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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준영 Aug 09. 2020

가족보다 오랜 시간을 함께하는

하루에 최소 8시간 얼굴을 맞대고 사는 사이, 직장 동료

  일에는 사이클이 있다. 조금 한가한 시기가 있는 반면, 일이 몰리는 시기도 있다. 특히 D-데이가 존재하는 일들이 그렇다. 행사라든가 제품 론칭이라든가 그런 일들 말이다. 일이 몰리는 시기에는 그러고 싶지 않아도 밤늦게까지 일을 해야 한다.  


  작년 봄에 큰 행사를 준비한 적이 있다. 행사 시작 2달 전부터는 거의 매일 야근을 했다. 주말 출근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시기.... 프로그램을 점검하고, 준비상황을 체크하고... 일을 해도 해도 끝이 없었다. 그런 시기에는 같이 일을 하는 직장 동료와 하루에 최소 12시간 이상을 같이 보내게 된다. 바쁜 시기가 아니라고 해도 8시간은 얼굴을 봐야 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아내와 아이도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에 얼굴 맞대고 있는 시간이 몇 시간 되지 않는다. 아침에 한 시간 퇴근 후에 서너 시간, 하루에 많아야 5시간이다.


  껄끄러운 직장 동료와 어쩔 수 없이 얼굴이 맞대는 시간이 12시간인데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은 기껏해야 5시간... 아이러니하다. 직장생활을 하는 이유는 자기 계발과 자아실현도 있겠지만 가족과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것 아니었나? 내가 지금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건지 헷갈릴 때가 많다.


  각설하고, 그래서 직장에서 동료들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그 관계가 어렵고 껄끄럽고 고통스럽다면 하루에 절반 이상을 고통 속에서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관계를 좋게 유지하기 위해 애쓰고, 또 누구는 어려움이나 껄끄러움을 아예 무시하고 신경을 안 쓰기도 한다. 개개인 성격이 다른만큼 스스로에게 적합한 관계 유지 방법이 있기 마련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되도록 껄끄러운 관계를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해왔다. 누군가의 의견에 반대할 때도 먼저 긍정적인 부분을 언급하고 안 되는 이유를 조심스럽게 설명한다. 상대가 후배고, 내 아래 직원이라도 함부로 말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물론 윗사람에게도 할 말을 하면서도 예의를 갖추려고 한다.


  그런데 요즘 나도 모르게 본심부터 툭툭 내뱉는 일이 많아졌다. 꼰대가 되어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스스로를 다잡을 수 있어야 하는데.... 걱정이다.



(표지 사진 Photo by John Schnobrich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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