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과학 잡설

과학적인 아이 키우기

내 아이의 과학적 사고력을 높여주는 대화 방법

by 허준영

흔히 누군가를 설명할 때 '논리적'인 사람이라거나, '과학적'인 사람이라고 할 때가 있다. 이 말은 인과관계를 파악할 줄 알고 일의 선후를 판단할 줄 알며 합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과학적 지식을 많이 안다거나, 문학과 역사에 대해 많은 지식을 가진 사람은 박학다식하다고는 해도 논리적이라거나 과학적이라고 하지 않는다.


박학다식한 것도 중요하지만 요즘은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며 과학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훨씬 중요하다. 많은 정보를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고 전 세계 학자들의 최신 연구 결과를 바로 검색할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넘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적합한 정보를 선별하고 취합하여 분석하는 통찰력, 과학적인 사고력이 사람의 능력을 평가하는 척도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 것인지는 조금은 명확해진다. 머릿속에 든 게 많은 아이보다는 과학적으로 생각할 줄 아는 아이로 키워야 한다. 그리고 그 첫걸음은 바로 부모와 아이의 대화다. 가끔은 내가 아이와 어떻게 대화를 하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평상시에 아이에게 어떤 식으로 말을 하는지 궁금한 걸 물어볼 때 내가 어떻게 대답하는지 말이다.


간단하게 아빠와 아이가 같이 과학관에 방문해 볼록 렌즈 전시물을 앞에 두고 대화를 하는 상황을 가정하고 한 예를 살펴보자.


아이 : 아빠 이거 봐 돋보기야!

아빠 : 어 신기하네

아이 : 와 글씨가 엄청 크게 보여! 왜 이렇게 보이는 거야?

아빠 : 돋보기니까?

아이 : 돋보기? 그래서 왜 크게 보이는 거야?

아빠 : 그냥 돋보기는 크게 보는 거라고 알면 돼.


극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이렇게 되면 더 이상 관련된 대화를 나눌 수 없게 된다. 아빠가 과학적 지식이 없더라도 차분히 전시물의 설명을 보고 아이와 같이 생각하는 방향으로 대화를 이어나가야 한다.


아이 : 아빠 이거 봐 돋보기야!

아빠 : 어 신기하네

아이 : 와 글씨가 엄청 크게 보여! 왜 이렇게 보이는 거야?

아빠 : 돋보기니까?

아이 : 돋보기? 그래서 왜 크게 보이는 거야?

아빠 : 옆에 설명이 있는데 우리 같이 볼까?

아이 : 아 우리 눈에 보이는 빛이 저렇게 되어서 그렇구나.

아빠 : 응 맞아. 돋보기 같은 거 어디서 본 기억 있어?

아이 : 응 학교! 그리고 집에도 있어.

아빠 : 집에? 집에 어디 있지?

아이 : 할아버지 안경이 돋보기잖아~

아빠 : 아 맞다. 근데 엄마 안경은?

아이 : 음.... 엄마 안경으로 글씨를 보면 오히려 작게 보이던데?

아빠 : 그래? 그건 왜 그럴까?

아이 : 모양이 돋보기 하고 달라서 그런 거 아닐까?

:

:


물론 모든 대화에는 끝이 있어야 하고 정리가 필요하다. 끊임없이 대화만 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이가 스스로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호기심이 폭발하는 시기의 아이와 대화를 지속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궁금한 것을 묻는 아이에게 "쓸데없는 건 묻지 마", "네가 알 필요 없는 거야"라는 말을 자주 하는 건 좋지 않다.


또 아이에게 질문을 던질 때도 생각해야 할 점이 있다. 우선 아이에게 생각할 시간을 줘야 한다. 질문을 던지고 1초도 안 되어서 "그것도 몰라?"라고 다그치는 것은 삼가야 한다. 조금 더 생각해보면 네, 아니오로 답할 수밖에 없는 질문이나 답이 정해져 있는 질문보다는 여러 가지 답을 가진 생각할 수 있는 질문이 아이가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는 질문이라 할 수 있다.


필자는 아이의 안 좋은 습관을 고쳐야 한다거나, 잘못한 일이 있어 따끔하게 혼을 내야 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대화하는 게 좋은 방법인지는 잘 모른다. 다만 지금 내가 하는 말 한마디로 내 아이가 더 이상 생각하기를 멈추게 되는 건 아닌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내 아이가 조금 더 과학적인 아이를 키우고 싶다면 말이다.


고백하자면, 이 글 자체가 오늘도 아이와 신경전을 벌이며 대화다운 대화를 하지 못하고 있는 나 자신에게 하는 다짐 같은 것일지 모르겠다.


(Photo by Jude Beck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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