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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주 Oct 23. 2024

영국 비바람 속 맛있게 김치 담그던 날

30회를 마지막으로 <영국에서 맛있게 사는 김 여사> 연재를 마칩니다.

지난 주말 올해 첫 스톰이 왔다. 이름은 애슐리(Ashley). 토요일 저녁부터 스톰 사정권에 들더니 강한 비바람이 몰아친다. 잘못하다가는 집에서 멀지 않은 하천이 범람하지는 않을까 걱정되기 시작한다.

비 오는 날은 집 안에서 사부작사부작 노는 것이 최선이다. 마침 김치가 떨어져 담궈야지 벼르던 참이었다. 새우와 같은 갑각류 알레르기가 있는 이웃에게 선물도 할 생각이다. 매번 넣던 새우젓 대신 액젓으로만 맛을 내려니 이렇게 저렇게 궁리가 많다. 만들다 보니 꼭 김장한 것처럼 평소보다 많은 김치가 만들어졌다.

다행히 스톰의 이동은 빨랐고, 다음날 오후부터 비바람이 걷히며 하천 수위는 내려가기 시작했다. 점심시간, 맛있게 밥을 먹고는 하천변 산책에 나선다. 전날 외출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애완견들을 데리고 삼삼오오 걷고 있다.  


바람이 심하게 불었던 탓에 거리에는 낙엽이 많이 떨어져 있다. 붉고 노란 낙엽들은 생의 마지막 고운 빛으로 빗물과 함께 씻겨 반짝인다. 귀하다. 예쁘다.


올 1월의 마지막날, 이곳 브런치에 <영국에서 맛있게 사는 김여사> 시리즈 연재를 시작했다. "음식이 맛없다고 소문난 영국에 이런 맛있는 음식도 있어요"라고 반쯤 농담 같은 이야기들을 써 볼 생각에 가벼이 시작했다.


삶에서 먹고사는 일만큼 중요하고, 하루도 빠짐없이 행하는 일이 없다. 영국 음식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일상에서 그저 스쳐 지나가던 일들이 특별한 이야기 소재가 되어 다가온다. 덕분에 스스로 예상치 못했던 큰 재미에 푹 빠져들었다.


친구와 수다 떨듯이 가볍게 시작한 글이 어느새 30번째 에피소드에 이르렀다.

사실 외국에 산다고 해서 그 문화를 깊이 생각하는 시간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낯섦은 일상이 되고, 그 일상은 반복되면서 어느 순간 당연한 일들이 된다.


글을 쓰기 위해서 모르는 것은 찾아보고,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평소와 달리 유심히 관찰하게 되었다. 그렇게 알고 깨닫다 보면 이곳 사람들의 엉뚱해 보이던 행동이 이해되고 인정된다. 아는 재미가 반복될수록  궁금해지고 흥미로워진다. 모두 연재 글쓰기 덕분이다.


바닥에 고운 빛을 떨어져 있는 낙엽을 바라보며, 이제는 <영국에서 맛있게 사는 여사> 연재를 마감할 때임을 깨닫는다. 더불어 새로운 포맷으로 사는 이야기를 엮어 갈 꿈을 꾸기 시작한다. 


그동안 <영국에서 맛있게 사는 김 여사> 이야기들을 읽어주시고 공감해 주신 여러 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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