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김세라변호사} 명의대여자의 책임

지인이나 가족간에 인간적인 호의에 의하여, 또는 사업상의 필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명의를 빌려주는 일'은 우리 주변에서 매우 흔하게 보여집니다. 명의대여는 실제 그 필요와 수요가 많을 수 밖에는 없는데요, 명의를 빌려 준 사람(명의대여자)는 명의를 빌려 간 사람(명의차용자)의 법률행위에 대하여 연대하여 책임질 의무가 생길 수 있습니다. 명의대여자는 명의만 쓰게 하였을 뿐 실제의 모든 법률행위/사실행위는 명의차용자가 전적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그래서 명의대여자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법원에서 날아온 소장을 받아들게 되는 황당한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죠. 


사람이 살다보면 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인간관계 때문에 부득이 명의를 빌려주게 되는 경우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명의를 빌려 줄 때는 그에는 필시 무서운(?) 책임이 뒤따른 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은 상법 제24조에서 정한 <명의대여자의 책임>에 관하여 정리해 보겠습니다. 




명의대여자의 책임이란?


우리 상법은, 제24조에서 아래와 같이 정해 놓고 있습니다. 

▨상법 제24조(명의대여자의 책임) 타인에게 자기의 성명 또는 상호를 사용하여 영업을 할 것을 허락한 자는 자기를 영업주로 오인하여 거래한 제3자에 대하여 그 타인과 연대하여 변제할 책임이 있다.  

이와 같은 상법 제24조는, 명의대여자가 명의차용자의 영업과 관련하여 일정한 외관을 작출한 이상 이를 신뢰하여 명의차용자와 거래한 제3자에 대하여 명의대여자도 책임을 지도록 함으로써 거래의 안전을 보호하려는 취지입니다. 






명의대여자책임의 요건은?


1. 명의의 동일성 


명의차용자가 명의대여자의 성명/상호를 꼭 그대로, 똑 같이 사용해야만 하는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꼭 그대로 사용한 것은 아니라도 '명의차용자가 명의대여자의 성명/상호를 사용하거나 기타 사회통념상 명의대여자를 표시하는 것으로 오인될 명칭을 사용한 경우라면' 명의의 동일성이 인정되어 명의대여자 책임이 적용될 수 있게 됩니다.


* 대법원 판례 정리


㉠ 대한통운주식회사가 소외인과 동 회사 ○○○출장소 운영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고 출장소장으로 임명하여 현장에서 자기의 상호를 사용하여 그의 목적사업인 운송업을 하도록 하여왔다면 위 회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사업에 관하여 자기가 책임을 부담할 지위에 있음을 표시한 것이라 볼 수 있으므로 상법 제24조 소정의 명의대여자의 책임에 따라 위 회사를 영업주로 오인하고 거래한 제3자에 대하여 소외인이 부담한 대여금채무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1976. 9. 28. 선고 76다955 판결). 


㉡ 일반거래에 있어서 실질적인 법률관계는 대리상, 특약점 또는 위탁매매업 등이면서도 두루 대리점이란 명칭으로 통용되고 있는데다가 타인의 상호아래 대리점이란 명칭을 붙인 경우는 그 아래 지점, 영업소, 출장소 등을 붙인 경우와는 달리 타인의 영업을 종속적으로 표시하는 부가부분이라고 보기도 어렵기 때문에 제3자가 자기의 상호아래 대리점이란 명칭을 붙여 사용하는 것을 허락하거나 묵인하였더라도 상법상 명의대여자로서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대법원 1989. 10. 10. 선고 88다카8354 판결).



2. 영업의 동일성 


명의대여자의 영업과 명의차용자의 영업이 반드시 그대로 똑같아야 할까요?


예를들어 마트를 운영하는 사람으로부터 그 상호의 사용을 허락받고 인근에서 약국을 운영하던 사람이 제3자에 대하여 영업관련 채무를 부담한 경우, 마트와 약국이 동일한 영업은 아니지만 제3자가 마트의 주인에게 명의대여자로서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의 문제입니다.


