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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라변호사} 보이스피싱, 통장명의자에 대한 민사소송

A, B, C, D, E, F, G는 2011년 8월~9월경 '대출을 받게 해 주겠다'는 성명불상자의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받고 그런줄만 알고 본인 명의의 은행 예금통장과 체크카드를 퀵서비스를 통해 성명불상자에게 양도하였습니다. 이처럼 자신 명의의 예금통장, 체크카드(⇒'접근매체'라고 합니다)를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면 그 자체로 형사처벌받게 되는데요. 전자금융거래법위반이 되는 것이죠. 전자금융거래법은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접근매체를 양도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고, 이에 위반하여 접근매체를 양도하게 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1호, 제49조 제4항 제1호 각 참조).




A, B, C, D, E, F, G는 위의 사건으로 인하여 '전자금융거래법위반' 혐의로 경찰, 검찰 조사를 받았고 최종적으로는 서울서부지방검찰청 검사로부터 기소유예처분을 받았습니다. "대출해 준다는 말에 속아 넘긴 것이다. 나도 사기당했다. 피해자다."라고 항변해보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다만 그 경위를 참작하여 <기소유예처분>이 나오게 된 것입니다.



사건이 이렇게 마무리되는 줄만 알았던 A, B, C, D, E, F, G는 어느날 갑자기 법원으로부터 등기우편물을 받게 됩니다. 민사소송 소장이 송달된 것인데요.



소장의 내용을 확인해 본, A, B, C, D, E, F, G는 깜작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본인들이 형사처벌을 받은 것으로 사건이 끝난줄만 알고 잊고 있었는데, 체크카드와 예금통장을 양도한 것으로 인해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은 피해자가 A, B, C, D, E, F, G를 상대방으로 하여 그 피해액 전부에 대한 {부당이득반환 / 불법행위 손해배상}을 제기한 것이었습니다. 





부랴부랴 여기저기 알아보기 시작한 A. B, C, D, E, F, G !!


A. B, C, D, E, F, G 는 보이스피싱 피해자에게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책임 / 불법행위 손해배상책임이 있는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책임이 있습니다> !!


A. B, C, D, E, F, G 입장에서는 원통하고 분통할 것입니다. 


형사처벌 받은 것도 억울한데, 민사 손해배상소송까지 당하다니요. 그 돈을 내가 받은 것도 아닌데 왜 내한테 돌려줘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인지 국민신문고라도 울리고 싶은 심정일 것입니다.







일단 부당이득반환의무에 관하여 정리해 보겠습니다.



민사에서 부당이득이란 "타인의 노무 또는 재산으로 인해, 법률상 원인 없는, 이득을 얻은 경우" 이를 반환하는 제도를 말하는데요(민법 제741조 참조).


부당이득에서 반환의 대상이 되는 <이득>은 실질적인 이득이어야 합니다. 


A. B, C, D, E, F, G와 같은 사례에서는, 통장에 남아있는 잔고만큼을 실질적인 이득으로 보아 부당이득반환책임이 있는 것으로 봅니다. 







다음으로 불법행위 손해배상책임에 관하여 보겠습니다.



민사에는 '공동불법행위'라는 것이 있는데요(민법 제760조 참조). 

여러 사람이 함께 잘못한 경우 다 같이 책임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대법원은 과거부터 일관하여 과실/방조/에 의한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는 입장을 보여 왔는데요. 여러 사람이 공동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공동불법행위책임(민법 제760조)의 성립에서 행위자 상호간의 공모는 물론 공동의 인식은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공동행위가 객관적으로만 공동되어 있으면 충분합니다. 그 객관적인 공동행위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는 다 같이 책임이 있는 것입니다. 또한 민사에서 '방조'란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접/간접의 모든 행위를 의미합니다. 형법과는 달리 손해의 전보를 목적으로 하여 과실을 원칙적으로 고의와 동일시하는 민법의 해석으로는 과실에 의한 방조도 가능하며, 불법행위에 도움주지 않아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하여 이 의무에 위반하는 것이 민사상 공동불법행위에서의 '방조'의 의미입니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9다1313 판결 등). 



A. B, C, D, E, F, G와 같은 사례에서는, 성명불상자들에게 자신들 명의로 개설된 통장 및 체크카드 등 전자금융거래의 접근매체를 양도할 당시 통장 및 체크카드 등이 원고와 같은 불특정 다수인을 기망한 다음 그들로부터 다시 입금을 하게 하여 그 돈을 편취하는 이른바 '보이스피싱'에 사용될 수 있음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이고, 비록 보이스피싱 범행 자체는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통장 및 체크카드를 양도함으로서 위와 같은 보이스피싱 범죄행위를 용이하게 하여 이를 도운 것이므로, A. B, C, D, E, F, G는 민법 제760조에 따라 공동불법행위자로서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인정될 수 있는 것입니다.



다만! 부당이득반환의무에서와 달리 불법행위 손해배상책임에서는 '과실상계'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즉, 피해자도 부주의한 면이 있었기 때문에 그 부분을 감안한다는 것입니다. 민사재판에서 과실상계는 피해의 발생 및 확대에 기여한 사정을 참작하는 것인데요, 법원에서 직권으로 고려하여 개별사례에서 적당한 비율로 정해지게 됩니다. 보이스피싱 통장명의자에 대한 민사소송에서는 피해자의 과실비율을 30% ~ 50% 정도로 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 포스팅 내용을 정리해 보면, 


(1) 보이스피싱 피해자 입장에서는,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했으나 실질적인 보이스피싱 조직을 특정하지 못하거나 특정했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변제자력이 없어 피해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 대포통장명의자들을 상대로 한 민사소송이 가능하기 때문에 준비가 필요합니다.


(2) 통장/체크카드 대여로 인한 전자금융거래법위반 혐의자 입장에서는, 


통장 및 체크카드 대여로 전자금융거래법위반혐의의 형사처벌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추후 보이스피싱 피해자들로부터 민사소송을 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대비하고 대응하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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