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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 전대차, 대항력과 묵시적갱신

많은 분들이 임대차관련한 '생활법률상식'으로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아둬야 혹시 나중에 집 주인에게 문제가 생겨도 내 보증금은 안전하게 돌려받을 수 있다더라!> 정도는 알고 계십니다. 또한 <임대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마음대로 전대차를 놓으면 임대인이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네!>, <최초 임대차계약 체결 후 별다른 말 없이 계속 살게되면 묵시적 갱신으로 임대차계약기간이 자동으로 연장된다고 하더라!> 등에 대하여도 알고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 요즘 인터넷이 발달하여 조금만 검색해봐도 임대차계약에서 생길 수 있는 분쟁유형들에 대한 사례 해설을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죠.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는 주택임대차에서는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라는 다른 용어를 쓰고 있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 말하는 '대항력'은 <내 임차권의 효력을 주장할 수 있는 권리, 즉 계속 그 집에서 평온하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말하며, '우선변제권'은 <(추후 당해 주택에 대한 경매 등이 진행되었을 때) 다른 권리자보다 우선하여 임대차보증금을 받알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양자는 전혀 다릅니다. 대항력을 위해서는 전입신고가 필요하며, 우선변제권을 위해서는 전입신고에 더하여 확정일까지가 필요한 것이죠.



또한 무단전대차에 대한 임대인의 임대차계약해지권과 관련하여는, 임대차계약이 임차인의 목적물에 대한 사용/수익을 보장하는 권리라는 점과 임차목적물의 사용/수익은 그 당사자가 누구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임대차계약의 고유한 특성을 고려하여 우리 민법이 정하고 있는 것인데요. 



예를 들어 똑같이 1년 임대차를 내 줬어도 깨끗하고 안전하게 관리하며 생활한 세입자와, 지저분하고 사납게 관리하며 생활한 세입자는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말입니다.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당시 임대인은 자신이 계약한 임차인이 거주할 것으로 믿고 계약하는 것입니다. 결국 임대인의 임대목적물에 대한 소유권을 보호하고 임대인의 위와 같은 신뢰를 보호하기 위하여 '무단 전대차의 경우 임대인이 일방적으로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해지권과 관련하여 우리 대법원은 오래 전부터 소위 [배신행위론]이라는 판례법리를 형성해 오고 있는데요. 무단전대차라고 하더라도 임대인에 대한 배신행위가 아니라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무단전대차 행위 자체만을 가지고 임대인이 일방적으로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오늘은 이러한 생활법률상식과 관련이 있는, 조금 재미있는 사례를 하나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임대차계약상 대항력, 임대인의 동의 없는 무단전대차를 원인으로 한 임대차계약해지여부와 관련한 {명도소송/부당이득반환소송} 사례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사실관계 


A는 2010. 7. 27. 서울 시내에 소재한 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고 합니다) 당시 소유자인 ㄱ과 임대차보증금 7,500만원, 임대차기간 2010 8. 11. ~ 2012. 8. 12. 2년으로 정한 임대차계약(이하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라고 합니다)을 맺었고, 그 직후인 2010. 8. 18. 확정일자까지 갖추었습니다. 그 후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2012. 8. 11. / 2014. 8. 11.경 각각 묵시적으로 갱신되었습니다. 참고로 A는 여러가지 사정상 2015. 3. 9.에야 이 사건 건물에 전입신고를 하였습니다. 


한편, 공교롭게도, 이 사건 건물에 A가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2010. 7. 27. 과 A가 확정일자를 받은 2010. 8. 18. 사이인 <2018. 8. 16.>에 근저당권자 ㅎ, 채권최고액 6,500만원으로 하는 최선순위 근저당권등기가 마쳐졌는데요.. 이 사건 건물의 당시 소유자이던 ㄱ의 경제 사정이 어려워져 결국 ㅎ에 대한 채무를 변제하지 못하자, ㅎ은 이 사건 건물에 임의경매를 신청하였으며 2015. 5.27. 임의경매개시결정이 내려지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 건물에 확정일자를 받아두었던 A는 진행된 경매절차에서 배당요구를 하였고, 2016. 3. 8.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권에 따라 2,500만원을 배당받았으나, 잔존 보증금 5,000만원은 끝내 배당받지 못하였습니다.


이 사건 건물에 대한 경매절차에서 ㅂ은 2016. 2. 12.경 매각대금/경락대금을 전액 납부하고 '낙찰자(경락인,매수인)'으로 결정되었는데요.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ㅂ은 이 사건 건물에 대한 ㄱ의 임대인지위를 그대로 승계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 건물에 대한 임대차관계에는 조금 특별한 사정이 있었는데요..!


A는 이 사건 건물에 대하여 임차인으로 계약하고 확정일자까지 A본인 명의로 받았음에도 실제로는 A 본인이 거주한 것이 아니라 언니인 B와 형부인 C가 거주하였다는 점인데요.. 2010. 8. 11. C가 이 사건 건물에 대하여 전입신고를 했던 것이지요. 그랬기에 A 자신의 전입신고는 2015. 3. 9.에야 이루어지게 된 것입니다. A가 2015. 3. 9.에 전입신고를 하기는 하였으나 그와 무관하게 이 사건 건물에 실제로 살고 있는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하여 B, C였습니다. 







2. 분쟁의 발생 


이 사건 건물을 경락받아 새로운 주인이 된 ㅂ!


