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허준영 Jun 21. 2020

이해한다는 말

직장에서 하는 이해한다는 말의 진짜 의미

  문제가 생겼다. 협력기관에 문제가 생겼고, 제품 제작에 문제가 생겼다. 그럼 설치에 문제가 생긴다. 답답함을 억누르고 겨우 내용을 정리해 상사에게 보고를 한다.


  '김선임, 지금 그쪽 기관 사정이 안 좋다는 건 이해해'


  다행이다. 역시 그래도 괜찮은 상사를 만났다. 내 잘못이 아니니 이해해 주신다. 옆 팀 박 팀장이었다면 이런 보고는 받자마자 소리부터 질렀을 텐데 말이다.


  '근데 지금 회사도 급해, 오늘 무조건 제작 들어가야 돼'

  '팀장님 저도 는데요...'


  나도 착한 직원이다. 회사 사정에 따라 초과 근무 정도는 할 각오가 되어있다. 팀장님 말씀을 듣고 나니 회사 사정도 이해가 된다. 근데 내가 야근을 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닌데 어쩌지? 이해는 하는데 말이다.


  어쩌면 팀장님도 나도 둘 다 이해한다는 말을 무기로 핑계 대기 바쁜 것 같다. 사실은 하나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말이다. 이해한다는 말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라고 서로를 닦달한다. 이해한다는 말의 본 뜻은 이렇다.


  '이해해, 그래도 지금 당장 해'

  '이해합니다. 그래도 못해요'


  정말 신기한 건 종국에는 결국 다 해내고야 만다. 대한민국 회사원은 최고다.

매거진의 이전글 하고싶은 일을 할 수 없는 슬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