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나도 갓생 살 수 있을까?
"자기 돌봄의 시대 속에서 살아남기"
나에 대해 알아가며 열심히 살기 위해 애쓰는 '루틴이' 들이 트렌드가 되는 요즘. 유튜브나 SNS에 넘쳐나는 영상과 인증모임들을 보면 도전하고자 하는 마음에 앞서 그들의 자유로운 선택권이 부럽다는 생각부터 떠오른다. 젊은 날에는 회사일에 지쳐서 나를 돌보지 못하고 결혼 후 새로운 가정을 이루니 아이들 중심적인 삶의 시계에 나를 잃어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아이러니. 기가 막히게 도전하기도 전에 핑곗거리부터 떠오른다.
계획 세우기 좋아하는 J형인 나는 20대나 지금이나 자기 계발 도서나 실용서를 선호하는 현실주의자이다. 틈틈이 요즘 유행하는 갓생살이의 청춘들의 모습을 보며 내가 꿈꾸는 모습이며 그들이 앞으로 결혼 후 꾸려가는 시대는 지금과는 조금 다르지 않을까 기대한다.
과거의 나 또한 치열하게 살았고 무언가를 소유하기보다 경험에 가장 큰 가치를 두었다. 가장 싼 커피를 마시며 짠순이 생활을 하면서도 열심히 모은 돈으로 방학이나 회사 휴가 때면 비행기를 끊었다. 여행을 통해 새로운 삶을 경험하는 기쁨이 너무나 컸기에 해외여행에 들이는 목돈은 어쩐지 아깝지가 않았다. 지금도 '서진이네'와 같은 새로운 나라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이 힐링되는 건 그런 이유일지도 모른다.
결혼 후 가정을 이루며 가족이 우선순위가 되니 점점 잊히는 내가 꿈꾸던 모습들.
"언제부터 나의 취향이 사라졌을까?"
신혼 때만 해도 한껏 내 취향의 화이트 인테리어로 집안을 채우며 꿈꾸던 집을 만들어가다가 아이가 태어나며 바닥은 매트 천국이 되었다. 일명 국민 애벌레 인형을 시작으로 점점 알록달록 해지는 집안 풍경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마음 같아서는 우드톤 아이들 용품을 구입하며 인테리어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아기들은 알록달록한 걸 봐야 더 좋다느니 심지어 내 취향도 아닌 색감 화려한 옷을 입을 때면 유난히 옹알이가 늘어나는 아이를 보며 바로 취향을 포기하던 초보 엄마. 원색 장난감이든 무채색이든 사실 얼마나 영향이 있었을까 싶지만 어쨌든 좋은 것을 보여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과 내 것을 포기하게 되는 상실감이 공존했던 것 같다.
아이가 좀 크면 나아지려나 싶었다. 예쁘게 식사를 차릴 시간은커녕 아이들만 아침을 먹이고 부랴부랴 등원시킨 후 생명수 커피부터 들이키고 나서야 한숨 돌리는 아침. 마음대로 잠들 자유도 원할 때 운동 할 시간도 없는 현실을 비관하다가 생각해 보니 억울했다. 남편도 억울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주말에 쉬고 싶을 때도 아이들 일정이 먼저가 되니 점점 지쳐갔다.
우리 부부가 뭔가 모를 불만이 쌓여갈 때쯤 그 이유에 대해 고민해 보니 각자 자신의 시간을 온전히 갖지 못한다는, 결국 내가 희생한다는 생각이 원인이었다. 특히 주말이라도 독박육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아내의 마음과 주말이라도 내 시간을 갖고 싶다는 남편의 마음이 대립할 때. 둘 다 하고자 하는 것이 많은 성격이다 보니 서로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계속해서 답답함만 쌓여갔다. 원인을 찾은 후에는 주말 동안 각자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시간을 공평하게 확보해 주기로 했다. 이 대화 하나만으로도 속이 후련하달까.
한 번뿐인 오늘이며 똑같이 주어지는 인생의 시간 속에서 불평하는 것도 열심히 하는 것도 결국 나의 선택이다.
나의 선택들이 모여 만든 것이 바로 내 인생.
갑자기 정신이 번뜩 뜨였다. 그래서 결심했다. 24시간 속에서도 다듬고 고치고 만들어가며 나를 돌보는 일명 엄마의 갓생살이에 도전해야겠다고. 남편 또한 본인의 시간을 밀도 있게 보내고자 하는 욕구가 크기 때문에 서로 공유하고 응원하며 함께 해나가기로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것들부터 하나씩 챙기며 성공 혹은 그 여정들을 기록해 가려고 한다.
1. 운동 2. 독서 3. 글쓰기
내가 지키고 싶은 이 3가지를 시작으로 쪼개진 시간의 틈새 사이를 메꾸며 루틴의 근육을 만들어 보려 한다. 이 중 부부가 함께 목표하는 것은 운동과 독서. 각자만의 루틴으로 시작하고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의 빠름을 온몸으로 느끼며 조급함과 함께 나를 위한 시간에 대한 열망이 커지는 요즘.
누구나 한 때는 꿈을 꾸고 가장 열심히 살았던 때가 있지 않았는가. 가장 힘들고 바쁜 육아기를 지나고 있지만 어쩌면 인생의 황금기일 수 있는 지금. 이 시간들을 잘 갈고닦는다면 다가오는 삶을 두려움보다는 기쁨으로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
과거나 지금이나 마음만은 다를 게 없다. 인생의 내공이 쌓인 지금이 더 현명할 것이니.
그러므로 이제부터 우리 부부의 갓생살이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