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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준영 Aug 08. 2020

나는 오늘도 혼자 점심을 먹으러 나간다.

직장생활 12년, 외로움

  올해로 직장 생활 12년 차다. 점점 외로워지고 있다.


  회사라는 공간에서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점점 줄어든다. 나이가 드는 것도 이유일 테고, 직위가 조금 올라간 것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 어떤 이유가 결정적인지는 잘 모르지만 점심에 밥을 같이 할 사람도, 일을 끝내고 치맥을 한 잔 할 사람도 마땅치 않다.


  직장 생활 초기에는 이렇지 않았다. 그때는 점심도 늘 같이 먹을 사람이 있었고, 일을 끝내고 맥주 한잔으로 스트레스를 함께 날리는 사람도 있었다. 비슷한 스트레스를 받기에 동료들과 같이 모여 회사 흉도 보고 팀장 욕도 하면서 웃고 떠들곤 했다.


  하지만 승진을 하고, 별 것도 아닌 자리지만 보직이라는 걸 하다 보니 그런 자리가 점점 없어졌다. 팀원들에게 점심을 같이하자고 하기도, 저녁에 맥주 한잔 하자고 하기도 힘들어졌다. 내가 부담스러워할 것을 알기 때문이다. 물론 그 친구들도 10년 전에 나와 같진 않다. 선배가 이야기하더라도 싫으면 싫다고 자기감정을 그대로 표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담스럽다. 아..., 아니다 그게 무서워서 이야기를 못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물론 먼저 다가오는 후배들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회사 험담에 맞장구를 쳐주고 상사 욕을 같이 해주며 시시콜콜한 농담을 주고받기에는 내 위치가 애매해져 버렸다. 나도 모르게 회사 입장에서 한마디 툭 던지면 당연히 분위기가 이상해 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내가 피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애매하다.


  그러다 보니 내 머릿속의 고민을 나누기 힘들어졌다. 혼자 고민하고 끙끙대다 보면 내 모습이 가끔 너무 한심해 보인다. 예전 선배들은 안 그랬던 거 같은데 나는 왜 이러고 있어야 되는지 말이다. 어찌 보면 나 같은 성격은 보직 같은 건 안 하고 조용히 직장생활을 하는 게 정답일지도 모르겠다.


  직장생활 12년. 그동안 사물실에서는 점점 외로워졌고, 앞으로도 아마 그럴 것 같다. 당연하지만 아쉬운 현실이라 씁쓸하기만 하다.


  나는 오늘도 혼자 점심을 먹으러 나간다.



(표지 사진 Photo by Bruno van der Kraa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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