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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레미 Start Maker Jan 17. 2022

칠레 토레스델파이네 W트레킹 4일 차_파타고니아 트레킹

버킷리스트_6대륙_남미여행_191212

파타고니아 트레킹이라 불리는 칠레 토레스델파이네 W트레킹 4일 차 일정은?


아침 7시 30분 잠에서 깨어났다. 자기 전에 살짝 추운 감이 있었는데 역시 피로한 덕에 푹 잘 잔 것 같다. 이제 준비하고 파이네 그란데 산장으로 가봅시다!라고 속으로 결심했다. 

같은 방을 쓴 분들과 아침 인사를 나누고 짐 정리도 하고 씻고, 간단히 초콜릿으로 아침을 대신하고 8시 반에 마지막 W트레킹을 하기 위해 발을 내디뎠다. 

오른쪽 무릎이 안 좋은 것이 느껴져서 천천히 걸었다. 옛날처럼 산을 많이 탔을 때에 좋은 체력이 아녔으니, 4일 내내 강행군으로 무릎이 성할리 없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이탈리아노 산장에 도착하니 앞에 초록색 칠판에 날씨예보가 그려져 있었다. 아기자기하니 예뻤다. 직원분이 수기로 지웠다가 다시 새로 그린다고 생각하니 웃음이 나기도 했다. 아픈 무릎을 신경 쓰며 걷다가 경유지인 산장에서 피식하며 웃으며 충전하게 되었다.


트레킹을 하면서 느끼게 된 것은?

내일은 비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오늘은 다행히도 안 온다니 한 시름 놓았다. 그러나 예보는 참고 사항이니 특히나 산에서는 맹신하면 안 될 일이다.

산은 날씨 변덕이 심하니 항상 현재, 지금에 적응해야 한다. 비가 갑자기 쏟아지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개일 수도 있고, 구름이 지나갈 듯하면서도 밀당하듯 계속 껴있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파이네 그란데 산장까지 2시간 반 정도 걸린다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나는 시간이 더 걸렸다. 계속된 산행으로 무릎만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라 왼쪽 새끼발가락에도 물집이 생겨 말썽이었다. 그래도 계속 걷다 보면 도착할 것이라는 알기에 힘을 냈다.
몸은 이곳저곳 쑤시고 아팠지만 아픈 것에 신경 쓸 겨를 없이 자연 풍경이 
예쁘다~좋다~ 계속 나를 감탄하게 만들었다. 계속 나아가게 해 주는 힘의 근원이었다. 



계곡을 지나는 곳에 흔들 다리가 있었는데 1명씩만 지나갈 수 있었다. 계곡 물살이 엄청 세고 바람도 세차게 불어서 인지, 2명 이상 갔다가는 큰일 날 거 같은 느낌을 받았다. 자연의 힘이란 장난이 아니구나!

열심히 또 풍광에 빠져 들어 보고 내 주위에 지나가는 사람이 없을 때는 가끔 감탄사와 혼잣말을 내뱉었다. 나도 모르게 나오는 말이었다.



한국인은 세계 어디에나 있는 것일까?

가는 길에 딱 보아도 한국분들이 지나가시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와는 반대 방향으로 단체 트레킹 여행을 하러 오신 거 같다. 

지나가는 길에 한국인 이신 것 같아 먼저 안녕하세요 인사를 했는데, 받아주시는 분이 계셨다. 혼자 다니는 거냐고 물으셨다. 네, 맞습니다! 하고 웃었다. 대단하다고 하시면서 악수를 건네셔서 반갑게 받았다. 잠깐 이었지만 여행 코스도 이야기하고 하하호호 한국어로 대화를 하니 웃음이 지어졌다.

올라~그라시아스~하이~땡큐~대신에 안녕하세요와 조심히 가세요라고 인사를 나누니 되게 정겨웠다.



지날 때마다 보이는 자연 풍광은 감탄사를 계속 날리게 했다. 바람에 흩날리는 호수 물~나무~꽃 들 다 너무 멋졌다. 보라색 꽃, 빨간 꽃, 노란 꽃, 풀 다 감동적이다.

또 한걸음 한걸음 발을 내딛는데 좋아하는 바다색 호수와 옥색 호수가 같이 보인다. 캬아~이런 뷰를 보다니... 우와~~~ 설산과 찐한 에메랄드색 호수 그리고 산장과 배, 거기에 푸른 풀과 앙상한 나뭇가지까지도 너무나 아름 다웠다.


마지막 산장으로 가는 길에 바람이 엄청 불었는데, 걷는 방향과 반대로 바람이 불어 내 몸도 같이 휘청했다.

