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코로나19로 결혼을 하는 직원들이 별로 없었다. 그러다가 21년 하반기부터는 더 이상 미룰 수 없어서인지 결혼식을 올리는 직원들이 많아졌다. 어느 날은 같은 부서 직원 두 명이 함께 청첩장을 들고 왔다. 남녀 직원이어서 살짝 놀랐는데 다행인지(?) 사내 연애는 아니었다. 결혼식 날짜는 같지만 각자 다른 사람과 식을 올렸으니 말이다. 같이 일하는 동료, 후배들의 결혼은 고민이 덜 되는 경조사다. 일단 같은 부서의 직원이거나, 예전에 같이 일한 경험이 있어 어느정도 친분이 있다면 챙기면 된다. 동기라면 더 볼 것도 없다.
코로나로 한동안 없었던 동료의 결혼식이 많아지고 있다. (Photo by Bob Oh on Unsplash)
결혼 소식보다 조금 더 신경 쓰이는 것은 누군가의 부고를 접하는 일이다. 사내 게시판에 올라오는 부고는 다양하다. 일단 회사에서는 배우자, 부모, 조부모, 형제자매, 자식의 사망 시에 특별 휴가를 준다. 모두 슬픈 일이고 사람마다 돌아가신 분과의 관계가 다르긴 하지만 누가 돌아가셨는지가 일반적으로 경조사를 챙길지 말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도 있다. 가까운 가족이 돌아가신 경우라면 위로가 더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동료의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을 직접 찾아가서 기쁨이나 슬픔을 같이 나누는 게 가장 좋겠지만 장소가 어디인지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장례식장이 부산이고 내 직장이 서울이라면 다녀오기가 쉽지 않다. 돌아가신 분이 내 생명의 은인이라면 상황이 다르겠지만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봉투만 전달하는 것도 더 타당한 방법이다.
동료의 경조사를 대하는 분위기는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다. (Photo by The Good Funeral Guide on Unsplash)
동료들의 경조사를 어떻게 대하는 지는 회사 분위기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내가 일했던 직장은 10년 전 만해도 전 직원이 70명이 안 되는 작은 곳이었다. 당연히 대부분의 직원들이 서로로 잘 알았고, 그때는 직원 한 명이 결혼하면 모든 직원이 축의금 봉투를 보내곤 했다. 하지만 매년 직원 수가 늘어서 최근에는 직원이 180여 명 정도까지 늘었다. 직원 숫자가 100명이 넘어가는 순간부터는 잘 알지 못하는 직원의 결혼식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한동안 고민 하기도 했다.
어떤 회사는 결혼식은 잘 안 챙기지만 부고는 합심해서 잘 챙기는 곳도 있다. 여러 부서에서 조의금 봉투를 부서별로 모아 대표로 한두 명이 꼭 장례식장을 찾아오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가 하면 경조사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를 가진 직장도 많다. 결국 분위기가 중요하고 우리 중 많은 이들은 주변 분위기에 맞추어 대응하기 마련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히 혼자 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 말이다.
최근에는 조금씩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예전처럼 잘 알지 못하는 직원이라도 의무적으로 봉투를 보내는 일은 거의 사라졌다. 직장에서 어느 정도의 인연이 있어 잘 아는 동료들만 챙기기 시작했다. 또 MZ세대인 요즘 젊은이들은 봉투가 아니라 의미 있는 선물을 주고받으며 경조사를 챙기기도 한다. 이들은 동료의 경조사를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대하지는 않는다. 대개는 쿨한 듯 서로 신경 쓰지 않지만 일단 마음으로 친한 사이에서는 보다 더 특별하게 챙기기도 한다. 결국 아무리 주변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해도 동료의 경조사를 어떻게 챙길지는 각자의 선택이다.
10년이 넘는 직장생활을 하며 개인적으로 동료들의 경조사에 대해 세워놓은 원칙과 비슷한 것이 있다. 실제 경험을 토대로 생각한 것인데 아직 직장 동료의 경조사를 어떻게 대할지 헷갈리는 사람들에게 조금의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ㅇ 결혼식
같은 부서(팀) 직원의 결혼식은 챙긴다.
타 부서 직원들의 결혼식은 일정 수준 이상의 친분이 있으면 챙긴다.
잘 모르거나 처음 이름을 들어보는 직원의 결혼식은 챙기지 않는다.
직원(선배) 자녀의 결혼식도 같은 부서원이거나 친한 직원의 경우에만 챙긴다.
결혼식장 방문은 위치와 스케줄을 고려해서 결정한다.
ㅇ 장례식
같은 부서(팀) 직원의 부고는 챙긴다.
타 부서 직원들의 부고는 일정 수준 이상의 친분이 있으면 챙긴다.
잘 모르거나 처음 이름을 들어보는 직원의 부고는 챙기지 않는다.
챙기더라도 부모, 자식, 배우자의 부고는 챙기고 조부모, 형제자매 부고는 챙기지 않는다.
장례식장 방문은 위치와 스케줄을 고려해서 결정한다.
별로 특별할 건 없다. 같은 부서 직원 경조사를 챙기는 것은 계속 같이 일을 해야 하기에 괜히 미안한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다. 또 조부모, 형제자매 부고를 챙기지 않는 것은 통상적으로 중요도가 조금은 떨어진다고 생각되기도 하고 챙길 경조사의 범위를 한정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경조사에 봉투의 액수도 미리 정해두는 것이 좋다. 참고로 필자는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5만 원이 원칙이었다.
경조사는 슬픔을 함께 나누고 축하와 위로로 전하는 그 마음이 중요하다. (Photo by Külli Kittus on Unsplash)
경조사를 깜박했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시간이 조금 지나더라도 요즘 젊은 친구들처럼 의미 있는 선물을 하거나 그것도 어렵다면 카카오톡을 이용해서 성의를 표시해도 충분하다. 사실 경조사를 직접 치르는 입장에서는 봉투나 선물도 중요하긴 하지만 진심을 담은 축하나 위로의 한마디가 더 의미 있고 고마운 법이다.
최근에는 경조사를 그리 특별하게 챙기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렇다고 너무 무신경하지는 말자. 직장은 결국 동료와 함께 일해야 하는 곳이다. 그 사람이 지금 어떤 기분인지 늘 신경 쓸 필요는 없지만 그래야 신경 써야 할 시기도 있는 법이다.
결혼식과 신혼여행으로 일주일 이상 자리를 비운다고 눈치를 주거나, 아버지 돌아가신 건 알겠는데 지금 급한 일은 처리해야 된다고 장례식장에 있는 사람한테 업무로 전화는 하지 말자. 그때는 위로로 슬픔을 나누어도 충분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