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속 나만의 공간을 만들다
얼마 전 한창 '거실 공부'라는 주제가 주목받았다. 아이들을 키우는 입장에서 솔깃한 내용에 영상을 챙겨보기도 하고 키워드를 검색하며 아이 키우는 집들의 거실 풍경도 살펴보곤 했다.
생각해 보니 아이뿐만 아니라 성인인 나에게도 일을 잘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즉 열심히 살기 위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한 게 아닐까 의구심이 생겼다. 부모의 내리사랑 때문일까. 아이의 일이라면 책상 하나 의자 하나도 아주 신중하게 몇 날 며칠을 인터넷 서칭을 하며 고른다. 초등학교 입학한 딸의 방도 그렇게 완성되었지만 아직 어린아이들은 엄마가 있는 식탁에 모이는 게 더 좋은 가 보다.
이미 남편은 자신만의 공간을 조성해 둔 상태이다. 일명 독서실 책상을 안방 한편에 두고 책도 읽고 업무도 보고 자신이 계획한 일을 하는 공간으로 사용 중이다. 처음에 독서실 책상을 굳이 사겠다고 고집을 피워 한참 실랑이를 벌였다. 그런데 200% 이상 활용하며 집중도 있게 계획한 일을 해나가는 남편의 모습을 보니 나도 나만의 환경을 조성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서재가 따로 없이 아이들 공부방, 아이들 침실, 안방으로 구성되어 있으니 남편은 안방 한편에 책상을 두고 자기 방처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럼 나는 도대체 어디에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야 할까?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으니 일단 거실을 둘러보았다. 그동안 너무 작은 테이블을 식탁으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큰 테이블로 바꾸어 식탁 겸 나의 테이블로 사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꽤 널찍하고 튼튼한 테이블로 구입하고 바로 옆 진열대 공간을 책장처럼 사용하여 내가 읽고 있는 책과 다이어리를 두었다. 넉넉한 테이블 한편에 노트북과 독서대를 놓으니 꽤 그럴듯하다. 손에 닿는 곳에 바로 커피를 내려 먹을 수 있게 두니 나름 만족스럽다.
이전에는 소파에서 책을 보다가 잠깐 식탁에 앉아 노트북을 하다가 화장대에 앉아 생각나는 일을 하는 등 학생도 아니니 특별히 내가 집중할 수 있는 환경구성에 대한 생각을 딱히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내가 계획한 루틴들과 일정들을 해나가기 위해 나만의 환경을 만들어 두니 하고자 하는 마음가짐부터 달라졌다.
창밖 풍경이 푸르른 날 좋은 요즘은 창가 쪽으로 테이블을 옮겨 계절을 온전히 느끼기도 하며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곁에 두었다. 비록 아이들이 하교하면 테이블로 모여들기에 신데렐라처럼 아이들이 오기 전까지 나의 이들을 마무리해야 하지만 혼자 있는 시간에는 나의 공간을 만끽해 본다.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아플 때면 부모는 아주 기민하게 반응한다. 열이 있는지 수시로 체크하며 아이의 상태를 세심하게 관찰하며 그때그때 필요한 대처를 재빨리 하곤 한다. 얼마 전 독감에 걸린 아이를 간호하며 나에게 이런 기민함이 있었나 놀라웠다.
생각해 보면 정작 나 자신에 대해서는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대충 대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조금 몸이 안 좋아도 어떻게든 버티고 내가 필요한 것은 가장 마지막으로 미루는 등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함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별 것 아니지만 내가 집중할 수 있는 환경, 나만의 공간이라는 편안함 속에 이제야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할 여유가 조금씩 생겼다. 나를 먼저 돌보고 나의 몸과 마음의 안부를 물으며 가족들을 더욱 사랑으로 품을 수 있는 에너지를 채워본다.
*사진출처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