배표가 안내되어 있는 곳을 지나 산장에 드디어 도착했다. 체크인을 하고 방으로 가서 짐을 풀었다.

이탈리아노 산장까지 30분, 파이네 그란데 산장까지 3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파이네 그란데 산장은 되게 크고 넓었다. 건물이 계속 연결되었고 내가 머무르는 곳까지 가는데 최근에 새롭게 지은 느낌이랄까? 아늑하면서도 휴게시설도 잘 되어있어서 좋았다. 


그러나 안내받은 방에 문을 열고 들어 갔는데 다른 곳과 다르게 이불이 없었다. 원래는 이때 쓰였어야 할 침낭이 이제는 없다. 내가 서에서 동으로 돌았다면 침낭을 유용하게 쓰고 있었겠지?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두고 온 침낭이 그리워졌지만 밤에 옷을 다 껴입고 경량 패딩과 양말 등 있는 것은 다 입고 신고 자야겠다고 다짐했다.



배정받은 방에 일찍 도착하여 6인실 2층 침대 중 아래 침대 자리를 맡을 수 있었다. 호수 뷰가 잘 보이는 곳으로 찜했다. 다른 트레킹 여행자들은 아직 체크인 전이라 손빨래하여 젖은 양말을 창가에 잘 말려뒀다.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 배터리를 충전시키면서 잠깐 휴식을 취하고, 일기도 썼다.

이러다가는 그대로 잠이 들 거 같아 방으로 나와서 식당으로 가 저녁 식사를 미리 예약했다. 핫초코 큰 컵으로 3000페소를 추가하여 마셨다. 달달한 핫초코를 마시니 기분이 좋아지면서, 몸도 따뜻해졌다. 



따뜻해진 몸을 이끌고 W트레킹의 마지막 코스를 가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드디어 4박 5일 여정 중 마지막이구나! 그레이 빙하 전망대까지 다시 힘을 내어 출발하였다.

트레킹 하면서 계속 느끼는 거지만 외국 노부부 분들이 같이 함께 산을 정겹게 같이 거니시는 게 정말 예쁘고 존경스러웠다. 나도 저렇게 늙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름이 설산 꼭대기에 걸려서 이동하는데 그냥 또 멍하니 잠시 보는데 너무나 예뻤다. 



민트색으로 나무 묘목을 보호해 놓은 판때기를 발견했다. 아마도 여기는 바람이 너무 세서 똑바로 자라지 못할까 봐 저렇게 해놓은 것이 아닐까 혼자 생각했다.

바람이 정말 많이 불었다. 한걸음 발걸음 떼는 것도 전보다 더 어려운 느낌이 들었다. 바람을 뚫고 옷으로 무장하고, 바람을 거스르며 천천히 올라 라구나 로스 파토스에 도착했다. 또 잠시 사진을 찍고 숨을 고르는 시간을 가졌다.


그레이 빙하 본 적 있나요?


마지막 목적지를 향해 걷는데라고 그레이 빙하가 저 멀리 보이기 시작한다. 드디어 전망대에 도착했다. 캬~ 회색 빛 빙하가 너무 멋지다. 광활한 것이 이런 것 일까?


혼자 여행 다닐 때 불편한 점이 있다면 전신과 풍경이 다 나오게 사진을 찍기 힘들다는 것이다. 인생 샷을 위해 외국인에게 사진을 부탁했다. 간혹 내 얼굴만 크게 찍어줘서 여기가 어딘지 모르게 셀카처럼 찍어주는 외국인이 있는데 다행히 나와 풍경이 다 잘 나오게 찍어줬다. 

매우 만족한 표정이 사진에 남았다. 날씨도 좋았고, 버킷리스트를 해냈다는 듯 얼굴에 그대로 나타난 느낌이 들었다.


전망대에서 멍을 조금 때리다가, 바람이 많이 불어서 내려가 큰 돌 뒤에서 행동식 간식을 먹고, 내려갔다. 왼쪽 새끼발가락과 오른쪽 무릎과 허리가 아팠지만 힘내서 걸었다. 피로가 누적되어 온몸이 아프다고 신호를 보냈지만 마지막 하산 길이니 조심히 천천히 내려갔다. 


마지막 하산 길에 느낌은?


트레킹을 마무리한다고 생각하니 풍경들이 더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발로 밟는 땅 느낌, 차가우면서도 맑은 공기, 초록 초록한 풀, 세차게 부는 바람 소리. 그늘이었던 곳이 따스한 햇빛으로 양지로 바뀌고, 구름이 스쳐 지나가 눈부신 햇살이 나를 감싸는 것 같았다. 모든 감각들이 내게 다가왔다.


