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과학 잡설

'이달의 소녀'와 '칼 세이건'

이들의 공통점

by 허준영

과학계의 새로운 히어로인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는 사진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우주의 신비를 품은 사진을 바라보자면 놀라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인류가 만들어낸 그 어떤 예술 작품보다도 아름답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에게는 1990년 밸런타인데이가 촬영된 한 장의 사진이 주는 감동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다. 이 전 글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에서 밝힌 필자가 최애 하는 천문학 사진 말이다.


jpegPIA23645.width-1600.jpg Plae Blue Dot(photo by NASA)


위 사진의 중앙 부분에 살짝 찍혀있는 점이 바로 61억 Km 거리에서 본 지구다. 보이저 1호가 45년 전의 기술(보이저 1호는 1977년 발사되었다)로 찍은 이 흐릿한 사진은 인류가 얼마가 보잘것없는지, 우주가 얼마나 광활한 지뿐 아니라 인류의 그간의 역사와 미래에 대해서도 시사점을 던져주는 인문학적 스토리를 담고 있는 사진이기 때문이다. 이 사진의 기획자는 칼 세이건이다. 미국의 저명한 천문학자이자 대중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었던 과학 커뮤니케이터이기도 하다. 그의 책 코스모스는 아라 읽어보지는 못했더라도 들어는 봤을 것이다.


Carl_Sagan_Planetary_Society.jpg 1980년의 칼 세이건(Photo by NASA)


그런데 우연히 최근 한 아이돌 그룹이 발표한 신곡중에 'Pale Blue Dot'이라는 노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걸그룹 '이달의 소녀'는 지난 6월 20일 서머 스페셜 미니 앨범 'Flip That'을 발표했는데 5번 트랙에 3분 26초짜리 'Pale Blue Dot'이라는 곡이 수록되어 있다!


반가운 마음에 유튜브에서 노래도 찾아서 들어봤는데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크게만 보이던 문제도 떨어져서 본다면 모래보다 작은 걸'이라는 가사까지 맘에 쏙 든다. 여러분들도 한번 들어보시길 권한다.


이달의 소녀 'Pale Blue Dot' (유튜브 링크)


곡에 대한 설명에도 '보이저 1호가 찍은 지구의 사진인 창백한 푸른 점을 인간의 삶으로 투영해 풀어낸 댄스 팝 장르의 곡'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과학적 사실이나 사건을 대중문화에서 전혀 다루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흔한 일이 아니기에 조금 더 반가웠던 게 사실이다. 아마 노래를 만드신 분들이 우연한 기회에 접한 Pale Blue Dot 사진을 보고 영감을 받아 만든 노래인 듯하다.(아니 어쩌면 엄청난 과학 덕후가 계실지 모르겠다.)


40대 아저씨인 필자는 아이돌을 잘 알지 못한다. 이달의 소녀에 대해서도 사실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오늘부터는 최애 아이돌로 등극할 것이 확실해졌다. 지금까지는 어떤 노래를 부르는 아이돌 인지도 잘 모른 체 딸아이의 최애를 내 최애로 생각했었는데 이제 나만의 최애가 생겼다.


이달소2.jpg 이달의 소녀(Photo by Melon)


저명한 천문학자와 대한민국의 K-POP 아이돌의 공통점 이라니. 역시 K-POP은 위대하다. 요즘 아이돌 팬들은 응원봉이라는 걸 들고 다닌다는데, 이달소 응원봉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봐야겠다. 아 40대 뚱뚱한 아저씨가 그런 걸 들고 다니면 오히려 이달소에게 민폐이려나...



(비슷한 이유로 한곡 더 추천한다. 가수 안예은의 'Proust(프루스트)'다. 안예은과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콜라보의 결과물로 과거에 맡았던 냄새를 다시 맡을 경우 과거의 일을 떠올리고 회상하는 현상을 뜻하는 '프루스트 효과'에서 영감을 받은 곡이다.)


(표지 사진 Photo by Mel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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