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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준영 Jul 04. 2020

신입직원이 부서에 배치되면?

선배가 후배를 대하는 자세

  정신없이 쏟아지는 일에 파묻혀 업무를 처리하다가 우리 부서에 신입직원이 온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복잡한 감정에 사로잡히게 된다. 신입직원은 짐을 나눠질 수 있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짐이 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경력이 조금 있고, 일을 습득하는 속도가 빠른 직원이라면 그나마 좋다. 하지만 정말 할 줄 아는 게 거의 없는 친구라면 일을 나눌 수도 없고, 가르치는데도 힘이 들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일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선수급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그 직원이 인턴이라면 사정은 조금 더 달라진다. 일을 열심히 가르쳐도 인턴 기간이 끝나면 결국 빠질 인력이기 때문이다. 똑똑한 친구가 와서 많은 일을 커버해 주다가 빠지면 오히려 부서가 휘청 거릴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관리자도 머리를 싸맬 수밖에 없다.


  뭐든지 처음이 중요하다. 신입직원도 마찬가지다. 처음에 일을 배운 선배, 소위 말해 사수가 누구냐에 따라 향후 신입직원의 업무 역량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래서 관리자 입장에서는 어떤 친구와 짝을 지어서 일을 줄지도 중요한 문제가 된다.


  필자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선배들은 신입직원을 대할 때 크게 세 부류로 나눠진다. 먼저 스파르타 식으로 일을 던지고 못하면 혼내는 무서운 스타일이다. 두 번째는 하나하나 일을 알려주는 친절한 스타일이다. 세 번째는 일을 알려주기가 답답해서 그냥 자기가 다 해버리는 '무시형' 사수다.


  신입직원 입장에서는 어떤 선배가 제일 좋을까? 단 기간에 업무를 빨리 배우고 싶다면 무서운 스타일도 나쁘진 않다. 하지만 멘털이 강해야 한다. 자칫하면 가끔 눈물을 보일 수도 있다. 차근차근 업무 역량을 높이려면 친절한 스타일이 좋을 것이다. 그렇지만 배우려는 의지가 약한 신입직원이라면 업무 역량이 잘 높아지지 않는다. 무시형 사수는 어떤 경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신입직원에게는 할 일이 없는 건 바늘방석에 앉아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실 가장 좋은 선배는 따로 있다. 바로 츤데레 스타일이다. 실수를 하면 매몰차게 혼내지만 은근슬쩍 도움을 주는 그런 선배 말이다. 늘 그런 선배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10여 년 전 작성한 기획안이 부실하다며 선배한테 호되게 혼이 난 적이 있다. 다시 작성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있을 때 그 선배가 무심한 척 서류 하나를 던져주고 갔다.


  "지난달에 윗 분들이 모두 칭찬한 기획안이야"


  어쩌면 그분 덕분에 내가 아직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표지 사진 : Photo by KOBU Agency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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