 있는 곳까지 도착했다. 다음에는 무겁더라도 물을 좀 더 챙겨서 들고 가야겠다 다짐했다. 목에서 물을 달라고 아우던 치던 중 마셔도 되는 물 호스를 발견했다. 아 뭔가 오아시스라도 찾은 기분이 이런 느낌 일까? 병에 담아 물을 꿀꺽꿀꺽 삼켰다. 물 맛이 정말 꿀 맛이었다. 정말 새로운 행복감이 느껴졌다.

일찍 일어나 졸리고 피로가 누적되어 몸 이곳저곳이 아픈데도 산을 무사히 오르고 내려왔다.


수고가 정말 많았다고 동행 분과 이야기를 나눴다. 평소 산을 탄 적 없는 동행분이 너무나 힘들어하는 것 같아 가방에 챙겨 왔던 진통제를 주었다. 먹는 물이 콸콸 흐르니 잘 마시고 힘을 내어 가보자!

그러나 산에서만 내려왔다고 끝이 아니었다. 등산로 입구, 출발점이자 출구, 마지막점에서 숙소까지 걷는 길이 남아있었다. 긴장이 풀린 상태에서 평지도 어찌나 멀던지 새벽에 출발해서 갈 때는 몰랐다. 몸은 천근만근 역시 몸 상태도 중요하지만, 생각도 중요하다는 것을 같이 깨달았다. 끝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역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조금만 더 힘내자 걷다 보면 숙소가 나올 거다. 동행이 있어서 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혼자면 더 힘들었을 산행이었을 것 같다. 동행이 나보다 뒤에 있으면 잠깐 쉬면서 숨을 고르고, 동행이 앞을 먼저 가고 있으면, 그래도 걸어야지 하고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디뎠던 것 같다.

궂은 날씨에도 나는 내려가지만 또 올라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산행을 하였고, 비바람이 세게 몰아쳐 한 치 앞도 안 보이다가 어느새 또 보니 한쪽에는 무지개 떠 있는 모습을 보고 신기하고도 대단하게 느껴졌다.



숙소에 드디어 도착했다. 들어가서 보이는 의자에 일단 털썩 앉아 신발을 벗었다. 등산화 안에서 갑갑했을, 열이 나고 물집 잡힌 발에 숨을 쉬게 하고 싶었다. 양말까지 벗었다. 잠시 쉬었다가 내 방으로 들어갔다. 해냈구나! 이렇게 쉴 곳으로 왔구나!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짐 정리도 하고, 간단히 씻고 2층 침대에 올라가 짧게라도 남겨두기 위해 일기를 썼다.


나와 같이 산행을 갔던 동행은 다음 여행지를 향해 떠난다고 했다. 서로 건강을 잘 챙기고, 남은 여정을 잘 보내길 바라며 작별인사를 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침대에 올라와 같은 도시에 계신 분이 있는지 단체 톡방에 메시지를 올렸다. 그때 내 메시지를 보신 분이 계셨고, 저녁을 같이 먹자고 하고 약속을 잡았다. 그리고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잠을 청했다.


진동 알림에 일어나 나갈 준비를 마치고, 오프라인 지도를 켜고 만나기로 한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그러나 그 식당은 7시에 시작한다고 했다. 6시까지 만나기로 했는데 동행분들이 안 와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한분이 다리를 다치셔서 좀 늦은 것이었다.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아 10분 동안 어떻게 연락하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다행이었다.



배고픔을 이길 수 없어 근처 펍에 가서 돼지고기 스테이크와 사이다를 주문했다. 810페소, 120페소는 음료값이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식사를 했다. 내가 좋아하는 데프트 펑크 노래가 나와서 기분이 더 업되었다. 동행분들의 여행 이야기도 대단하게 느껴졌다. 다리를 다쳐서 일정 변동이 있을 것 같다고 했는데, 뭔가 나와는 다르게 더 유연하게 여행을 다니는 것 같았다. 아르헨티나에 가면 꼭 소고기 스테이크를 먹으라고 부위 추천도 해주었다.


동행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숙소에 다시 와서 간식을 먹고 씻고 방으로 들어왔다. 오늘은 아주 꽉 찬 알차고 재밌는 시간이었다. 사진을 보다가 스르륵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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