* 대법원 판례 정리


㉠ 임대인이 그 명의로 영업허가가 난 나이트크럽을 임대함에 있어 임차인에게 영업허가 명의를 사용하여 다른 사람에게 영업을 하도록 허락한 이상 위 임차인들이 위 영업과 관련하여 부담한 채무에 관하여 상법 제24조의 규정에 따라 그 임차인들과 연대하여 제3자에 대하여 변제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1978. 6. 13. 선고 78다236 판결). ☞ 나이트클럽경영과 호텔경영이 영업의 외관상 동일하다고 한 사례 


㉡ 갑이 약속어음을 발행할 때 주소를 대한교육보험주식회사 부산지사라고 표시하고 지사장이라고 기재하지 않았다 해도 그 성명 아래에는 개인도장 외에 동 회사 부산지사장이라는 직인을 찍은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동인이 위 회사 부산지사장이라는 대표자격을 표시한 것이라 할 것이고 또 동 회사는 갑에게 부산지사라는 상호를 사용하여 보험가입자와 회사간의 보험계약체결을 알선할 것을 허락하였고 갑은 동 지사 사무실비품대금 조달을 위하여 을에게 약속어음을 발행하여 병이 그 소지인이 된 것이며 을이 갑의 위 어음발행행위의 주체를 위 회사로 오인한데에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여지지 않으므로 동 회사는 명의대여자로서 그 외관을 신뢰한 갑과의 거래에 대하여 본조에 의한 책임을 져야 한다(대법원 1969. 3. 31. 선고 68다2270 판결). ☞ 보험체약알선업과 보험인수업이 영업의 외관상 동일하다고 한 사례 



3. 명의나 상호를 사용할 것을 '허락'할 것 


명의대여자가 성명 또는 상호를 타인에게 사용하게 허락할 때 그 허락은 묵시적인 허락뿐만 아니라 묵시적인 허락도 포함되는 의미입니다. 


또한 법률에 의하여 명의대여가 금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명의를 대여하였고 그 법률규정이 효력규정인 경우라면 당사자간의 명의대여행위 자체는 무효입니다. 그러나 상법 제24조는 외관주의 법리에 따라 '제3자에 대한 책임'을 정한 것이므로 효력규정에 위반한 명의대여라고 하더라도 상법 제24조가 적용되어 명의대여자의 책임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 대법원 판례 정리


농약관리법 제10조에 의하면 농약판매업을 하고자 하는 자는 일정한 자격과 시설을 갖추어 등록을 하도록 되어 있는 바, 이는 농약의 성질로 보아 무자격자가 판매업을 할 경우, 국민보건에 위해를 끼칠 염려가 있기 때문이며 따라서 그 등록명의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준다든지 하는 일은 금지된다. 농약판매등록명의자가 그 등록명의를 대여하였다거나 그 명의로 등록할 것을 다른 사람에게 허락하였다면 농약의 판매업에 관한 한 등록명의자 스스로 영업주라는 것을 나타낸 것이라 할 것이므로 상법 제24조에 의한 명의대여자로서 농약거래로 인하여 생긴 채무를 변제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1988. 2. 9. 선고 87다카1304 판결). 



4. 제3자의 선의?


명의차용자와 거래한 상대방이 명의대여자를 영업주로 오인하여 거래하였어야 하는데, 이때 '오인'의 의미에 대한 견해대립이 있는데 이는 제3자(거래 상대방)이 선의여야 하는가, 과실이 필요한가에 대한 논점입니다.


우리 대법원은 '거래상대방이 명의대여 사실을 알았거나 또는 모른 데 대하여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명의대여자는 상법 제24조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대법원 1992. 8. 18. 선고 91다30699 판결 등)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명의대여자책임의 효과는?


