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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주 Oct 16. 2024

영국 굴(Oyster) 이야기

템즈강 환경 개선을 위해 굴 양식을 고려하고 있는 런던

날이 선선해진다. 더운 여름에는 먹지 못했던 음식들이 하나 둘 떠오른다. 나에게는 그중 하나가 바로 ‘굴’이다. 예전 서울에서는 마트에 가면 부담 없이 쉽게 굴 몇 봉을 사고는 했었었다. 사온 당일은 바로 소금물에 살살 씻어 생굴을 즐긴다. 남은 봉지굴은 다음날 굴전을 해 먹거나 굴국밥, 굴짬뽕 같은 국물 요리를 해 먹는다. 굴 몇 알이 얼마나 풍부한 맛과 향을 내는지 모른다. 김장철에는 배추소 일부에 엄마가 보물 숨기듯 굴을 섞어 버무리기도 했다. 겨우내 참 다양하게 즐겨 먹던 식재료다.


영국은 섬나라인데 굴이 귀하다. 일반 마켓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고, 고급 식자재 마트나 바닷가 마을 근처에 가면 굴 파는 작은 매대들이 있다. 굴의 다른 이름인 석화에 레몬 작은 조각이랑 타바스코를 첨할 수 있게 파는데, 알이 작을 뿐 아니라 비싸서 양껏 먹기 어렵다. 석화 하나가 3파운드(오천 원) 넘는 곳도 많다. 예전 양껏 먹던 시절이 그립다.

The history of Oyster @Food Worth Writing for


굴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오염과 지구 온난화

유명 영국 작가 찰스 디킨슨의 1837년 소설 피크위크 페이퍼(The pickwick Paper)에는 열 집 건너 하나씩 굴 파는 가게가 있었다면서  “가난과 굴은 항상 함께 인 듯하다(Poverty and Oyster always seem to go together)”라는 구절이 있다. 현재는 굴이 고급 음식으로 통하지만 빅토리안 시대에만 해도 굴이 흔했다는 것이다. 굴 절임 등 염장을 해서 먹었다는 기록도 있다. 이후 시도 때도 없는 무리한 체취로 굴의 씨가 마르고 산업화 과정에서 오염된 물을 그대로 바다로 방류하면서 굴 수확량이 현격히 줄었다고 한다. 설상가상 1960년대에는 유럽과 북미지역에서 자라는 ‘납작 굴’ 전염병이 돌아 토종굴의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영국에서 생산되는 굴은 수입 품종이 많고 자연산은 그에 비해 적다. 가장 대중적인 굴 수입 품종으로 ‘태평양산 굴’을 꼽는다. 한국에서 자주 먹던 그 굴이다. 알의 크기가 크고 맛이 좋을 뿐만 아니라 병충해에 강해서 양식장의 수확량이 월등히 많다. 초기에 태평양 굴은 찬 바닷물에서 번식하지 않아 해양 생태계 교란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점도 영국인들에게는 장점으로 부각됐다.


지난 10월 13일 자 옵서버(Observer)에 따르면 영국 수산업계는 최근 굴의 수요가 늘어나자 양식장 확충에 나선다. 그런데 최근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해수면 기온 상승하자 태평양 굴이 기존과 달리 자연 번식을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해양 생태 보전자들은 일제히 생태계 교란을 이유로 양식장 확충에 반대의사를 들고 나섰다. 시장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재번식이 되지 않는 품종의 프랑스굴을 보충해서 수입해야 하지만, 그마저도 브렉시트 이후 통관과정이 복잡해지면서 수입이 여의치 않다.

영국 남서부 어촌 마을 브릭섬(Brixham)전경


영국은 비싼 굴, 한국은 어떻게 그리 저렴하면서도 맛있단 말인가.

영국 사람들은 ‘태평양굴’을 다른 말로 ‘일본 굴’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그 수확량을 보면 한국 굴 생산량이 일본의 세 배에 이른다. 이는 바로 천혜 환경덕이다. 서해안은 태평양을 공유하고 있지만 만의 형태로 바다 수심이 얕고 해풍의 영향을 덜 받아 굴 양식에 적합하다.


그에 비해 영국은 대체적으로 해수면이 깊고 대서양을 바로 마주 보고 있어 강한 해류 때문에, 자연산 굴의 알이 작고 수확량이 적어 상품성이 떨어진다. 런던에서 자연산이라고 파는 굴은 거의 영국 해협으로 프랑스와 맞닿은 해협에서 자란 굴이다.


환경개선에 도움이 되는 굴 양식

지난 9월 24일 자 BBC뉴스에 따르면 최근 런던시장 사디크 칸 (Sadiq Khan)의 굴에 관한 언급이 이색적이다. 최근 그가 방문한 뉴욕시는 2014년부터 허드슨강의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 10억 마리 굴을 키워왔고 실질적으로 오염정도를 개선하고 있다고 한다.


굴이 자연적으로 물을 정화하는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굴 껍데기가 홍수로 훼손된 부분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었다고 한다. 물론 이 굴 들은 식용이 아닌 환경 개선을 위해 키워진다. 영국 템즈강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굴 양식을 하면 템즈강 수질을 개선하고 템즈강어귀를 오염으로부터 보호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10년 계획으로 현재 검토 중이라는 보도다.

Oysters in the Thames? Mayor plans to restore city's waterways - BBC News


해양 생태계 보호를 위한 연구

요즘 영국은 해양 환경보호 문제를 개선하는 방법으로 굴뿐만 아니라 미역 양식도 여러 방면으로 연구하고 있다. 해수면의 오염을 줄여 줄 뿐만 아니라 영양적으로도 장점이 많아 미래 먹거리로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는 소재로 인식되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익숙하게 즐기던 해양 자원이 이곳에서는 새로운 자원의 보고로 일컬어지는 모습을 보니 흥미롭다.


한국이 자원 없는 나라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대한민국 밖에서 바라보니 광물자원은 부족할지 몰라도 미래 먹거리에 필요한 다양한 노하우를 보유한, 축적된 자산이 많은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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