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할 수 없는 숨은 시간
코어(core) : 중심, 핵심을 뜻하는 단어
자율성 속에 내가 반드시 집중할 수 있는 시간. 즉 하루 중 나만의 코어타임을 찾는 것이 계획의 시작이었다.
24시간 중 취침시간 및 아이들이 학교 간 시간을 뺀 나머지는 계속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아이들이지만 내 시간과 에너지의 대부분을 나눈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
미라클 모닝을 통한 새벽 시간이나 아이들이 다 잠든 후 밤시간을 활용해야 하는데 운동 부족에 체력이 떨어지는 나는 번번이 시간 확보에 실패하였다. 야심 차게 하루의 계획을 세워도 계속 이어지지가 않으니 대책이 시급했다.
결국 하루를 쪼개고 따져보고 언제든 사수할 수 있는 코어타임을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물리적으로 무조건 보장되는 나 혼자만의 시간은 대략 오전 9시~오후 2시경. 따져보면 5시간 정도이다. 긴 시간도 아니지만 그리 짧은 시간도 아니었다.
그동안 이 시간들을 소파에서 한숨 돌리며 유튜브 알고리즘에 이끌여 영상의 꼬리를 물다 보면 어느덧 점심시간. 재빨리 밀린 집안일에 허덕이다 보면 아차! 하교시간이다.
코어타임 사수 대작전
일단 쓸 수 있는 시간을 파악했으니 처음부터 뜯어고치자!
1. 코어타임부터 확인
2. 가장 중요한 일이 처음, 집안일은 마지막으로
3. 이벤트성 외출 대신 계획적 일정 잡기
3. 전날 밤 미리 하루 계획 세우기
4. 독서시간은 오전/오후/밤으로 나누어 확보
사람마다 각자 중요한 일이 다르 듯 나에게 집안일은 해야 하는 일이지 중요도가 높은 일은 아니었다.
일단 등교전쟁에 엉망인 집을 방치하기엔 너무 거슬리니 앞에 30분은 짧게 집안정돈의 시간으로 쓰기로 했다. 그다음은 꼭 해야 하는 중요한 일부터 시작하고 하고 싶은 일들로 흐름을 옮겨갔다.
아이들 없는 사이에 해두면 좋은 장보기, 머리 하기, 지인 만나기 등 이벤트성 일도 많지만 일단 내가 꼭 해야 하는 일부터 끝내고 이후시간에 다른 일을 하는 것으로 순서를 변경했다.
효율성을 위해 그날의 일과는 보통 잠자기 전 체크해 두고 늦어도 오전 10시경부터는 나의 일을 위해 필요한 공부, 강의 듣기 등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1시간 정도는 나의 일에 집중하고 그 후 시간은 독서, 운동 등 내가 추가로 하고자 하는 일 또는 원하는 일들로 시간을 계획했다.
이전에는 두서없이 집안일부터 하다 보면 계획에 없던 옷정리를 갑자기 시작한다거나 예상치 못하게 흘려보낸 시간이 많았다. 지나고 보면 뭔가 바쁘긴 했는데 늘 아쉬움이 남는 하루였다.
이벤트성 일들이나 즉흥적인 외부활동부터 하다 보니 결국 중요한 일들은 계속해서 목표로만 남고 마무리되는 일이 없었다. 속 빈 강정 같은 상황들이 반복되었달까.
문제 해결을 위해 앞시간에 중요한 일을 배치하고 집안일과 같이 크게 집중하지 않아도 가능한 일들을 뒤로 미뤘다. 그동안의 생활 루틴을 뒤집은 것이 가장 큰 변화이다.
짬짬이 읽는 독서는 오전에는 집중이 잘 되는 책, 잠자기 전에는 쉽게 읽히는 책, 아이들 학원 보내며 비는 어정쩡한 시간은 공간의 구애가 없는 전자책을 읽는다. 한 가지 책을 나눠 읽는 것보다 상황이나 집중도에 맞는 책들을 읽으니 훨씬 만족감도 커졌다.
미라클 모닝도 힘들고, 밤시간도 번번이 실패한다면
객관적으로 하루를 들여다보고 무조건 사수할 수 있는 시간부터 찾아보는 건 어떨까?
남편의 이야기를 빌리자면 회사원인 그만의 코어타임은 퇴근 후 10시쯤부터 1시간 남짓이다. 출퇴근 시간이 길어 집에 오면 평균 9시. 늦어도 10시부터는 계획한 독서와 운동 또는 하고자 하는 공부를 조금씩 배분해서 하고 있다. 그만의 한 달 치 엑셀 체크리스트를 핸드폰으로 바로바로 체크하면 동기부여가 된다고 하니 팁이라면 팁이다.
코어타임의 확보만으로도 엉켜있던 실타래가 조금씩 풀리는 기분이다. 돌이켜보면 계획은 많이 했지만 제대로 끝낸 것은 극히 적었다. 이제부터는 작게나마 시작한 일들을 잘 매듭짓는 것부터 실천해보려고 한다.
뭐든지 시작하기 좋은 봄. 느리지만 꾸준히 나의 속도에 맞춰 내일은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
*사진출처: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