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리스트_6대륙_남미여행_191217
혼자 일출을 보려고 올라간 산은 어떨까?
오늘은 전에 못 본 3봉 일출을 보리라 맘을 먹고 새벽 4시 진동 알람에 일어났다. 이것저것 챙기고 일출을 보러 가는 곳을 알아보고 이른 새벽 4시 50분에 혼자 숙소에서 나왔다.
새벽 공기가 차갑게 느껴졌다. 굉장히 깜깜할 줄 알았는데, 많이 어둡지 않아 헤드랜턴은 필요하지 않았다. 가로등 불이 켜져 있어서 새까만 밤 느낌은 아니었다.
그래도 뭔가 혼자 어둑한 길을 걸으니 조금 무서웠다. 서늘하고 어스름한 느낌 말이다. 괜히 콧노래를 부르고 더 씩씩하게 걸었다.
혼잣말도 하면서 걷다가 등산로 초입에 들어갈 때부터는 헤드랜턴을 켜고 오르기 시작했다. 아직은 해가 뜨기 전이라 어두운 느낌이라 땅만 보고 걸었다. 오르다 보니 점차 밝아져 괜찮은 느낌이 들었다.
오르막이라 몸에 열도 나기 시작했고, 풀들 경치가 눈앞에 보이니 혼자라도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무서웠던 마음을 달래주는 것 같았다.
계속 걷다 보니 콘도르 전망대에 어느새 도착해있었다. 안타깝게도 오늘의 날씨도 구름 가득이었다. 예보상 맑지 않을 것이란 걸 알았지만 3봉이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그래도 혹시나 해는 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바람이 덜 부는 쪽 바위 뒤에 혼자 걸터앉았다. 바람이 더 세차게 불더니 빗방울이 조금씩 흩날렸다. 옷으로 몸을 꽁꽁 싸매고 바람과 비가 더 거세지길 않길 바랬다.
자연 풍광은 어떤 의미 일까?
역시나 자연 풍광은 변화무쌍하다. 날씨에 따라 그것은 그대로 있지만 어떻게 보일지 모른다. 맑을 때 보이는 것과 아닐 때 보이는 것도 다를 것이고, 시간에 따라서도 다르게 보일 것이다.
또 하나 깨달은 것이 있다면 내가 보고 싶다고 하여 꼭 내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너무 욕심 내지 말고 내가 현재 할 수 있는 것 중에 현명하게 생각하고 실행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해가 뜨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모든 곳에 밝음이 보일 때 하산을 하기로 했다.
숙소로 돌아가기 전 다시 전망대로 갔다. 새벽에 보는 마을 풍경은 예뻤다. 달도 오른쪽 옆 한편에 떠있었고, 구름의 이동도 멋졌다.
엘찰텐에서의 마지막 날 전망대에 올라오길 잘한 것 같다. 후회는 없었다. 날씨가 흐려서 뚜렷한 3봉은 못 봤지만 그 나름대로의 풍경과 느낌은 보고 느낄 수 있었기에 감사했다.
모자를 뒤집어쓰고 하산 길도 혼자이기에 자유롭게 콧노래도 부르고 천천히 풍경도 즐기면서 등산로를 내려왔다. 숙소까지 잘 도착하였고 무사히 등산을 마칠 수 있었다.
쉬다가 어제 마트에서 장본 것으로 간단히 점심을 챙겨 먹고, 짐을 다 챙겨서 체크아웃을 하고 버스 터미널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바람이 엄청 불어서 얼굴에 모래가 닿았고, 코는 점점 더 건조해져 가는 느낌이 들었다. 운이 좋다고 해야 하나? 바람이 뒤에서 불어 나를 막 뛰게 해 주었다. 이 상황이 위험하다고 느껴지기보다 오히려 피식 웃음이 났다.
장난 아닌 바람이 내 앞쪽에서 불어 막는 것이 아니라 뒤쪽에서 불어줘서 쉽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 줘서 감사한 마음까지 들었다.
얼른 버스터미널에 가서 쉬라고 하는 듯 무거운 짐을 든 나를 막 보내주는 느낌이 들었다.
예약해 둔 버스는 오후 1시 출발이어서, 시간이 남아 터미널과 연결된 카페에서 쉬면서 기다리기로 했다. 카페에 잘 도착하여 바람을 피해 문을 잘 닫고 따뜻한 카페라떼를 시켰다. 춥고 피곤한 몸을 녹여주었다.
밖은 바람으로 나무가 휘청이고 정신없어 보였지만, 카페 안은 조용하고 아늑했다.
또 창밖을 보며 잠시 멍을 때리다가 사진도 보고 일정 체크도 하다 보니 어느새 버스 탈 시간이 되었다. 드디어 남미에서 유명하다는 쎄미까마 2층 버스를 타게 되었다.
