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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준영 Jul 26. 2020

아쉬운 소리를 듣는다면?

어차피 해야 한다면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어떨까?

  "저기.. 김 선임... 잠... 잠깐 시간 괜찮아?"


  이런 말을 꺼내고 나서 팀원 한 명을 회의실에 불러놓고 이야기를 시작하려면 난감하기 이를 데가 없다.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해야 하는지, 돌려 돌려 이야기를 하는 게 맞을까? 아니면 솔직하게 결론부터 꺼내놓아야 할까?


  회사 또는 조직의 어쩔 수 없는 사정을 설명해야 한다. 퇴사 권고나 승진 누락과 같은 문제가 아니더라도 다른 부서로 당분간 파견을 보내야 한다거나 새로운 업무를 추가로 맡겨야 한다거나....... 중간 관리자가 팀원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할 때는 많다.


  동료 팀장은 팀원에게 왜 미안해하면서 스스로 숙이고 들어가냐고 타박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늘 그게 쉽지 않다. 하지만 아쉬운 소리를 하고 나서 내가 느끼는 감정은 그때그때 다르다.


  이야기를 시작하면 듣는 이의 반응은 몇 가지로 나뉜다. 말을 꺼내놓기가 무섭게 싫은 표정을 드러내며 왜 자기냐고 따지고 드는 직원이 있는가 하면 고개만 푹 숙이고 알겠다고 하는 직원도 있다. 따지고 드는 직원에게는 미안한 감정은 없어지고 나도 모르게 화를 내게 되고, 고개만 푹 숙이고 있는 직원에게는 미안하지만 고마운 감정보다는 다행이라는 감정이 앞선다. 그리고 가끔은 고마운 직원도 있다.


  회사에서 갑자기 떨어진 긴급한 업무 수행을 위해 급하게 TF팀을 구성한 적이 있다. 우리 팀 직원 한 명을 더 바쁠 게 뻔한 그 팀으로 보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지금까지 고생했는데 더 고생하라는 말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어렵게 말을 꺼냈는데 그 친구가 흔쾌히 알겠다고 했다. 자기에게는 다른 일을 해볼 수 있는 기회라고 고맙다고까지 했다. 그러고 나서는 오히려 인력이 줄어서 힘들 우리 팀과 팀장인 나를 걱정했다.


  이 정도에서 끝났다면 그냥 사회생활을 잘하는 친구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가끔 그런 기회를 승진이나 자신을 알리는 기회로 삼는 직원들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조심스럽게 자신이 담당했던 업무에 팀 내 적임자를 추천했고 내가 기분 나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나와 같이 일했던 것들을 돌아보고 조금 바뀌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풀어냈다.


  그 친구는 정말 그 소식을 듣고 나서 기분이 나쁘지 않았을까? 짜증이 안 났을까? 그렇다고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다시 새로운 일에 적응하는 것은 쉬운 일도 아니고 옆에 다른 직원도 아니고 자신이 가야 한다는데 의문을 가질 만도 했다. 그 친구의 장점은 바로 긍정적인 마음 가짐이 아니었을까?


  회사라는 공간에서 자기가 어쩌지 못하는 순간이 온다. 기왕 할 수밖에 없다면 조금은 긍정적이고 생산적으로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당장 회사를 나가라는 것이 아니고 누가 봐도 불이익을 대 놓고 주는 상황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어느 정도 손해를 보는 것은 이미 정해져 있다. 그렇다면 긍정적으로 행동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이라도 얻는 것도 방법이다. 사람을 얻을 수도 있고, 커리어를 얻을 수도 있다.


  나는 그 친구를 정기인사 때마다 찾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 같이 일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다른 부서장들 눈치를 보니 그들도 나 못지않게 그 친구를 눈여겨보고 있기 때문이다.




(표지 사진 Photo by Viktor Forgac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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