상법 제24조에 의한 명의대여자와 명의자용자의 책임은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가진 채무로서,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 서로 중첩되는 부분에 관하여 일방의 채무가 변제 등으로 소멸하면 타방의 채무도 소멸하는 부진정연대의 관계에 있습니다(대법원 2011. 4. 14. 선고 2010다91886 판결 등).


부진정연대채무에 관한 민법의 일반 법리에 따른다는 것인데요, 

따라서, 

㉠ 거래상대방(제3자)는 명의대여자와 명의차용자 중 그 누구에 대해서든지 변제를 청구할 수 있고,

㉡ 부진정연대관계에 있는 명의대여자 또는 명의차용자 중 어느 1인에 대한 이행청구가 다른 1인에게는 효력이 없습니다.

㉢ 명의대여자가 제3자에게 채무를 변제하였다면, 명의대여자는 명의차용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명의대여자책임의 적용범위는?


1. 명의차용자의 피용자의 행위에 대한 책임  

상법 제24조의 명의대여자의 책임규정은 거래상의 외관보호와 금반언의 원칙을 표현한 것으로서 명의대여자가 영업주(여기의 영업주는 상법 제4조 소정의 상인보다는 넓은 개념이다)로서 자기의 성명이나 상호를 사용하는 것을 허락했을 때에는 명의차용자가 그것을 사용하여 법률행위를 함으로써 지게 된 거래상의 채무에 대하여 변제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밝히고 있는 것에 그치는 것이므로 여기에 근거한 명의대여자의 책임은 명의의 사용을 허락받은 자의 행위에 한하고 명의차용자의 피용자의 행위에 대해서까지 미칠 수는 없다(대법원 1989. 9. 12. 선고 88다카26390 판결).  
상법 제24조는 명의를 대여한 자를 영업의 주체로 오인하고 거래한 상대방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으로서 이에 따르면 명의대여자는 명의차용자가 영업거래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부담하는 채무를 연대하여 변제할 책임이 있다. 그리고 건설업 면허를 대여한 자는 자기의 성명 또는 상호를 사용하여 건설업을 할 것을 허락하였다고 할 것인데, 건설업에서는 공정에 따라 하도급거래를 수반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건설업 면허를 대여받은 자가 그 면허를 사용하여 면허를 대여한 자의 명의로 하도급거래를 하는 것도 허락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면허를 대여한 자를 영업의 주체로 오인한 하수급인에 대하여도 명의대여자로서의 책임을 지고, 면허를 대여받은 자를 대리 또는 대행한 자가 면허를 대여한 자의 명의로 하도급거래를 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8다46555 판결).  



2. 명의차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  

상법 제24조 소정의 명의대여자 책임은 명의차용인과 그 상대방의 거래행위에 의하여 생긴 채무에 관하여 명의대여자를 진실한 상대방으로 오인하고 그 신용·명의 등을 신뢰한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불법행위의 경우에는 설령 피해자가 명의대여자를 영업주로 오인하고 있었더라도 그와 같은 오인과 피해의 발생 사이에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으므로, 이 경우 신뢰관계를 이유로 명의대여자에게 책임을 지워야 할 이유가 없다(대법원 1998. 3. 24. 선고 97다55621 판결).  



3. 영업범위 외의 채무에 대한 책임 

상법 제24조에 규정된 명의대여자의 책임은 제3자가 명의대여자를 영업주로 오인하고 그 영업의 범위내에서 명의사용자와 거래한 제3자에 대한 책임이므로, 정미소의 임차인이 임대인의 상호를 계속 사용하는 경우에 있어서 임대인이 대여한 상호에 의하여 표상되는 영업은 정미소 영업이 분명하니, 임차인이 정미소 부지내에 있는 창고 및 살림집을 제3자에게 임대한 행위는 설령 명의사용자가 임대행위의 목적이 정미소 창고 건축비용을 조달키 위함이라고 말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정미소 영업범위외의 거래이므로 그에 관하여 명의대여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대법원 1983. 3. 22. 선고 82다카1852 판결). 



작가의 이전글 {김세라변호사} 부동산 점유취득시효/등기부취득시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