정해진 자리가 있는 것이 아니어서 2층도 구경하고 다시 내려와 1층에 자리가 좀 더 넓은 곳을 택했다. 바람이 많이 부니 2층은 더 흔들릴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다.
의자를 끝까지 젖히고 누우니 정말 편하고 좋았다. 폰 충전시키는 곳에 폰을 연결하고 창문 밖을 바라보다 잠들었다.
엘찰텐에서 엘칼라파테에 버스를 타고 도착해서 무엇을 할까?
어느새 엘칼라파테 터미널에 도착했다. 단톡방에 식당을 여신분이 계시다고 하여 사진을 보고 찾아갔다. 터미널 근처였는데 아직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하신 것이 아니라 헤맸다.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한국 사장님이 반겨주셨다.
매콤 소고기맛과 소불고기 맛 삼각김밥을 사고, 옆에 반가운 봉지 신라면도 있어 같이 구매했다. 대단하시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먼 타지에서 한국음식을 만들어 파신다니 감사했다. 또 오랜만에 한식을 먹을 생각에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한인민박이라 예약한 후지 민박을 찾아서 가는데 주소를 찍어놓고 오프라인 맵을 보고 걷는데 계속 헤맸다. 외국인에게 지도를 보여주고 물어보고, 그 주위를 돌고 돌다가 결국 찾았다.
무거운 짐을 들고 찾아다니는데 온 몸에 땀이 났다. 비슷해 보이는 듯한 집들 사이에서 후지라고 쓰여있는 간판을 발견해 너무나 반가웠다.
의도치 않게 집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운동 겸 고생을 했다. 지도를 보면서 헤매다니 역시 여행은 알 수 없는 일 투성이다. 이제 한번 찾아와 봤으니 숙소를 또 헤매는 일은 없겠지?
어렵게 도착한 그곳에서 한국말을 할 줄 아시는 일본 사장님이 반갑게 맞아주셨다. 여자 사장님이 한국분이시고 남편 분이 운영하고 계셨다. 도미토리였는데 안에 화장실도 있고 1층 침대를 쓸 수 있었다. 집은 넓고 괜찮았다.
투어비와 숙박비까지 1달러에 62페소로 환전받아 비용을 모두 지불했다. 16000페소나 하는 빅 아이스 모레노 빙하투어는 비싼 느낌이 들어 망설여졌지만 이왕 온 김에 확실히 체험하고 가자는 생각이 들어 예약했다.
내일 빙하투어에서 먹을 김밥 도시락까지 미리 예약했다. 그리고 공항으로 가는 셔틀버스도 4000페소로 문의해놓았다. 한국말이 통하니 너무나 편하고 좋았다.
그리고 거실로 나와서 놀다가 라면과 삼각김밥 저녁을 먹었다. 곧 가게 될 부에노스 아이레스 하루 일정 계획도 짜고, 탱고 공연도 같이 볼 동행도 구했다.
다른 방에서 머무는 한국 커플분이 거실로 나오셔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같이 시내로 출발했다. 결혼한 부부셨고 그 모습이 되게 보기 좋았다.
숙소에서 시내 초입까지 걸어서 45분 정도 걸렸다. 뭔가 광활하고 조용한 길을 혼자 가지 않고 같이 이야기하며 걸으니 금방 도착했다. 초행길이었지만 덕분에 헤매지 않고 시내에 잘 도착했다.
부부 분과 헤어져 시내는 혼자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조용한 숙소 주위 풍경과 달리 북적북적한 도시 느낌이 들었다.
큰 마트가 보여 들어가 내가 푹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바닐라 요거트와 간식 과자를 조금 샀다.
엘칼라파테는 엘찰텐보다 시내가 크고, 예쁘고 아기자기한 느낌이 드는 상점이 많았다. 마트와 식당들도 많았고, 소소한 기념품을 파는 상점들도 꽤 있었다. 무엇보다 사람이 많아서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시내를 어느 정도 돌고 다시 혼자 숙소로 향해 걸었다. 돌아가는 길에 보이는 일몰은 너무나 멋있었다. 끝없는 곳에 떠있다가 지는 해를 잠시 지켜보다가 마음 한편에 해가 다 떨어지기 전에 숙소에 도착해야지 하는 마음이 들어 발걸음을 빨리 옮겼다.
깜깜해지기 전에 방에 잘 도착했다. 짐을 정리하고 씻고 나서 거실로 나가 밖에 야경을 보게 되었다. 반짝반짝 집에 불들이 켜져 있었는데 많지는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멋있었다.
이제 푹 자는 일이 남았다. 물집에 약을 바르고, 비타민과 소염진통제를 약을 먹고 잠들었다. 내일 새벽 6시에 잘 일어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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