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생각하는 대로 바라보다.
오랜 숙원 사업인 미용실에 방문했다. 새 학기를 맞이해 아이들 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입학식에 교실에 들어갔는데 직업병인지 엄마들의 머리스타일만 눈에 보여요."
그렇다. 내가 지금 집중해 있는 것, 즉 내가 관심 있는 것이 제일 눈에 띄기 마련. 디자이너 님의 말처럼 누군가의 눈에는 헤어스타일이 가장 눈에 보이고 관리시점이 되었네 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반면 '어떻게 하면 하루를 성취감 있게 보낼 수 있을까?'에 대한 것이 주 관심인 나에게 머리스타일은 뒷전이었다. 누가 어떤 책을 재밌게 읽었는지 사람들이 어떻게 시간관리를 하는지 이러한 주제가 나의 주 관심사인터.
거울에 비친 염색이 시급한 내 머리를 보며 관심 없는 것에는 너무 무심했구나 피식 웃음이 났다. 사람마다 보는 관점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 하루.
결혼 후 남편과 나의 공통 대화주제가 무엇이 있을까 늘 궁금했다. 연애를 할 때는 서로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알기 위해 대화에 애썼지만 결혼 후 대화가 점점 줄어들었다. 딱히 취미로 같이 할 운동도 없고 아이들이 생기다 보니 그 좋아하던 여행도 쉽지 않았다. 보통 각자 하고 싶은 말, 내가 관심 있는 것만 이야기를 꺼냈다.
퇴근해서 돌아온 남편은 회사생활 이야기를 쏟아내고 큰 관심 없는 나는 기계적인 대답으로 호응했다. 반면 하루종일 아이들과 있었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꺼내면 남편 반응 역시 형식적이고 시큰둥하다. 함께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면 좋으련만 하는 아쉬움만 남던 일방적인 대화들.
공통된 대화 주제를 찾다.
언젠가부터 자연스럽게 우리 부부의 대화가 조금씩 늘어갔다. 어느새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져 아이들끼리 놀고 있는 틈틈이 그리고 아주 부지런히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정확히 말하면 우리 부부가 갓생살이에 관심을 가지면서부터였다.
시간관리와 운동 등 열심히 살기에 관심이 많은 나와 남편은 드디어 공통된 주제 속에서 신나게 대화를 나눈다. 책과 거리가 멀었던 우리는 어느새 책에 재미를 붙였다. 자기 계발 분야의 도서를 둘 다 즐겨 읽다 보니 내가 읽어 본 책을 추천해 주기도 하고 남편이 독서 중인 책에 관심을 가지며 이야기를 나눈다. 늘 아이들 또는 회사이야기로 가득했던 대화의 주제가 넓어지니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즐겁고 서로의 시간을 존중해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다.
체크리스트를 열어 보이며 오늘은 80% 달성했다는 남편의 말에 대단하다며 폭풍 칭찬을 날리며 응원을 보내면 내심 더 뿌듯해하는 남편이다. 서로를 타박하거나 원망 어린 대화에서 벗어나 남편과의 관계도 변화됨을 느끼며 결국 변화는 작은 것에서 시작된 다는 불변의 진리를 깨닫는다.
비록 눈에 보이는 큰 변화가 없더라도 가정에서의 작은 변화를 느끼며 나의 삶도 조금씩 다듬어지고 성장하고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하루하루 불안했던 마음에서 꽉 찬 하루를 채우기 위한 사소한 노력. 대단하지 않아도 작은 성공의 기쁨들이 모여 행복감을 선물해 주는 것이 아닐까.
*사진 출처: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