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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준영 Aug 01. 2020

폭탄 돌리기의 달인

문제를 드러내지 않고 전달한다.

  인사발령이 났다. 기존에 하던 업무를 정리해서 인계하고 새로운 부서에서 수행하게 될 업무를 인수받는다. 업무 인수인계서를 전달하고 받지만 문서만으로 부족하니 며칠을 업무에 관한 일반적인 사항과 중요 현안 몇 가지를 말하고 듣는다. 그리고 일주일 정도 지나면 알게 된다.


  "아... 똥 밟은 거 같은데...  진짜 폭탄이 몇 개야?"


  인수인계를 받을 때는 그러려니 하고 들으며 넘어갔던 사안들이 사실 그렇게 넘기면 안 되는 사안이었던 것이다. 뒤늦게 전임자를 찾아가 말을 꺼내봐야 본전도 못 찾는다. 자신은 인수인계 끝냈으니 현 담당자가 처리하라는 핀잔만 듣기 일수다.


  회사에는 폭탄 돌리기에 달인들이 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한두 개 가지고 있다가 다른 사람에게 폭탄이 든 가방을 통째로 넘기는 것이다. 폭탄을 안 터트리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다. 그동안 어떤 핑계로 그 폭탄을 터지지 않게 간수했는지가 궁금하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폭탄을 전문적으로 해체하는 폭탄 처리반도 있다. 문제가 있으면 잘 덮어두지 못하고 굳이 끄집어내서 공론화시키고 해결을 보고야 만다. 위험 요인을 제거했음에도 불구하고 한소리 듣기 십상이다. 본인이 만든 폭탄도 아닌데 말이다. 불행히도 내가 그렇다.


  그나저나 큰일이다. 오늘도 몇 개의 폭탄을 받은 거 같은데.....



(표지 사진 Photo by bantersnap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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