길다면 긴 아쉽다면 아쉬운 하산길 막바지에 도착했다. 산장 들어가기 전 앞에 게시판에 붙어져 있는 배 시간을 보았다. 아침 9시 35분에 나가는 배였다. 배표를 리셉션에서 사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직접 배에서 사는 것이라고 알려줬다.

배에서 표를 사는 것이라고 하니 내일 부지런히 일어나 선착장에 일찍 가있어야겠다고 다짐했다. 혹시나 못 탈까 봐 하는 염려하는 마음이 들어서였다.


방으로 올라가 짐을 정리하고 빨래할 것과 샤워할 것을 챙겨서 샤워실로 갔다. 원터치 버튼이었는데 너무 뜨거워서 화상 입는 줄 알았다. 뜨거운 물이 안 나와서 탈이어야 하는데 이곳은 뜨거운 물이 콸콸 나와 문제였다. 참 적당한 게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다시 돌아오니 침대 6자리 모두 짐이 놓여있었다. 이제 사림이 다 꽉 찼구나. 외국인 두 명이 양말을 벗고 반창고를 붙이고 있었다. 간단히 인사를 하고 트레킹 코스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하던 중 한 명이 또 들어왔는데 남자 여행객이었다. 역시 자연스러운 혼성 도미토리 불편할 수 도 있지만 이게 외국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어차피 오늘은 누구 신경 쓸 겨를 없이 쓰러져서 잘 것 같다.



방에 사람이 많아 밖으로 나와 식당 위 바로 갔다. 6000페소에 화이트 와인을 한잔을 시켰다. 칠레 와인은 아직 한잔도 못 마셔봐서 도전하였다. 트레킹도 다 끝났겠다. 기분을 내고 싶었다. 

호수가 보이는 창가 의자에 혼자 앉았다. 홀짝홀짝 조금씩 마시고 밖을 보며 멍을 때렸다. 화이트 와인은 달고 피곤한 몸을 녹이는 듯 맛있게 느껴졌다. 취한 느낌, 알딸딸한 느낌이 들었다. 


창문을 통해 본 밖 풍경은 또 달랐다. 가만히 앉아서 보는 느낌도 새로웠다. 주위는 시끌벅적하였다. 바에서 트는 노랫소리, 사람들이 이야기 나누는 소리, 다양한 외국어로 이야기하는 소리가 어우러져 신기한 느낌도 들었다. 혼자여서 인지 외롭기도, 한편으로 좋기도 하였다. 이런 느낌을 온전히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을 보니 저녁 예약 시간인 7시가 다 되어가 1층 식당으로 내려가니 사람들이 벌써 줄을 서고 있었다. 앞사람부터 차례차례 식권을 내고 들어갔다. 수저를 들고 그릇에 급식처럼 하나씩 담기 시작했다. 치킨 수프, 구운 감자, 닭고기, 소고기, 야채밥을 가득 담았다. 

큰 의자와 식탁이 붙어있는 곳이라 한쪽에 잘 자리 잡았다. 그리고 남김없이 먹었다. 후식을 빼놓을 수 없기에 브라우니와 파인애플 주스도 가져와서 마무리하였다. 혼자서도 오랜만에 맛있게 많이 잘 먹은 것 같다. 배가 너무 불렀다.


1층 인포메이션 데스크 앞 소파에서 쉬는데 추워서 숙소가 있는 건물로 넘어갔다. 방에 가서 담요를 가지고 왔다. 숙소 1층에 히터가 켜져 있어서 따뜻했다. 보조배터리를 충전시키는 곳에 충전시켜 두고, 포근히 감싸는 소파에서 알람을 맞춰 두고 잠깐 눈을 붙였다. 피로가 싹 풀리는듯한 꿀잠이었다. 


잠깐 자고 일어나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일몰을 볼 수 있으려나 했지만 구름이 많이 껴있어서 못 볼 거 같아 그냥 이곳에서 쉬기로 했다. 

산장에서 마지막 날 밤은 8달러를 결제하여, 3시간 와이파이를 연결해서 재미있게 보냈다. 이제 앞으로 남은 여행지 정보도 찾아보고, 한국에 연락도 하고, 인터넷 세계와 오랜만에 오래 접속해서 한국 영상을 보며 웃기도 했다. 

인터넷 연결이 끊겼다. 이제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오는 시간이다. 시간이 벌써 11시 반이 되었다. 방으로 넘어가서 이제 잠을 청해야겠다. 수고 많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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