ㅂ은 A와 C를 상대로 <A와 C는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이 없는 임차인이다. 따라서 이 사건 주택을 점유할 권원이 없기 때문에, 나에게 이 사건 건물을 인도하고, 차임상당의 부당이득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장을 보냈습니다.


이에 A와 C는 강력히 대응하며 ㅂ의 주장이 법률적으로 맞지 않음을 항변하였는데요.


A와 C는 <C가 이 사건 건물에 전입신고를 한 2010. 8. 11. A도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대항력을 취득하였다. 그 후 ㅂ이 이 사건 건물의 소유권을 취득하고도 A, C에게 갱신거절의 의사를 표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2016. 8. 11.경 묵시적으로 갱신되어 2018. 8. 10.경까지 유효하다. 따라서 A,C는 이 사건 건물에 대한 적법한 점유자이다>라고 주장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ㅂ과 A/C의 법정 분쟁에서, 법원은 누구의 손을 들어주었을까요? ^^








3. 법원의 판단


* 이 사건 건물에 대한 인도청구에 관한 판단


법원은 ㅂ의 이 사건 건물인도청구 부분을 기각하였는데요.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A와 C의 점유를 적법한 것으로 본 것입니다. 그 구체적인 논거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1) A와 C의 대항력 취득 시점에 대한 판단 



⇒ 이 사건에서 법원은 A가 당시 이 사건 건물의 소유자이자 임대인인 ㄱ의 동의 없이, 이 사건 건물을 B와 C에게 전대차 한 것은 맞다고 하였습니다. 다만,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체결된 2010. 7. 27.부터 임의경매개시결정이 내려진 2015. 5. 27.경까지 장장 5년에 달하는 긴 시간동안, B와 C가 이 사건 건물에 거주하는 것에 대하여 ㄱ과의 사이에 그 어떤 분쟁도 없었는바 이는 ㅂ이 사실상 A의 위 전대차를 용인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하면서, 비록 A가 ㄱ의 동의 없는 무단전대차를 하였다고 해도 이를 ㄱ에 대한 배신적행위로 볼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결국 전차인인 C가 2010. 8. 11.경 이 사건 건물을 인도받고 전입신고를 함으로써 임차인인 A도 그 무렵 대항력을 취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2) 묵시적 갱신 여부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대인이 임대차계약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의 기간에 임차인에게 갱신거절의 통지를 하지 아니하거나 계약조건을 변경하지 아니하면 갱신하지 아니한다는 뜻의 통지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기간이 끝난 때에 전 임대차와 동일한 것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본다.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1개월 전까지 통지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또한 같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 제1항). 


위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임대인이 묵시적 갱신을 부정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임차인에게 위 기간 내에 갱신거절의 통지 또는 계약조건을 변경하지 아니하면 갱신하지 아니한다는 뜻의 통지를 한 사실을 스스로 입증해야 할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ㅂ은 2016. 2. 12. 이 사건 건물의 소유권을 취득한 이후 이 사건 임대차의 임대차계약 기간 마료일인 2016. 8. 10.까지 사이에 A와 C에게 위와 같은 통지를 한 사실을 입증하지 못했다면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2016. 8. 11.경 묵시적으로 갱신되어 그로부터 2년 후인 2018. 8. 10.까지 유효하게 존속하는 것으로 보았습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 제2항). 






*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금 지급청구에 관한 판단 



이 부분 판단과 관련하여 <2016. 2.기준 이 사건 건물에 적용될 월세전환이율 / 임대차보증금이 없을 경우 이 사건 건물에 대한 월 차임>에 대한 감정절차가 진행되었습니다. 법원은 1) 2016. 2. 12. ~ 2016. 3. 7. / 2) 2016. 3. 8. ~ 2018. 8. 10. / 3) 2018. 8. 11. ~ 인도 완료일 의 세 구간으로 나누어 각각 다르게 판단하였습니다. 



정리해 보면, 


1) ㅂ이 이 사건 건물의 소유권을 취득한 2016. 2. 12.을 기준으로 A가 임대차보증금 중 일부인 2,500만원을 배당받은 전날인 2016. 3. 7.까지는, A와 C가 임대차보증금을 한 푼도 반환받지 못하였기에 그대로 임대차계약의 존속(즉, 대항력)을 주장할 수 있다면서 위 기간동안의 차임상당의 부당이득 청구 부분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2) A가 이 사건 건물에 대한 임대차보증금 중 일부를 배당받은 날인 2016. 3. 8.부터 묵시적 갱신에 의한 임대차계약 만료일인 2018. 8. 10.까지는,  묵시적 갱신의 경우 종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임대차한 것으로 본다는 법리(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 제1항)과 감정인의 2016. 2.기준 이 사건 건물에 적용될 월세전환이율 5%를 기초로 하여, A가 배당받은 임대차보증금 2,500만원에 상당하는 차임상당의 부당이득금인 월 104,166원(2,500만원 X 0.05 ÷ 12개월, 원 미만 버림)을 인정하였습니다.


3) 묵시적 갱신에 의한 임대차계약 만료일인 2018. 8. 11.부터 이 사건 건물의 인도완료일까지는, 임대차보증금이 없을 경우 이 사건 건물의 월 차임이 480,000원에 상당한다는 감정인의 감정결과를 그대로 원용하며, 480,000원에서 임대차보증금 잔액인 5,000만원에 상응하는 월 차임 상당액 208,333원(5,000만원 X 0.05 ÷ 12개월, 원 미만 버림)을 인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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