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깊은 자아를 마주하자. 솔직하게 받아들이는 용기를 갖자.
안녕하세요 세반하별입니다.
글쓰기 수업 중 멤버들끼리 돌아가며 그 주의 글쓰기 주제를 정해서 쓰고 나누는 세션이 있습니다. 지난주 주제는 '여행'이었지요.
어디 놀러 갔던 이야기를 써봐야 하나 하다가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써나가게 되었습니다. 지금 병원에서 수술 중이신 아버지가 이야기의 시작이었기에 글을 쓰는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이야기를 꿰어가면서 자기 정화의 시간을 가져보기도 했습니다.
글쓰기 클럽은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있습니다. 한 분이 '여행' 주제로 이야기를 쓰다 보니 깊은 내면 속의 자아와 마주하여 힘들다는 말씀과 함께 지금 글을 쓰고 있으나 끝을 맺을 수가 없었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아주 잔잔하지만 흔들리는 목소리,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하는 얼굴에 탁 울음이 나오면 좀 시원해지시려나 생각이 잠깐 떠올랐습니다.
저서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의 작가 김혜남 님은 정신분석 전문의입니다. 진료 과정 중 환자들이 무슨 말을 제일 많이 하느냐는 질문에 '울음'이라는 답변을 합니다. 환자들은 자신의 어려움을 토로하기 전에 우선 우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상담 시간 내내 울기만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해요.
우리는 남들 앞에서 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합니다. 운다는 것이 감정에 굴복하거나 상대에게 약한 면을 노출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텐데, 그래서 대부분은 애써 울음을 참습니다.
하지만 울고 나면 뭔가 시원하게 마음이 정화되는 경험을 누구나 해봤을 것입니다. 울음 자체가 마음속의 울분이나 분노를 배출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기 때문인데, “울고 싶을 때는 울어야 합니다.”
물론 상처 입고 두려움에 떠는 연약한 자신을 바라보는 일은 매우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눈물 가득 연민을 느끼며 자신을 바라본 후에서야 우리는 그러한 자신을 따뜻하게 보듬어 줄 수 있게 됩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글로 자신의 마음을 써 내려가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고, 생각의 정리가 필요한 과정입니다. 그 글을 공개해서 사람들과 나눈다는 것은 또 다른 종류의 용기이지요.
하지만 그 약한 내면의 아이가 더 이상 도망가거나 숨지 않고 행복을 찾아갈 수 있는 힘은 자기 정화의 과정에서 얻게 됩니다. 그러므로 울고 싶을 때는 울어 버리고, 글을 쓰면서 자꾸 마음을 내어 놓고 흘러가게 해야 합니다.
사실 울고 싶을 때 울 수 있다는 것, 그 마음을 글로 쓸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축복입니다. 그보다 더 커다란 축복은 나의 울음을 지켜봐 줄 누군가가 내 옆에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습니다.
진정으로 강한 사람은 자신의 약한 모습을 감추지 않습니다. 설령 약한 모습이 드러난다 할지라도 충분히 그것을 감당할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나의 감정과 생각에 당당히 맞서 이야기할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