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한 예감이 적중할 때
독감의 지뢰밭 속에서 살아남기
두툼한 코트를 입고 다닌 게 엊그저께 같은데 소리 없이 찾아온 봄.
3월에는 두 딸의 생일이 있고 생일 때면 어김없이 벚꽃이 핀다. 출산 후 퇴원길에 창밖으로 흐드러지게 핀 벚꽃에 감탄했었지. 벚꽃나무가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는 것은 우리 가족의 가장 큰 행사를 알리는 것이다.
올해도 6일 차이가 나는 두 딸의 생일파티를 잘 치렀다. 반팔차림의 사람들이 보일만큼 따뜻해진 날씨에 주말에 벚꽃 구경 실컷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미세먼지 때문인지 콧물만 훌쩍이던 첫째.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다. 느낌이 불길하다.
불길한 예감은 왜 적중하는 걸까. 첫째는 다음날 아침 미열이 나더니 병원에서 감기약 처방을 받고 등교도 못한 채 쉬었다. 약을 먹어도 치솟는 고열에 다시 병원으로 달려가 듀얼검사(코로나+독감검사)를 하니 A형 독감 판정. 아뿔싸! 이게 무슨 데자뷔 인가.
작년 3월 벚꽃이 한창 이었을 때. 즐겁게 벚꽃구경 후 그다음 날부터 아이들이 시름시름 아프더니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었다. 어쩜 이리도 정확하게 겹치는지. 엎친데 덮친 격 감기기운 있다며 출근한 남편도 A형 독감이란다. 코로나와 같이 5일 격리라니 또 한 번 좌절이다. 월 초부터 지뢰밭과 같은 독감 환자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열심히 밥하고 약 먹이고 가족들 회복에 모든 것을 쏟았다.
아픈 딸과 남편이 걱정되어 병간호 속 며칠 신경을 곤두세우고 나니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졌다. 하필 이번주에 계획된 중요한 일이 많았는데 모든 것을 취소해야 했다. 갑자기 밀려오는 원망스러운 마음.
무언가 열심히 해보고자 할 때 우리를 방해하는 요소는 참 많다. 크게는 사건 사고와 같이 물리적으로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서부터 작게는 나의 마음속 저항에서 오는 게으름의 요소까지. 이번에는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라 마음을 비우기로 했다.
나를 방해하는 요소 속 대처법
가족들 밥을 대령한 후에 부엌의 끄트머리에 앉아 한숨을 돌리며 잠깐 책을 펼쳤는 데 한 구절이 마음에 와닿았다.
모든 것에 대한 '연습'은 의미 있다는 것.
지금은 완벽하지 않지만 거기에 시간과 노력을 쌓아 잘해보기를 바라는 마음. 내일의 내가 지금의 나보다 나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것이 '연습' 이기에 모든 상황 속에서 연습은 필요하고 의미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렇다. 인생이 뭐든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처럼 열심히 살기를 방해하는 다양한 요소는 늘 존재한다. 혼자일 때도 마찬가지고 가족들이 생기면 내가 제어할 수 없는 일들이 배로 늘어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무언가 잘해보고자 하는 마음은 늘 존재한다.
그럼 지금은 어떤 연습이 필요한 걸까? 어떤 상황에서도 중심을 지키며 조금이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지속하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회복탄력성
: 통상 다양한 시련과 역경, 그리고 실패 등이 주는 좌절감과 무기력을 오히려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더 높이 올라가는 이른바 마음의 근력
아이도 어른도 누구에게나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연습은 중요하다. 끝없이 원망하다 보면 시련이고 어찌 보면 별 것 아닌 상황이니 모든 것이 생각하기 나름이다. 예전 같으면 원망 가득 찬 부정적 감정에 사로잡혀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면 지금은 마음의 근육이 조금 붙었는지 현실을 받아들이고 이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생각해 본다.
잠깐의 틈이 나는 사이 아이 눈치를 보며 집중해서 쓰는 글이 나 혼자 여유를 부리며 쓰는 글보다 더 속도가 붙는다. 때로는 방해요소가 나의 최고의 능력치를 끌어내기도 하니 좋은 점도 있는 듯하다.
가족에게 더 건강한 음식 그리고 운동으로 몸의 체력도 키워야겠다고 다짐하며 무기력 대신 떨어진 에너지를 채워본다. 이렇게 오늘도 또 한 가지 연습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