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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준영 Aug 31. 2022

직장이 싫어서 퇴사 한 건 아니야

직장생활 돌아보기, 퇴사 소감문 12

  내가 회사를 그만 다니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은 직장 동료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이었다. 만류하는 사람, 아쉬워하는 사람, 축하하는 사람, 부러워하는 사람 등등. 그중에 나를 안쓰러워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보통 이런 식으로 나에게 위로(?)의 한 마디를 건네곤 하셨다.


  '그동안 너무 고생하셨어요, 이제 회사 쪽은 쳐다도 보지 마세요'

  '그 고생을 했으니, 회사가 싫어질 만도 하지'


  나의 퇴사 이유에 대한 작은 오해가 있는 게 분명해 보인다. 분명한 건 내가 퇴사를 한 건 회사가 싫어서가 아니다.


회사가 싫어서 사직서를 던지지는 않았다.  (Photo by mohamed hassan on Pixabay)


  이분들이 이런 오해를 한 데는 이유가 있다. 작년과 올 초 조금 골치 아픈 일들이 있었는데, 그 시기에 표정이 너무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분명 힘들긴 했다. 나도 인지하지 못했는데 얼굴에 힘들다고, 직장 다니기 싫다고 쓰여 있었나 보다. 사실 퇴사에 대한 고민은 그보다 훨씬 전부터 진행 중이었다.


  한 직장에 13년을 다녔으니 다닌 회사에 고운 정, 미운 정이 쌓인 건 분명하다. 그래도 밥벌이를 할 수 있게 해 준 직장이 고마울 때가 있었고, 직장의 처사가 마음에 들지 않아 불만을 토해낼 때도 있었다. 직장 동료를 생각해보면 고마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더 크다. 미운 감정은 별로 들지 않는다. 10년 넘는 세월을 함께했으니 전장에서 함께 싸운 전우의 감정과 비슷하지 않을까?


  직장에 대한 불만은 당연하다. 자기가 다니는 직장에 대해 늘 호의적으로 말하는 사람이라 해도 아쉬운 점 몇 가지는 분명히 있기 마련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힘들게 일을 한 시기가 있는 건 분명하지만 그걸 회사 탓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나의 성격, 동료들과의 관계 같은 여러 요소의 복합적인 작용이었을 뿐이다. 그걸 회사나 특정 개인의 탓으로 돌리고 싶지는 않다.


  회사에 좋은 기억이나 고마운 점도 많다. 먼저 앞에도 잠깐 언급했지만 좋은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났다. 특히 동료들은 내가 직장생활을 해 나가는 원천이었다. 믿고 따를 만한 분들이 계셨고, 나를 믿어주는 많은 후배가 있었다. 어쩌다 연이 되어 잠깐 함께 일하게 된 분들도 배울 점이 많은 분들이었다. 그런 인연을 만들어 준 회사가 어찌 밉기만 하겠는가?


직장에 좋은 동료가 많았다. 그들과 함께 일하는 게 싫지 않았다. (Photo by Antonio Janeski on Unsplash)


  난 직장생활을 그만하기로 했다. 얼마 전 퇴직한 회사는 물론이고, 이제 어떤 회사도 가급적 다니지 않기로 결정했다.(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살다 보면 어찌 될지 모르지만) 아마 월급쟁이의 삶을 계속 살기로 했다면 퇴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회사의 근무 조건은 상당히 좋은 편이었고 무엇보다 나에겐 회사에 애정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동료들과 퇴사 인사를 나눌 때 나중에 다시 회사에 입사하라고 농담을 던지는 동료가 있었다. 그건 아마 불가능하겠지만 그렇게 다시 인연을 잇고 싶다는 '전우'들이 고마울 따름이다.



(표지 Photo by Mathew Schwartz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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