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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준영 Aug 30. 2022

직장에서의 페이스 조절

직장생활 돌아보기, 퇴사 소감문 11

  직장생활은 긴 호흡으로 해야 한다. 오늘만, 올해만 일 할 거라면 모르지만 많은 사람들은 정년까지 일을 한다. 누군가는 10년, 20년, 이제 막 직장생활을 시작한 사회 초년생이라면 30년, 어쩌면 40년을 더 직장에서 보내야 한다. 출생률 저하로 일 할 사람이 줄어드는 현실을 보면 더 오랜 시간 일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직을 해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환경에 들어서면 리프레시가 되고 새로 시작하는 마음이 들긴 하지만 결국 직장생활의 연속이다. 주변 사람들과 보조를 맞추며 페이스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라톤 경기에 참가한 선수가 100m 달리기 선수처럼 스타트를 끊고 초반에 선두로 달리기 시작했다고 좋아하는 것은 미련한 짓이다. 초반에 남들보다 앞에 있다면 오히려 긴장해야 한다. 무언가 잘못된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직장인이라면 주변을 두리번거려야 한다. 눈가리개를 하고 달리는 경주마처럼 일만 보고 달리면 안 된다. 직장 안에 동료들을 한 번씩 살펴보고, 고등학교나 대학 친구들이 다른 회사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도 들어봐야 한다. 그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만 보고 빨리 달리면, 먼저 지치기 마련이다. (Photo by Ben White on Unsplash)


  '야, 너 너무 힘들게 직장 생활하는 거 같은데?'

  '그렇게 하면 안 돼, 주말에는 일 생각하지 말고 영화도 보고 그래' 

  '일 말고 다른 이야기 좀 해 봐' 


  혹시 누군가는 당신에게 이런 말을 건넸다면, 당신은 번아웃이거나.. 여하튼 지쳐있는 것이다. 아무도 당신에게 이런 말을 하지 않는다면? 그럼 직장생활을 잘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내가 너무 농땡이 핀다고 누군가 흉보는 건 아닌지 주의할 필요는 있다.(?)


  직장생활에서는 쉼표가 중요하다. 적절한 시점에 잠시 쉬어가야 한다. 직장의 스케줄에 따라 살아야 하는 게 직장인이라지만  그래도 잠시 쉬어갈 틈을 찾아야 한다. 또 로테이션이 필요하다. 전장에 나간 병사가 항상 최전방 1열에서만 전투에 임할 수는 없다. 후방에서 휴식을 취하고, 힘을 기른 후 다시 전선으로 뛰어나가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휴가는 직장생활에 꼭 필요하다. (Photo by Chen Mizrach on Unsplash)


  먼저 휴가를 적절히 잘 활용해야 한다. 직장 스케줄에 따라 휴가 계획을 세우다 보면 답이 없을 때도 많다. 코로나19 상황도 많이 좋아졌다. 일단 항공권을 결재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하루 이틀 휴가보다는 1주 이상의 비교적 긴 휴가를 추천한다. 대신 직장에서는 최소한 1달 전에는 동료들에게 휴가 일정을 미리 알려주는 센스는 필요하다. 최근에는 직원들의 장기 휴가를 보장하는 기업도 많이 있다.


  직장의 휴직제도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육아휴직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육아휴직을 했다면 리프레시가 아니라 육아를 해야 한다.)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의 경우에는 고용, 유학, 가사, 자기 계발 등을 이유로 휴직을 신청할 수 있다. 신청 자격만 갖춰진다면 승인 여부에 대한 걱정은 잠시 넣어두자.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나의 쉼이고, 내 인생이다. 민간 기업 중에도 자기 계발 휴직 제도를 운영하는 곳이 있다. 우선 자기가 몸 담고 있는 직장에서 내가 활용할 수 있는 제도가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자. 


  어떤 경우에는 부서 이동 요청을 할 필요도 있다. 이렇게 더 일하면 자신이 어떻게 될지는 자신이 가장 잘 안다. 어느 직장이나 바쁜 자리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자리도 있다. 특히 누구나 힘들어하는 업무를 담당한 지 1년이 넘었다면 업무 변경이나 타 부서 이동을 부서장에게 적절히 요구해도 된다. 계속 그 업무를 담당하게 되더라도 부서장이 조금은 배려할 것이다. 사람은 말을 안 하면 모른다. 즐겁게 일하는지, 정말 힘든지 말이다. 이직도 하나의 쉼표로 활용할 있다. 현재 직장에서 실망한 것이 너무 많거나, 앞으로도 더 힘들어질 것이 뻔하다면 이직을 생각하는 것도 방법이다. 


  좋은 직장이라면 이런 휴가, 휴직, 로테이션 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 스스로 쉼표를 찍을 수 있도록 장려한다. 또 누가 지금 고생하고 있는지, 누가 힘들어하고 있는지를 알고, 적절한 시기에 그 사람들이 쉬면서 에너지를 모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경영진 입장에서도 중요하다. 올해만 회사 운영하고 문 닫을게 아니라면 말이다. 


잠시 노트북을 덮고 일어나는 것도 필요하다. (Photo by Luca Bravo on Unsplash)


  나는 페이스 조절에 실패했다. 당장 기권을 선택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직장생활에 조금 지친 건 분명 사실이다.(내가 퇴사를 선택한 것은 여러 가지 다른 복합적 이유가 있다.) 다만 필요한 시기에 재충전을 하며 뜀과 쉼이 조회된 직장생활을 했다면 어땠을까? 사표를 내지 않았을까? 그건 모르겠다. 



(표지 Photo by Mārtiņš Zemlicki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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