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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준영 Jul 12. 2020

결국에는 다 안다.

포장의 달인

  "이번에 만든 영상자료 사내 게시판에도 올릴게, 자랑할 건 자랑해야지."


  가끔은 헷갈릴 때가 있다. 우리가 한 일의 결과가 좋으니 자랑을 하는 건지, 아니면 자랑을 하기 위해 일을 하고 있는 건 지 말이다. 여기가 제품 홍보 부서나 마케팅 부서라면 모를까? 그것도 아닌데 막무가내다. 소비자나 일반 대중을 상대로 알리는 것도 아니고 사내 게시판에는 왜 올리나? 자기가 만든 것도 아니고 옆에 직원이 다 해 놓은 걸?


  회사에는 자기가 한 일은 10인데 20으로 부풀리는 사람들이 있다. 다른 사람이 한 일을 자기가 한 걸로 둔갑시키는 사람도 있다. 그런가 하면 자기가 한 일이 10인데 5밖에 알리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자기가 했지만 티를 안 내는 사람도 있다.


  부풀리고 자신을 잘 홍보하는 사람들을 필자는 포장의 달인으로 부른다. 그들은 대개 승승장구한다. 포장의 달인들은 동료들이 자신의 실체를 알아도 상관없다고 한다. 어차피 그 사람들의 고려 대상은 윗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자신은 윗 분들 코드를 잘 맞춘다는 자신감까지 가지고 있다. 충고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자주 보지 않는 사람들은 부풀려졌는지 숨겨진 게 있는지 모르지만 어느 정도 지켜본 사람들이라면 다 안다. 누가 포장을 잘하는지, 누가 부풀리기 선수인지. 또 누가 묵묵히 일 하는지, 진짜 에이스는 누구인지 말이다. 동료들은 자주 보는 사람들이라면 윗 분들은 자주 보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것이 회사 생활에 함정이다.


 하지만 어떤 계기를 통해 누구나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이 온다. 자주 보는 사람이 아니라도 말이다. 그리고 그 순간 포장의 달인들의 앞길은 탄탄대로에서 돌밭으로 변한다. 그리고 그제야 깨닫는다.


  자랑하지 마시라. 기고만장하지 마시라.

  결국에는 다 안다.



(표지 사진 Photo by engin akyurt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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