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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준영 Jan 28. 2022

공가와 병가의 연속

이럴 거면 왜 그리 투덜거렸는가?

  직장에서 이야기하다 보면 후배들에 대한 푸념을 털어놓는 선배, 동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 하면서, 요즘 젊은 친구들, MZ세대라고 불리는 그들에 처사에 대해 불평을 터트리는 것이다. 책임감이 없다느니, 개인주의 성향이 너무 강하다는 그런 종류의 것들이다. 그러면서 항상 그 뒤에 구체적인 사례로 붙는 것이 바로 병가에 대한 것이다. 


  5~6년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몸이 어딘가 좋지 못해도 거동을 못할 정도가 아니면 출근을 했다. 거동이 힘들 정도라면 연차를 썼다. 연차라는 것, 나에게 주어진 일 년에 며칠인 그 휴가를 그렇게 쓰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고도 연말이 되면 늘 휴가가 남아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조금만 몸이 불편해도 휴가를 쓴다. 그것도 연차가 아니라 병가를 말이다. 그게 규정에 어긋난 것은 아니다. 내가 일하는 기관의 규정에서는 보장하는 것이었지만 지금까지 다들 규정이 있는 것만 알았다. 엄두가 안나도 아무도 활용하지 않았다. 적어도 5~6년 전 까지는 말이다. 선배들은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 


  "나 때는 어디 부러지거나 수술하는 거 아니면 병가라는 걸 써보지도 못했어. 그런데 요즘 애들은 감기 몸살로 병가를 낸다니까? 이게 말이 되는 거야?"


  라는 식이다. 나도 그런 선배들의 말에 동조하는 바가 없지 않았다. 조직에 몸담고 있다면 의례 자신의 책임을 다해야 하고 그 시작은 그런 근무 자세나 태도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다. 여전히 성실함과 책임감이 가장 중요한 직장인의 덕목으로 꼽히기도 하니 말이다. 


  그런데 코로나19 시국이 2년 넘게 지속되면서 분위기가 조금 바뀌었다. 백신 접종이야 당연히 공가 형식으로 휴가를 섰지만 그다음 날은 의례 모두들 병가를 내고 있다. 공가와 병가가 연속인 셈이다. 그런 경우를 너무 많이 보고 있으니 백신 후유증으로 정말 어딘가 불편하게 맞는지 의심이 들기도 한다.


  재미있는 것은 과거에 나와 함께 후배들 흉을 보던 그 선배들도 모두 아무렇지 않게 병가를 내고 있다고 사실이다. 이럴 거면 왜 그리 다들 투덜거렸는지 모르겠다. 후배들의 당당한 그런 모습이 조직 전체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모두가 서로를 보며 자신에게 이득이 될 것 같은 건 빨리들 받아들인다.


  고백하자면 나는 아직도 이런 것들이 조금은 불편하다. 머릿속으로는 규정에 보장된 것이고 근로자의 당연한 권리이니 내가 불편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생각하지만 가슴에서는 뭔가 꽉 막힌 듯한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회사가 망해가진 않는다. 오히려 긍정적인 부분도 많다. 그렇지만 아직도, 오늘도 가슴 한쪽이 조금 그렇다.


  이제 겨우 40줄에 접어들었건만, 역시 나는 꼰대였나 보다. 



(Photo by 3005398 on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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